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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04 21:04 수정 : 2015.03.05 09:59

가천리 산자락에 핀 복수초.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진노랑 복수초 흰 너도바람꽃 활짝 핀 완주 가천리 싱그랭이마을 야생화와 화암사 탐방

“싱그럽죠? 우리 마을 이름도 분위기도 그래요.”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싱그랭이마을(요동마을). 마을회관 대형 가마솥에서 순두부를 한바탕 끓여내고 나온 홍성태(50) 마을 운영위원장이 말했다. ‘싱그럽다’고 한 데엔, 마을 이름이 싱그랭이인 것 말고도 한겨울에 이미 봄소식을 예고하는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는, 봄처럼 싱그러운 마을이라는 뜻이 담겼다. 지난주 싱그랭이마을을 찾아가 영하의 추위 속에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는 복수초·너도바람꽃을 만나고 왔다. 노란 복수초와 흰 바람꽃 들은 쌓인 눈 속에서도 꽃을 피워올려, 봄이 오고 있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들이다. 소박한 옛 멋을 간직한 고찰 화암사도 이 마을 산자락에 있다.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는 꽃들과, 꽃다운 절집 화암사를 탐방하며 이른 봄빛을 느껴볼 만하다. 예약하면 사철 뜨끈뜨끈한 순두부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두부 체험 마을이기도 하다.

지난 2월27일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산자락에서 만난 너도바람꽃.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눈 속에서 피는 복수초·너도바람꽃 활짝

완주군 지역은 복수초 군락지가 많은 곳이다. 해마다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산자락 곳곳에서 눈과 낙엽을 뚫고 대를 밀어올려 도드라지게 화사한 진노랑 꽃잎을 연다. 복수초와 함께 눈 속에서 피어나는 너도바람꽃 군락지도 있다. 60여가구 120여 주민이 사는 싱그랭이마을은 그래서 ‘겨울꽃 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사철 꽃이 피니 ‘늘 싱그러운 마을’이라고 주장할 만하다.

그러나 이 귀한 꽃들을 아무 데서나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2월 중순이면 벌써 사진 찍는 이들이 찾아와서 물어요. 하지만 복수초 피는 곳을 알고 있어도 함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싱그랭이마을 홍 위원장은 “예전에 알려줬다가 꽃밭이 쑥대밭이 됐던 경험이 있다”며 “이젠 보호하는 일이 더 급해졌다”고 말했다. 이미 사진가들에게 알려져 있는 일부 군락지를 제외하곤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싱그랭이마을 주변 산자락엔 크고 작은 복수초 군락지가 10여곳이나 된다.

하지만 일반 여행자들이 복수초 무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체험마을 황토방에 숙박 예약을 하는 가족 단위 체험객들은 위원장의 직접 안내를 받아 야생 복수초 무리를 관찰할 수 있다. 자연환경과 생태의 소중함을 함께 배우는 자리다. 싱그랭이마을이 아니더라도, 화암사 오르는 계곡길에서도 복수초를 만날 수 있다. 오솔길 옆 산자락에 씨를 뿌려 조성한 복수초 군락지다. 줄을 쳐 놓아 들어가볼 수는 없지만, 노랗게 피어난 복수초들은 멀리서 보아도 화사한 빛이 도드라진다.

지난 주말 꽃잎을 열기 시작한 이 일대의 복수초는 3월 중순까지 화사한 자태를 선보일 전망이다. 꽃들을 감상하려면, 손놀림도 발놀림도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꽃 한송이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 주변이 다 꽃밭이라고 여기면 된다. 함부로 발을 내디뎌선 곤란하다. 복수초는 햇빛을 받으면 꽃잎을 열고 해가 지면 오므라들므로 햇살이 비칠 때 관찰하는 게 좋다. 복수초(福壽草)의 서양 꽃말은 ‘슬픈 추억’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선 복과 장수를 뜻한다.

