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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2.04 20:19 수정 : 2015.02.05 20:29

다양한 ‘루스 핏’의 향연. 1.2 아크네 스튜디오 2015 봄·여름 컬렉션 3. 럭키슈에뜨 ‘럭키걸 바이(by) 장윤주’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매거진 esc] 스타일
스키니 룩 지고 떠오르는 루스 핏 제대로 입기…품은 넓되 길이는 딱 맞게 골라야

‘루스 핏’이 돌아왔다. 단순하고 심심한 옷도 살짝 헐렁하게 입으면 왠지 더 멋져 보이는 시대, 루스 핏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돌아왔다.

10여년 전 아끼던 청바지가 있었다. 유명한 브랜드였고 가격도 꽤 비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빈티지 숍에서 어렵게 발견해, 그나마 덜 비싼 값에 사게 된 걸 위안으로 여기며 열심히 입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바지는 함부로 입고 집 밖을 나설 수 없는 옷이 되었다. 무릎부터 바짓단의 폭이 쫙 넓어지는 ‘부츠 컷’ 청바지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스키니 진을 입는 세상에서 부츠 컷을 당당히 입고 다닐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버리진 않았다. 비싼 바지여서만은 아니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 언젠가 다시 꺼내 입을 날이 오리라 믿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스키니’의 전성시대는 끝났다. 애써 단언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거의 한 세기 동안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던 ‘슬림 핏’이라는 축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 에디 슬리만은 ‘스키니 룩’의 창시자로 불린다. 2000년 그가 디오르 므므의 디자인을 맡으면서 만들기 시작한 극단적으로 슬림한 옷들로부터 스키니 룩의 대유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파리 패션 하우스 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는 여전히 스키니한 룩을 만든다. 하지만 그의 컬렉션에서조차 오버사이즈 외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변모하는 패션 지형도의 방증이기도 하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를 비롯한 트렌드를 이끄는 무리들이 화려한 세부나 패턴보다 간결한 디자인의 옷 위에서 경쾌한 실루엣의 운율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 동시에 자기 생활방식에 어울리는 편안하고 실용적인 옷을 찾는 소비자가 점점 늘기 시작했다는 것. 슬림할수록 멋져 보이던 시절은 그야말로 옛날이야기가 됐다.

다양한 ‘루스 핏’의 향연. 빈폴 레이디스 케이프코트
지난해부터 트렌드의 뜨거운 키워드로 떠올랐던 ‘놈코어’ 열풍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놈코어의 핵심은 이렇다. 우리가 익숙하다고 여기는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형태의 옷을 입는다. 그렇다고 애써 신체적 강점을 드러내지도, 요란한 색을 고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말쑥하고 멋져 보인다. 그렇다. 우리는 이미 화려한 디테일이나 날렵한 실루엣으로만 낸 멋에 질릴 대로 질렸다. 더이상 전신을 옥죄는 스키니한 옷에 몸을 맞출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이 트렌드가 지독한 다이어트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킬 거라 안도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다. 뚱뚱한 사람일수록 몸에 붙게 입어야 더 날씬해 보인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니까. 길고 얇은 몸일수록 헐렁한 옷을 더 쉽게 소화할 수 있다. 그만큼 루스하게 멋내기는 난이도가 더 높다. 루스 핏과 ‘아저씨 핏’은 종이 한장 차이, 더 치밀하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다.

소매는 손 덮지 말아야
바지 길이 정하기 어려우면
접어 입으면서 찾아나가길
색깔 튀지 않고 장식 없을수록 좋아

다양한 ‘루스 핏’의 향연. 자라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
1. 폭은 넓게, 길이는 짧게

루스한 옷을 입을 때 가장 중요한 건 펑퍼짐해 보이지 않는 거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잘못 입은 것처럼 보여선 안 되고, 넉넉한 핏이 그야말로 ‘의도’처럼 보여야 한다. 몸에 딱 맞지 않아도 내 옷처럼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길이다. 소매와 바짓단의 폭이 넓더라도 길이는 넘치지 않아야 한다. 입은 사람의 몸에 알맞은 길이로 재단해야 한다는 것이 루스 핏 룩의 핵심이다.

