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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밍글스의 강민구, 몽로의 박찬일, 스와니예의 이준. 사진 박미향 기자 강민구 이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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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2015년 음식 키워드-셰프 팬덤, 한식뷔페, SNS, 매운맛, 나홀로 식사족, 맥주 대 전통주
방송 프로그램마다 ‘먹방’(먹는 방송)이 넘쳐난다. 한국방송의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한 상 떡 차린 여행지 음식은 제7의 멤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해 뜨고 삼시세끼 밥해 먹다가 종치는 티브이엔의 <삼시세끼>는 케이블 채널로는 드물게 자체 조사 결과 평균 9.1%, 최고 10.5%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중의 관심이 먹는 일, 먹는 공간, 먹는 사람한테 모아지고 있다. 2015년 음식문화는 어떤 지평을 열까? 음식전문지 편집장 등에게 물어 음식문화 2015년 트렌드를 정리했다.
밍글스 강민구, 수마린 이형준 등
방송 홍보 없어도
팬 몰고 다니는 셰프 늘어나
뷔페 레스토랑 트렌드
시푸드 지고 건강 한식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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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글스의 ‘한입 요리’.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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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팬덤 활짝
미식이 보편적인 문화로 정착하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요리사들도 팬덤을 거느린 스타가 됐다. 지난해는 미디어가 만든 스타 셰프보다는 소비자들의 합격점을 받은 셰프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팬덤을 거느린 셰프들의 이름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됐고 올해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르 쁘엥’의 진경수 셰프, ‘몽로’의 박찬일 셰프,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수마린’의 이형준 셰프, ‘스와니예’의 이준 셰프, ‘꺄브뒤꼬숑’의 임기학 셰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레스토랑은 문을 열기도 전에 에스엔에스(SNS)에 개업 소식이 전해지고, 열자마자 2주 전 예약이 아니면 입장이 어려울 정도로 식도락가들의 인기를 끌었다. 수마린은 과거 이형준 셰프가 일한 레스토랑 ‘봉에보’ 시절부터 단골이었던 사람들이 찾는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셰프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다. 지난해 말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셰프 레네 레제피(르네 레드제피)가 방문길에 찾았던 밍글스도, 이전 ‘치맥’의 메뉴 개발로 이름을 알린 ‘강민구’란 이름 석자가 레스토랑의 성업에 한몫을 했다. ‘글 쓰는 셰프, 박찬일’도 비슷한 경우다. 파인다이닝(정찬)이 아닌 비스트로 펍에 도전한 박 셰프에게 팬들은 아낌없는 격려를 보낸다. 이들의 약진에 힘입어 국외 유명 요리학교 출신들이 속속 귀국해 오너 셰프 식당을 열 준비를 한다. 팬층을 거느린 이들 셰프가 우리 식문화의 지평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는 평이다.
한식뷔페가 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외식업계도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식당이 인기다. 한번 입장에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뷔페식당은 여전히 소구력이 높다. 패밀리레스토랑, 샐러드바, 시푸드 레스토랑으로 이어졌던 뷔페식당의 트렌드가 최근 한식과 뷔페식이 결합한 한식뷔페로 옮겨가고 있다.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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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반 센트럴시티점. 신세계푸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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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에 문 연 신세계푸드의 한식뷔페 식당 ‘올반’은 문 열고 한달여 만에 3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11월 반포에 연 2호점도 성업 중이다. 올반은 점심 가격이 1만4900원으로 단품 파스타가 2만원대를 훌쩍 넘는 외식업계에서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과거 뷔페식과는 달리 메뉴 구성에 요리연구가 박종숙씨를 참여하게 한 점과 ‘집에서 받아보는 밥상’이란 개념을 도입한 점이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앞서 문 연 씨제이푸드빌의 ‘계절밥상’, 이랜드의 ‘자연별곡’도 한식뷔페 식당으로 문전성시다. 한식뷔페 열풍은 2013년 7월 경기도 판교에 문 연 계절밥상이 불러일으켰다. 30~5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대기시간만도 2시간이 넘었다. 현재 계절밥상은 7개 매장을 운영중이고, 자연별곡은 올해 50여개 까지 매장을 늘릴 예정이다.
