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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1장’, ‘일년에 앨범 하나’ 등 간명한 원칙을 정하면 사진 정리를 시작할 용기가 생긴다. 연도별로 정리된 상자에 사진을 분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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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타일
컴퓨터와 휴대폰 속 쌓여만 가는 사진 정리법
…완벽주의 버리고 가까운 시점부터 분류하세요
‘엄·두·가·나·지·않·는·다.’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사진 폴더에 쌓여가는 사진 앞에서 당신도 이 여덟 글자가 떠오르는가? 3년째 여름휴가 사진은 인화된 사진 한장 없이 파일로만 쌓여 가고, 성장 속도에 따라 앨범을 만들어 주려던 아이는 앨범 한권 없이 다섯살을 맞이한다. 언젠가부터 ‘사진 정리’는 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 됐다. 미루면 미룰수록 더.
예전, 그러니까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에는 사진을 다 찍은 뒤에 원통 모양의 필름을 잘 감아서 카메라에서 빼낸 뒤 동네 어귀에 있는 현상소에 맡기면 끝이었다. 필름 한통이 24장, 36장 등으로 찍을 수 있는 사진 개수가 한정되어 있었으니 다들 아껴 찍었다. 골라서 현상할 수 없으니 그저 다 찾아야 했다. 아껴 찍었으니 버릴 사진도 적었다.
불과 10여년 전 이야기인데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같다. 2015년,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누구의 손안에나 있는 스마트폰은 이제 웬만한 디지털카메라 부럽지 않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고, 몇 번이고 더 찍는다. 별일 없이 보낸 어느 하루의 ‘셀카’ 개수가 20년 전 한달 유럽 여행 사진 개수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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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가득 들어찬 폴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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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고르기 전 사진 선택부터
오래 보관할 목적이면
인화지 이용한 포토북으로 1. 폴더 나누기 전, 생각하라. “나는 누구인가?”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 누군가에게서 받은 사진을 한곳에 취합해놓고 보면 한숨부터 난다. 많은 전문가들은 시간순으로 사진 폴더를 정리하라고 권한다. 일본의 정리수납 컨설턴트 에미는 “연도별로 폴더를 쭉 만든 뒤, 그 안에 월별 폴더를 만들고 그 안에 사진을 ‘전부, 소중, 주저’로 나누라”고 조언한다. 시간 순서는 가장 고민 없이 사진을 분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폴더 구성’이 더 중요하다. <한겨레> 사진기자이자 ‘esc 요리면’을 담당하고 있는 박미향 기자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 생각하고 폴더 구성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맛집 취재를 많이 하는 그는 시간 순서 대신 ‘한식·일식·중식’ 등 키워드 중심으로 폴더를 구성한 뒤 그 안에 연도별로 사진을 분류해 둔다고 한다. 여행을 많이 하는 현창호 ‘찍스’ 부장은 여행지를 기준으로 폴더를 구성한다. 2. 삭제 아니죠, 선택이 우선! 비슷한 포즈로 수십장씩 찍어뒀는데 하나하나 확인해 삭제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어깨가 결린다. 초점이 흔들린 사진도 소중한 추억이 있다면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인지상정. 목표를 정하고 ‘선택’에만 집중하자. 에미는 “한달에 딱 11장만 고르자”고 제안한다. ‘한달에 11장이라는 숫자는 매월 지속하기에 적지도, 넘치지도 않는 양’이라는 설명이다. 선택이 정 어렵다면 컴퓨터에게 맡겨보는 방법도 있다. ‘인공지능 사진 편집 기능’의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구글 플러스’의 ‘하이라이트’ 기능은 비슷한 사진이 많은 경우 색감과 초점,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나왔는지 등을 살펴 잘 나온 몇 장의 사진을 골라 보여준다. 한국후지필름이 최근 출시한 ‘이어 앨범’(Year Album)은 ‘1년 동안 찍은 사진을 5분 만에 한권의 앨범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주인공 얼굴을 선택하면 해당 인물이 잘 나온 사진을 선택해준다. 사진에 저장된 시간, 장소 정보를 통해 알아서 내용을 구성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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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을 책으로 묶은 ‘찍스’의 디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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