오버사이즈 코트의 어깨선이 실제 자기 어깨를 벗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소매가 길면 그건 그냥 큰 옷일 뿐이다. 어깨가 넓고 품이 헐렁한 오버사이즈 코트여도 소매길이만큼은 자기 팔에 맞춘 듯 딱 떨어져야 한다.

바지도 마찬가지다. 바짓단의 폭이 넓을수록 제어는 더 힘들어진다. 바지가 신발 위에 살짝 올라서도록, 너무 길어서 보기 흉한 주름이 가지 않도록 길이를 정교하게 맞춰야 한다. 평소에 입던 폭이 좁은 바지보다 더 짧게 재단하는 게 좋다. 옛날에 입던 부츠 컷 청바지를 복숭아뼈 높이까지 싹둑 잘라 입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적당한 길이를 잘 모르겠다면 바짓단을 몇 번 접어 올려 입는 롤업을 도전해보며 절묘한 길이를 찾아 나가는 것도 좋다.

2. 허리는 언제나 허리에 맞게

‘루스’라고 해서 20세기 후반에 유행한 힙합 스타일을 떠올려선 안 된다. 시쳇말로 ‘똥 싼 바지’라고 불렸던, 무작정 헐렁하고 엉덩이의 윤곽이 보일 만큼 축축 늘어지는 옷은 머리에서 지워도 좋다. 지금은 21세기, 힙합 뮤지션들조차 그렇게 안 입는 시대니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품이 넓되 자기 몸에 맞는 옷이어야 한다. 과하게 루스한 것 같은데도 어딘지 모르게 간결한 ‘아크네 스튜디오’의 2015 봄·여름 컬렉션이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사이즈가 큰 옷을 벨트로 졸라매 입는 건 루스 핏이 아니다. 바지의 허리 부분은 반드시 자기 허리에 있어야 한다. 여유로운 골반 라인을 원한다면 플리츠를 잡아 일부러 여유를 준 옷을 골라야 한다. 더 루스한 기분을 내기 위해 바지를 내려 입는 대신, 원래 밑위(허리부터 바짓가랑이 사이의 길이)가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

다양한 ‘루스 핏’의 향연. 루이뷔통 2015 봄·여름 컬렉션.
3. 너비를 제외한 모든 것은 간결하게

평소보다 긴 어깨선, 넓은 소매와 바짓단. 늘어난 옷의 너비로 멋을 내기로 결심했다면 다른 욕심은 버려야 한다. 최대한 튀지 않는 색깔을 고르고 다채로운 장식이나 무늬는 없을수록 좋다. 큼지막한 주머니가 툭 튀어나온 카고 팬츠 대신 밋밋한 치노 팬츠를, 복잡한 패턴을 과감히 넣은 옷 대신 말끔하고 간결한 패턴의 셔츠나 스웨터를 고른다. 몸에 찰싹 달라붙는 옷이 하나도 없는데도 단정함을 잃지 않는 ‘루이뷔통’의 컬렉션을 참고해도 좋다.

4. 어쨌든 일단 편안하게

결국 루스한 멋의 근간은 편안함이다. 애플의 수장이었던 스티브 잡스의 상징적인 옷차림은 놈코어 룩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거론되곤 했다. 아무 장식도 없는 검정 터틀넥, 아주 평범한 그야말로 그냥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 러닝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탈탈 털면 이런 비슷한 옷차림은 수백 트럭쯤은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그 룩을 멋지다 여기는 까닭은 역시 편안함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안락을 충분히 확보한 옷차림, 멋지다는 말을 애써 듣고 싶은 욕망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옷차림. 그것이야말로 루스하게 내는 멋의 가장 올바른 출발점이다.

박태일/프리랜서 패션 에디터, 사진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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