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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07 20:41 수정 : 2015.01.08 14:04

칠갑산 동쪽 자락 청양 정산면 천장리(새울골) ‘알프스마을’ 얼음분수축제의 군밤 구워 먹기 체험장. 공주밤 50~60개(5000원)를 철망 뜰채에 담아 장작불에 구워 먹는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충남 청양 칠갑산과 사철 축제 여는 천장리 ‘알프스마을’, 최익현 사당

칠갑산(561m)은 충남 청양군의 대표 산이다. 높지는 않아도 깊은 골짜기를 여럿 거느린, 차령산맥 끝자락에 솟은 봉우리다. 칠갑산의 칠갑(七甲)은 땅·물·불·바람 등 만물의 7대 근원을 뜻한다고도 하고, 일곱 장수가 나올 일곱 명당을 가리킨다고도 한다. 그러나 칠갑산 하면 먼저 ‘콩밭 매는 아낙네’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옛 화전민의 고단한 삶을 그린 대중가요 ‘칠갑산’(1989년 주병선 노래)으로 더 알려진 산이기 때문이다. 노래의 유명세는 칠갑산 자락 어딜 가나 만나게 되는, 호미 들고 머리에 수건 두른 ‘콩밭 매는 아낙네’ 상에서 실감할 수 있다. 천문대 쪽 등산로 들머리, 천장호 출렁다리 앞, 칠갑산 옛 국도변, 장곡사 들머리 등에서 이 아낙네가 여행객을 기다린다. 베적삼이 흠뻑 젖도록 콩밭을 매는 가난한 아내이거나,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딸이거나, 우두커니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콩밭 매는 아낙네만큼 자주 보이는 게 또 있다. 청양의 또다른 상징물 ‘청양고추’ 상이다. 발갛게 달아오른, 크고 작은 고추들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가로등 장식도 고추, 다리 장식도 고추, 칠갑산 산길 안내 표지판도 고추 모양이다. 매운 고추의 대명사인 청양고추는 그 이름의 유래가 경북 ‘청송’과 ‘영양’에서 한 글자씩 따와 붙였다는 게 정설이지만, 청양에선 청양산 고추 종자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한다. 어찌됐든 청양 여행길에 칠갑산을 피해 갈 수 없고, 칠갑산 산행길에 ‘콩밭 매는 아낙네’와 ‘고추’를 피해 갈 수는 없다.

칠갑산 정상의 북쪽 전망.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낮지만 깊은 산세…백제 때부터 신성시

“칠갑산은 참 희한해요. 높이가 561m밖에 안 돼도, 정상에 올라보면 주변의 더 높은 산들이 다 낮아 보이니까요.”(문명근 청양 문화관광해설사)

칠갑산 정상에서의 전망은 놀라웠다. 사방이 활짝 열린 산꼭대기에 100여평의 평평한 터가 만들어져 있는데, 말 그대로 전후좌우에 거칠 것이 없었다. 어디를 바라보든 낮은 산줄기들이 끝없이 달려나가는 광활한 산들의 바다가 펼쳐졌다. 동쪽의 계룡산(845m), 서쪽의 오서산(791m)·성주산(677m), 북쪽의 광덕산(698m) 등 충남의 내로라하는 산들도 모두 자잘한 봉우리들의 일부로 다가왔다. 물론, 백두대간 일대의 1000m 이상 고봉들에 비하면야 ‘도긴개긴’(이른바 도찐개찐)의 올망졸망한 산들일 뿐이다. 하지만 칠갑산이 첩첩산중 한복판에 솟은 빼어난 전망대인 건 분명하다. 주변의 도시와 도로들이 대부분 산줄기들에 가려져, 보이는 거라곤 겹겹이 둘러싼 산들뿐이다. 칠갑산의 별칭이 ‘충남의 알프스’다.

백제때부터 신성시해온 산
주변 아낙네 동상 많아
얼음축제중인 ‘알프스마을’
장작불 군밤 구워 먹기 인기

해설사 문씨는 “칠갑산은 백제 때부터 신성시해온 산”이라며 “백제가 도읍을 웅진성(공주)에서 사비성(부여)으로 옮길 때도 이 산에 제사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정상 남서쪽엔 삼형제봉이 솟았는데, 백제 무왕 때 쌓은 자비성이 남아 있다. 자비성(두율성·두치성)은 이른바 ‘수이공난의 성’(지키기는 쉽고 공격하기는 어려운 성)으로, 백제 부흥군과 나당연합군 사이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부흥군은 대패하고 왕자 풍(의자왕의 아들)은 임존성(예산)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자비성 밑 옛 도림사 터에선, 요즘도 지역 주민들이 매년 칠월칠석날 당시 희생된 백제 부흥군 위령제를 지낸다.

