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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31 20:23 수정 : 2014.12.31 20:23

사진 백상현

[매거진 esc] 여행작가 백상현의 2015년 프로젝트

새해가 시작되면, 습관적으로 달력을 펼치고 제일 먼저 고민하는 게 언제쯤 어디로 여행을 떠나면 좋을까 하는 것이다. 나로선 그 여행 계획을 중심으로 새로운 한 해의 타임 테이블이 완성된다. 지금까지 30개국이 넘는 나라를 돌아다녔다. 여행을 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찾다가 ‘소도시 여행’이라는 새롭고 매력적인 모험을 시작했고, 소도시가 안겨주는 풍요로움과 사람들과의 인연에 푹 빠져버렸다. 여행의 햇수에 비해 다녀온 나라 수는 많지 않지만, 좀더 여행지의 속살에 부대끼는 여행을 했다고 자부한다. 정말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언제든 들르면 반겨줄 좋은 친구들도 얻었다.

소도시 여행의 매력은 현지인 또는 여행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 체험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화려하고 다양한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그렇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소도시들이 요즘 홈쇼핑 여행 패키지 상품에 하나둘씩 등장하는 걸 보면서, 새삼 여행자들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깊어진다는 걸 느낀다.

2015년 나의 여행도 그렇게 소도시를 찾아가는 여행이 되리라는 건 분명하다. 적어도 관광객 넘쳐나는 서유럽 위주로 돌아보았던 여행에서는 벗어나고픈 마음이다. 그래서 올해 나의 마음이 선택한 여행지는 바로 동유럽이다. 물론 동유럽의 대표적 여행지인 체코나 크로아티아는 수많은 대중매체에 노출되면서 여행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고, 이미 레드 오션이 되고 있지만, 그건 프라하나 두브로브니크(사진) 정도에 국한되는 말이다.

서유럽을 돌아보는 데도 10년의 세월이 부족했다고 느낀다. 아직도 서유럽엔 가보지 못한 보석 같은 여행지들이 무수히 남아 있다. 하물며 미지의 세계와 같은 동유럽은 어떻겠는가. 풍요로운 문화유산을 지닌 체코 공화국, 광대한 평원에서 살아가는 마자르족의 후예들의 나라 헝가리, 일찍이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 연대의 기치 아래 동유럽 민주화에 앞장섰던 폴란드, 실존했던 영웅과 관련한 드라큘라 이야기와 비옥한 도나우(두너레아) 삼각주의 땅 루마니아, 아드리아해에 접해 있는 아름다운 해안국가 크로아티아 등. 프라하·부다페스트·두브로브니크·바르샤바·부쿠레슈티 등 대도시가 동유럽의 전부가 아니다.

동유럽 나라들에 숨어 있는 소도시들은 무궁무진하다. 소도시 이름을 여행수첩에 적다 보면 한쪽, 두쪽 자꾸만 목록이 늘어난다. 일단 여행지 목록이 만들어지면 지도를 펼치고 순서를 정해 점을 찍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색연필이나 형광펜으로 하나의 선으로 죽 이어본다. 그게 바로 2015년 여행의 동선이 된다. 첫 여행지와 그곳의 숙소는 미리 예약을 하고 출발한다. 하지만 첫 여행지 이후부터는 현장에서 그때그때 결정될 것이다. 나의 일정은 수시로 수정되고, 모험을 하고 실수도 하며 진화해 나갈 것이다. 기대보다 못한 여행지도 분명 있을 테고,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곳도 만날 것이다. 세부 일정은 적당히 융통성을 가지고 조절하면 된다. 미지의 세계를 간직한 동유럽 소도시 여행의 즐거움이 그런 것이다.

여행작가 백상현
여행을 하면 할수록 깨달아가는 게 있다. 처음엔 내가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을 억지로 끌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 나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행 자체가 나의 여정을 준비하고 이끌어가며, 기대치 않았던 기쁨과 감동, 좌절을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여행은 정말 오묘하다.

익숙한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나 낯선 풍경과 문화,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 때 ‘타 문화의 이해와 인간의 삶에 대한 공감’이라는 여행의 스펙트럼은 더욱 아름다운 완성을 향해 다가갈 것이다. 여행을 위한 준비? 특별한 것은 없다. 사실 넉넉한 여행자금이나 철저한 계획보다는 열린 마음과 약간의 모험 정신, 한발짝 내딛는 용기라는 상투적인 말이 의외로 진실이라는 걸 깨닫는다. 첫 여행지 예약, 그다음부터는 여행의 경이로움이 나를 이끌어줄 것이고, 동유럽은 숨겨진 보석들을 하나하나 눈앞에 내보이며 반짝일 것이다.

백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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