이 마을의 한 산자락에서 너도바람꽃 무리도 만날 수 있었다. 두어 평 넓이의 낙엽 깔린 자리에 낙엽들 틈으로 꽃대를 밀어올려 앙증맞은 흰 꽃들을 한창 피우고 있었다. 일부 꽃들은 마른 가랑잎을 뚫고 솟아오른 모습이다.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꽃들이지만 들여다보면, 미세한 바람에도 금세 상처를 받을 듯한 여린 꽃잎 안으로 점점이 박힌 주황빛 꽃술들이 선명하다. 바람꽃의 꽃말은 이름에 걸맞게 ‘사랑의 괴로움’이다.

추위속에 복수초가 막 꽃잎을 열고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복수초나 너도바람꽃이 자생하는 지역은 또다른 야생화들이 줄지어 피어나는 꽃밭이다. 뒤를 이어 개별꽃·노루귀·얼레지 등 예쁜 이름들만큼이나 색다른 자태를 뽐내는 봄꽃들의 잔치가 이어지게 된다. 홍 위원장은 “앞으로 인공증식 과정을 통해, 마을에 자생하는 다양한 야생화들을 방문객들이 손쉽게 관찰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야생화 보호를 위해 주민들을 환경감시요원으로 임명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복수초·바람꽃 군락지 만개
자연환경 훼손 문제로
안내받아 감상해야

가천리 싱그랭이마을의 시무나무(스무나무)와 솟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쩔쩔 끓는 황토방에 묵으며 순두부 체험도

싱그랭이마을에선 일주일에 나흘 정도, 주민들이 재배한 콩으로 순두부를 만들어 군 쪽에서 운영하는 매장을 통해 판매한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황토방(온돌방 2실)에 묵으며 순두부 만들기 체험을 예약하면, 주민들과 함께 직접 순두부를 만들어 먹고 나머지는 모두부를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싱그랭이마을은 안뜸·바깥뜸(주막뜸)·동향동·시우동 네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져 있다. ‘싱그랭이’(옛 이름 신거렝이)란 옛날 마을을 오가던 장꾼과 선비와 관리들이 마을 앞 시무나무(스무나무: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조선시대에 대략 20리마다 심어 마을과 길을 표시했던 나무다)에 낡은 짚신을 걸어놓고 새것으로 갈아신고 떠났던 데서(또는 짚신을 나무에 걸어놓고 팔았던 데서) 비롯한 이름이다. 시무나무 주변엔 일제강점기까지도 주막집이 많아 옛 지명이 주막뜸이었다.

한국전쟁 때 아군과 적군의 공방 속에 대부분의 집들이 불타 고택은 남아 있지 않다. 물가에 늘어선 아름드리 느티나무들과 당산목, 주민들이 산신제를 지내는 독배나무(돌배나무) 등 수백년 묵은 고목들만이 마을의 옛 정취 한자락을 전해준다.

화암사 앞 물길에 도롱뇽이 알을 낳았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꽃바위 절집 화암사 탐방은 필수코스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이 마을의 자랑거리이면서,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집 중 하나로 꼽히는 화암사다. 동향동 마을 거쳐 산길을 잠시 올라 주차장에 차를 대고, 20분쯤 산길 물길 계단길을 걸어 오르면 화암사에 이른다. 드는 길도 아기자기, 만나는 절집도 아기자기하다. 좁고 깊고 축축한 골짜기, 미끄러운 절벽에 설치된 철계단을 걸어 오르면 규모는 작지만 낡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옛 나무집 몇 채가 반겨준다.

버스를 기다리는 싱그랭이 마을 주민들. 하루 여섯 번 버스가 드나든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화암사 우화루.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가장 먼저 마주치는 우화루(보물 제662호) 낡은 기둥들은 찬바람 속에서도 따스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돌계단을 오르면 만나는 대문과 문간채는 최근 새 단장을 해 옛 맛을 잃은 모습이다. 작은 마당에 마주보이는 건물이 2011년 보물에서 국보(제316호)로 승격된 극락전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하앙식 구조(서까래와 지붕 사이를 긴 목재로 받쳐 처마의 하중을 줄인 구조. 중국·일본 건물에 많음)의 건물이라고 한다.

