등록 : 2014.12.31 20:10
수정 : 2014.12.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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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권문수. 사진 권문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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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디자이너 권문수의 2015년 프로젝트
남성복 브랜드 ‘문수 권’을 이끌고 있는 권문수(35·사진) 디자이너는 2014년 ‘신진 디자이너’로서 받을 수 있는 상을 휩쓴 뒤 ‘신진’의 꼬리표를 떼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연초부터 이탈리아 남성복 패션 박람회인 ‘피티 우오모’(PITTI UOMO)의 유망 신진 브랜드(The latest fashion buzz) 11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연말에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송년회 자리에서 윤춘호 디자이너와 함께 ‘올해의 신진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성복을 공부한 뒤 뉴욕에서 경력을 쌓고 한국에 돌아와 브랜드를 시작한 지 3년. 1년에 두번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의 신진 디자이너 무대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세 시즌 만에 졸업하고 쟁쟁한 기성 작가들의 무대인 ‘서울컬렉션’으로 진출한 것이 2014년 10월이다. “젊은 감각을 가장 잘 구현해내는 작가”로 평가받는 그는 ‘2015 봄/여름 컬렉션’ 무대에서 ‘한강’을 주제로 ‘스포티즘’의 여유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와, 돌아보니까 2014년에 감사한 일도 많았고 바쁘게도 지냈네요. 씨제이오쇼핑에 홈쇼핑 브랜드 ‘문스트럭션’도 론칭했고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배우 이민호씨가 ‘문수 권’ 카디건을 입고 나와 ‘김탄 카디건’으로 큰 사랑을 받기도 했죠.” 29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한 권 디자이너의 목소리가 밝았다. “그런데 2015년엔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라 기대해요. 제가 양띠거든요.”
2015년 달력엔 벌써 일정이 가득하다. 우선 4월에 열릴 ‘서울모터쇼’에서 아우디와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부스에서 진행하는, 제대로 된 컬렉션 무대를 기획 중이다. 이 자리에서 권문수 디자이너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여성복을 선보일 계획이다. 자신만의 매장을 내지 않고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던 그는 최근 여성복 디자이너를 충원했다.
그 밖에도 선글라스 브랜드, 백화점 편집 매장 등 협업을 꾸준히 하면서 이름을 알릴 예정이다. ‘2015 봄/여름 컬렉션’에서 남성복으로 만들었던 디자인을 변형한 스포티즘 느낌의 여성 셔츠 라인도 준비 중이다. ‘2015 가을/겨울 컬렉션’ 준비도 한창이다. 밝고 가벼웠던 봄/여름 무대보다는 좀더 차분하고 ‘클래식’한 느낌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자기 브랜드를 만든 지 3년, 디자이너의 고민이 깊어질 시기다. “1~2년차에는 열정만으로 어떻게든 나를 알리려고 덤볐다면 이제는 좀더 내실을 기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패션쇼를 열었다 하면 아이돌부터 인기 배우까지 찾는 스타 디자이너 대열에 가까이 가고 있다 보니 그의 삶이 마냥 화려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축에 속한다. 미대에 진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가서 원점에서 다시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대 뒤 미국으로 가 4년의 유학 생활, 3년의 직장 생활을 열정과 오기로 버텼다.
이제는 홍콩, 미국, 일본, 이탈리아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옷을 수출하고 국내에도 4개의 온·오프라인 편집 매장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한국의 남성복 시장이 작긴 하지만 2015년에는 더 많은 이들이 제 옷을 입었으면 좋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고 있는 양띠 디자이너의 2015년, 밝은 목소리만큼 느낌이 좋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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