칠갑산엔 모두 9개의 등산로가 있다. 대개 3~4㎞ 거리로, 왕복 3시간쯤 걸린다. 정상 밑 급경사(계단길)를 제외하곤 대체로 완만하다. 천문대 쪽 등산로(산장로)가 가장 완만해, 아이젠을 착용하면 눈 쌓인 겨울에도 누구나 오를 수 있다.

칠갑산이 청양의 대표적 관광지인 건 ‘청양 10경’ 중 6개(칠갑산·장곡사·장승공원·지천구곡·천문대·천장호출렁다리)가 칠갑산 자락에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중 통일신라 때 창건된 장곡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건축 시기가 다른 상하 2개의 대웅전을 갖춘 절로 이름 높다. 아담한 규모의 이 절에 미륵불괘불탱, 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 등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있다. 상대웅전 밑의 약 900년 됐다는 느티나무와 범종루의 목어와 대형 구유 등도 볼거리다. 장곡사 들머리엔 다양한 크기와 표정을 한 200여기의 장승을 깎아세운 장승공원도 있다.

천장호 출렁다리 가는 길목에 세워진 ‘콩밭 매는 아낙네’ 상.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주민들이 사철 축제 여는 ‘알프스마을’

칠갑산 자락의 마을 중에서 칠갑산을 내세운 사계절 축제로 대박을 터뜨린 마을이 있다. ‘알프스 마을’로 알려진 정산면 천장리(새울골)다. 40가구 100명의 주민들은, 다양한 얼음 조형물을 만들어 올해로 7회째 열고 있는 ‘칠갑산 얼음분수축제’(2월22일까지)로 대박을 맞았다.

“축제 전꺼정 여긴 관광객은 한명두 없었어요. 주민 80명이 그냥 똘똘 뭉쳐갖구 개고생을 헌 덕에 인저는 해마다 25만명이 몰리지만서두.”(황준환 알프스마을 운영위원장)

얼음축제에 이어 여름철 조롱박축제를 마련했고, 봄철엔 조롱박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어 뷰티페스티벌도 벌인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칠갑산 자락에서 생산된 콩을 내걸고 ‘칠갑산 콩축제’를 시작했다. 40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 사철 축제를 펼치며, 보기 드문 사계절 가족 단위 여행지로 발돋움한 것이다. 황 위원장은 “축제 전 2억원 안팎이던 마을 전체 소득이 지금은 2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얼음축제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 군밤·고구마·가래떡 등 농산물 구워 먹기 체험장이다. 이 중에서도 인기를 끄는 코너가 긴 막대 끝에 주방용 국수 뜰채를 달아 장작불에 밤을 구워 먹는 군밤 구워 먹기 코너다. 아저씨·아줌마, 할아버지·어린이 할 것 없이, 곳곳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장작불을 에워싼 채, 긴 막대 끝의 철망에 밤을 담아 내밀어 앞뒤로 움직이며 밤을 굽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마을에선 밤 굽는 장비를 300여개 준비해 체험객을 맞이한다. 얼음축제 기간에 소비되는 밤이 무려 20~30t, 고구마는 50t에 이른다.

청양 정산면 서정리구층석탑(보물).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1월1일 순국한 면암 최익현 모신 모덕사

청양의 역사문화 유적지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면암 최익현 선생을 모신 모덕사(목면 송암리)다. 올곧은 조선 선비의 대명사, 항일 의병투쟁의 선봉장이던 면암 선생이 만년을 보내며, 일제와 친일파 척결을 요구하는 상소를 잇달아 올리고, 항일 무력투쟁을 준비했던 곳이다. 포천에서 태어나 살던 면암 선생은 23살에 과거에 급제한 뒤 부정부패·친일파 척결 등을 요구하는 격렬한 상소와 사직, 체포, 유배, 복직, 사직을 되풀이하다 1900년(68살) 이곳(정산)으로 이사 와 본격적인 항일의병활동을 준비한다.