화암사 탐방에 좋은 시기는 온 산에 새순 돋아나고 산벚꽃 피는 봄날이지만, 고색창연한 누마루 우화루와 법당 극락전, 요사채인 적묵당과 산신각 등 당우들과, 장독대·부도 들까지 두루두루 소박하고 아름다워, 사철 언제 만나러 가도 좋은 사찰이다. 지금 우화루 앞마당에 선 청매 가지들엔 작은 새순들이 무수히 돋았고, 계곡 물길엔 도롱뇽·산개구리 알이 즐비해 이미 봄이 코앞에 다가와 있음을 알려준다.

완주/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완주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갈 때 호남고속도로 논산 양촌나들목에서 나가 모촌에서 697번 지방도 따라 양촌·운주 쪽으로 간다. 운주면 소재지에서 우회전해 17번 국도 타고 완주·전주 방향으로 내려가다 원용복마을 용복주유소에서 좌회전해 화암사 팻말 따라 들어가면 가천리 싱그랭이마을(요동)이다.

먹을 곳 싱그랭이마을에 식당은 없고, 마을회관(삼거리 느티나무 앞)에 예약하면 순두부백반(6000원)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순두부 식사를 곁들인 두부만들기 체험은 1판(12모)에 7만5000원. 17번 국도변 용복주유소 옆의 정승댁 식당도 순두부 등을 내는 집이다. 완주에서 순두부로 이름난 마을이 소양면 화심리다. 진안 쪽으로 넘어가는 26번 국도변에 순두부집이 여러 곳 있다. 그냥 순두부를 시키면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얼큰한 순두부(해물순두부·버섯순두부 등)가 나오므로, 흰 순두부를 원하면 따로 주문해야 한다.

묵을 곳 싱그랭이마을 황토방 11~3월 8만원, 4~10월 7만원. 완주 일대 도로변에 모텔들이 있으나, 좀더 깨끗한 숙소를 바란다면 차로 30분 거리의 전주시내 모텔·호텔을 찾는 게 좋다. 덕진구 아중지구(신정2길) 등에 모텔이 모여 있다.

여행 문의 싱그랭이마을 홍성태 위원장 010-3681-8554, 완주군청 문화관광과 (063)290-2613.

여행공책

서브원 곤지암리조트는 스키장 폐장일(3월8일 예정)까지 이용료를 최대 50% 깎아주는 ‘늦겨울 우대 행사’를 펼친다. 3시간권 이상 ‘미타임패스’ 리프트권을 20% 깎아주고, 주말 오전 7~10시 이용(현장 예매만 가능) 땐 40% 깎아준다. 온라인 예매나 신한카드 결제 땐 10% 추가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스키·보드 장비 대여도 40% 싼 1만8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1661-8787.


덕산 리솜스파캐슬 천천향은 봄맞이 우대 행사를 벌인다. 3월 한달간 4인 이상 가족이 모두 같은 옷을 차려입고 오면 전원에게 입장료를 50% 깎아준다. 또 3~4월 두달간 이름에 ‘꽃’·‘화’ 자가 들어 있는 고객도 신분 확인 뒤 반값에 입장할 수 있다. 식목일을 맞아 4월4~5일엔 나무 심은 가족 40% 우대 행사도 곁들인다. 나무·꽃을 심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가져오면 사진 속 가족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


우리테마투어는 3월29일까지 매주 화·금·토·일요일 당일 일정으로 광양 매화마을과 섬진강, 화개장터, 지리산 산수유마을을 찾아간다. 서울 출발. 2만9000원. (02)733-0882.


(사)제주올레와 일본 규슈관광추진기구는 지난달 28일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규슈올레 15번째 구간인 아마쿠사~레이호쿠 올레 11㎞를 개장했다고 밝혔다. 일본 최고의 도자기 원료 산지인 도미오카항 등 일본의 문화·역사·자연을 고루 경험할 수 있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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