맛집 정보는 이제 에스엔에스(SNS)다!
직장인 심선애씨는 페이스북 친구 강지영씨가 올린 서울 삼성동의 한 중국집 음식 사진과 위치 등의 정보와 평가를 읽고 재빠르게 ‘좋아요’를 누르고 예약을 잡는다. 맛집 가이드 책자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던 식도락가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포털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맛집 블로거들의 정보를 흡입했다. 최근 일부 상업화된 블로거들의 행태가 알려지면서 빠르게 트위터나 페이스북(사진),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의 정보를 활용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에스엔에스가 거대한 맛의 공유의 장이 되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맛을 에스엔에스에 올리면 다른 이들이 공유하고 그들은 다시 에스엔에스에 퍼나른다. 군산의 유명한 빵집을 가지 않아도, 파리의 유명한 레스토랑을 가지 않아도 눈으로 충분히 그 경험을 공유하고 즐긴다. 댓글로 음식에 관한 각종 질문과 답이 오간다. 사진공유 에스엔에스인 인스타그램은 ‘먹스타그램’, ‘맛스타그램’, ‘빵스타그램’ 등으로 불린다. ‘배달의 민족’, ‘이밥차 요리 레시피’ 같은 음식 관련 앱 출시도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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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진열된 불닭볶음면. 삼양식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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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게 더 맵게
지난해 삼양식품의 붉닭볶음면이 라면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매운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한때 트위터에 ‘여러분은 매운맛, 쓴맛, 단맛, 짠맛 중 어느 맛이 가장 좋은가요?’란 질문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단맛이 1위, 매운맛이 2위였으나 응답자 수의 차이는 5% 안팎이었다. 단맛을 선호하는 성향은 세계 어느 나라나 비슷하지만 유독 매운맛만은 한국인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매운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늘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경기 불황, 현대인들의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사람은 통각인 매운맛을 느끼는 순간 이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뇌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조금이나마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느낌을 준다. 눈물 콧물 쏙 빼는 ‘청량리 할머니 냉면’, ‘동아냉면’ 같은 비빔냉면집들의 성업도 무관하지 않다. 강한 자극은 더 강한 자극을 부른다. 경기 침체가 이어질 올해 사람들의 매운맛 선호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나홀로 식사족
서울 반포동의 파미에스테이션에 입점한 레스토랑 ‘부다스벨리’는 여러 명이 앉아서 먹는 식탁 외에 1인을 위한 바가 있다. 나홀로 식사족이 늘면서부터 부다스벨리와 같은 형태의 식당들이 많아졌다. <1인가구 맞춤 요리책>, <나를 위한 만찬 1인분 요리> 등의 책도 나홀로 식사족을 겨냥한 책들이다. 더는 혼자 먹는 식사가 부끄럽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싱글슈머’(Single+Consumer)란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질 만큼 1인 가구는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주의 성향이 더 확산되는 추세다.
맥주 VS 전통주
지난해 주세법 시행령이 대폭 완화돼서 중소 맥주업체들의 활로가 열렸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카파인터내셔널, 세븐브로이 4곳만 대중판매가 가능했던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쓴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 대니얼 튜더의 기사가 촉발제가 되어 2013년부터 크래프트 비어(소규모 자가 맥주) 열풍이 일었다. 법 개정으로 경기도 남양주 등지에 중소 맥주공장이 생겨나고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맥주 인기와 더불어 전통주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식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추세가 배경이 되고 있다. ‘모던 한식’을 표방하는 레스토랑 ‘정식당 청담’이나 광주요의 ‘가온’, 일본에서 미슐랭 가이드 별점 2개를 받은 ‘윤가명가’ 같은 고급 한식당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우리 음식과 마리아주(음식과 술의 조화)가 맞는 전통주에도 서광이 비치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도움말 <블루리본 서베이> 김은조 편집장, <쿠켄> 이은숙 편집장, 쿠켄네트 이윤화 대표, 농촌진흥청 정석태 박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 정철 교수, 참고도서 <2015 생생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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