청양 목면 송암리의 면암 최익현 선생 고택. 모덕사 경내에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모두 새해맞이로 들뜨게 되는 새해 첫날, 1월1일은 면암 선생이 대마도에서 순국한 날이다. 1906년 74살의 나이에 의병을 일으켜 의병총수로 태인에서 봉기한 면암은, 끝내 일본군에 체포된 뒤 대마도로 유배된다. “한술의 쌀도 한모금의 물도, 왜적의 손에서 나온지라 입으로 먹어 의를 더럽힐 수 없다”며 단식하던 면암은 유배 넉달여 만인 1907년 1월1일(음력 1906년 11월17일) 새벽에 세상을 뜬다.

모덕사 경내엔 면암의 위패를 모신 모덕사(1914년 건립)와 선생이 기거하던 고택 중화당, 영정을 모신 영당(성충사)과 필기구·인장·관복·피혁류·교지 등 128점의 유품을 전시한 대의관(유물전시관), 서책·상소문·서간문 등을 보관한 춘추각 등이 있다.

이밖에 고운식물원, 칠갑산천문대, 천장호 출렁다리, 읍내리석조여래삼존입상, 정산향교, 서정리구층석탑 등도 청양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청양/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청양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 타고 가다 천안교차로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로 바꿔 탄 뒤 공주교차로에서 당진대전고속도로 타고 당진 쪽으로 잠시 가다, 다시 서공주교차로에서 서천공주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청양나들목에서 나간다. 39번 국도 따라 가다 정산면소재지에서 36번 국도 따라 좌회전해, 칠갑산 북쪽 자락 거쳐 청양읍내로 간다.

먹을 곳 장곡사 들머리에 칠갑산맛집 등 산나물비빔밥·정식 등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고, 칠갑산 한치고개 들머리에 칠갑산두메산골 등 두부·청국장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다. 장평면 지천리 충청수산식당은 참게매운탕으로 이름난 곳. 참게매운탕·참게장 정식 2인 4만5000원, 3인 6만원.

묵을 곳 청양읍내 터미널 부근에 허름한 모텔이 몇곳 있다. 칠갑산 북쪽 한치고개 밑에 샬레호텔(7만원)이 있고, 서쪽 자락의 칠갑산자연휴양림에 숲속의집 10동이 있다. 숲속의집 주말 예약은 대부분 마감됐지만, 평일 이용은 가능하다. 산 남쪽 자락(대치면 까치내로)엔 칠갑산오토캠핑장이 있다.

여행 문의 청양군청 문화체육관광과 (041)940-2491, 천장리 알프스마을 (041)942-0797, 장곡사 (041)942-6769.

여행공책

횡성 웰리힐리파크는 1월 한달간 청소년·어린이 초보자를 대상으로 ‘모(母)처럼 좋은 1만원 스키·보드 강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루 세차례(오전 10시, 오후 2시, 저녁 7시30분) 1회 2시간. 강습비 1만원. (033)340-3256.

한화호텔 앤 리조트에서는 2월26일까지 백암온천 겨울 패키지 ‘온천보감’을 선보인다. 주중(일~목요일) 객실 1박과 2인 조식·석식이 제공되고, 투숙 중 온천 사우나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9만원. 모바일앱으로 예약 땐 1만원 추가 할인. (054)787-7001.

롯데호텔 부산은 4월30일까지 다양한 먹거리·볼거리로 구성된 ‘전통시장 패키지’ 상품을 운영한다. 디럭스 객실 1박과 전통시장 상품권(3만원), 롯데시네마 관람권 2매로 구성된 기본 패키지가 21만원부터. 2인 조식 뷔페 포함 패키지는 24만원부터. 세금·봉사료 별도. (051)810-1100.

여행발전소(www.tourplant.co.kr)가 2월3일부터 여행작가 양성 과정을 개강한다. 여행전문기자·사진작가·파워블로거 등의 강사진이 여행기사 작성법, 여행지 취재 요령, 사진 촬영 기초, 포토샵 등을 매주 화요일(1회 2시간30분, 서울 강남역 부근) 12주간 강의한다. 선착순 35명, 수강료 49만원(부가세 제외). 1800-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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