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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라이프
인문학 이어 직장인들에게 불고 있는 글쓰기 서적, 강좌 열풍…글쓰기하려면 독서부터 시작하라
2014년 2월 발행된 책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지음)는 1년새 8만권이 팔렸다. 같은 작가가 같은 해 12월 발표한 <회장님의 글쓰기>도 1월 한달 동안 1만권이 팔렸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장석주 지음),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윤태영 지음) 등 나온 지 한달가량 되는 책들도 눈에 띄게 팔려나가고 있다.
참여정부 홍보수석실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는 백승권씨는 “몇년 전만 해도 한달에 4~5회 정도 글쓰기 강의를 했다면 지금은 매일같이 강의를 한다. 게다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글쓰기 강사로 데뷔하고 있다. 글쓰기강좌 저변이 넓어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도 최근 몇년새 글쓰기 강좌가 2배 정도 늘었다. 지난해 작가 고종석이 글쓰기 강좌를 엮어 <고종석의 문장>을 낸 데 이어 유시민 전 의원도 곧 글쓰기 책을 낸다. 글 좀 쓴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글쓰기를 책과 말로 가르치기에 나선 참이다.
누구나 매일 쓴다. 문명화된 인간의 보편적 도구인 글쓰기를 새삼 배우려는 사람들은 누굴까?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글쓰기 책을 산 사람들을 조사해보니 30~40대의 비중이 전체의 66.1%로 압도적이며 남녀가 반반씩이었다. 보통 여성이 책을 더 많이 사고, 특히 문학은 여성 독자가 80%를 차지한다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글쓰기는 유독 중장년 남성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직장에서 보고서, 이메일 쓰기도 업무능력으로 여겨지면서 실용 글쓰기가 세분화·전문화되는 추세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라이팅 컨설턴트 강원국씨는 “‘보고서를 잘 쓰면 과장 땐 퇴근이 빠르고 부서장 땐 진급이 빠르다. 반대로 보고서를 못 쓰면 퇴직이 빠르다’는 말이 있다. 결국 회사는 보고서로 돌아간다. 그 안에 내공이나 일에 대한 열의가 다 들어 있다. 말단사원은 보고서로 승부해야 하니까 직장인들이 글쓰기 강좌를 통해서라도 배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글쓰기 코치 백승권씨는 “과거엔 홍보팀에서 보도자료를 써줬는데 요즘엔 업무 담당자가 직접 보도자료를 쓰는 쪽으로 바뀌면서 특히 직접 글을 써야 하는 공무원들이 강좌를 많이 수강한다”고 전한다.
에스엔에스로는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해소되지 않는다
종이책 한번 내보고 싶다는
열망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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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케이티앤지 상상마당에서 열린 강원국의 ‘스피치라이팅 매뉴얼’ 강좌. 강원국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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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한 기업체에서 열린 백승권의 ‘기획보고서 및 보도자료 작성’ 강좌. 백승권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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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글쓰기는 □이다
글쓰기는 전쟁이고 고통이고 두려움이지만 강력한 유혹이기도 하다. 글쓰기와 문장에 대한 책을 낸 강원국, 고종석, 장석주씨가 ‘나는 왜 쓰는가’에 답하는 글쓰기의 이유.
“글쓰기는 호객 행위다. 식당 간판(제목)을 잘 달고 메뉴(내용)가 알차야 손님(독자)이 온다. 그러나 맛(재미)이 없고 건강식(효용)이 아니면 외면당한다. 나는 오늘도 식당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내게 글쓰기는 세상을 좀더 살만한 곳으로 바꿔보겠다는 욕망의 소산이었다. 다시 말해 넓은 의미의 정치적 욕망이 내 글쓰기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심미적 욕망도 강하게 개입했다. 투명하고 아름답게 쓰인 정치평론, 그것이 내 글쓰기의 목표였다.”
고종석, <고종석의 문장> 저자
“글쓰기는 밥이다. 날마다 읽고 쓰는 자는 항상 배고픈 자이다. 내면 고갈이 없었다면 글 같은 건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불행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여기까지 온 것은 불굴의 의지 때문이 아니다. 내 안의 끝도 없는 배고픔, 즉 갈망과 고갈이 만든 환각이 나를 ‘백지’라는 바다에 투신하도록 이끌었다.”
장석주,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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