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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새만금방조제 도로에서 만난 해넘이. 붉은 노을속으로 철새 떼가 이동하고 있다. 왼쪽 섬이 계도, 오른쪽 섬은 방축도와 횡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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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
전북 군산 신시도 산행과 포구 골목길 기행… 방조제 완공되며 산행객들 부쩍 늘어
높이 199m, 가파른 산길 따라 20여분을 오르자 올망졸망 섬 무리 깔린 봄 바다가 확 펼쳐졌다. 은빛 바다에 흑진주들을 뿌려놓은 듯한 다도해다. 바람은 차가워도, 오후의 햇살은 푸근하고 눈부시게 섬들을 감싸 아지랑이를 피워올리는 듯 아득하다. 오고 가는 통통배에도 낮게 나는 갈매기 떼에도 반짝이는 봄빛이 묻어 있다. 해 지는 쪽, 한 방향으로 흩어지고 겹쳐진 60여개의 섬들, 군산 앞바다의 고군산군도다. 새만금방조제로 연결돼 연륙도가 된 신시도의 최고봉 199봉(주치봉) 꼭대기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바다를 가르고 직진하는 33㎞의 방조제 길 드라이브와, 가벼운 산행으로 서해바다 섬무리 전망을 함께 즐기고 돌아오는, 봄 바다 여행을 떠나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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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도 주치봉(199봉) 옆 봉우리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 섬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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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 63개 섬 중
가장 높은 봉우리지만
선유도 유명세에 가렸던 섬
저물녘 방조제에서
즐기는 해넘이 일품
섬 한바퀴 돌며 봄빛 드리운 섬무리 감상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는 전북 군산시 옥도면에 속하는 63개의 섬무리다. 선유도·무녀도·장자도·신시도 등 16개 섬에 주민이 살고 나머지는 무인도다. 본디 ‘군산’으로 불리던 이 군도가 ‘고군산’(옛 군산)이 된 까닭이 있다. 조선 태조 때 왜구의 노략질에 대비하기 위해 이 섬무리의 중심인 선유도에 수군진을 설치하고 군산진이라 불렀다. 그러다 세종 때 진영을 육지 쪽(현재 군산)으로 옮기면서 이름도 가져갔고, 이 섬들엔 ‘옛 고(古)’ 자를 앞에 붙여 고군산으로 부르게 됐다.
고군산군도 섬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높은 봉우리를 가진 섬이 신시도다. 높은 만큼 전망이 빼어나지만, 방조제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섬들의 중심지 구실을 해온 선유도의 유명세에 눌려 주목받지 못했던 섬이다. 선유도는 무녀도·장자도·대장도와 다리로 연결돼 있어 여행객들로 북적였지만, 신시도는 낚시꾼들만 찾아드는 한적한 섬이었다. 2010년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차를 타고 들어와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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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도 주민들이 모여사는 지풍금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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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객들이 신시도를 둘러보는 탐방로는 정해져 있다. 새만금주차장에 차를 대고, 먼저 199봉에 올라 고군산군도 섬무리를 감상한 뒤 월영재~월영봉~미니해수욕장~대각산~지풍금~제방~월영재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약 9㎞ 거리로, 4시간 남짓 걸린다. 섬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갈 수는 없다. 현재 신시도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와 무녀도로 건너가는 다리가 공사중(2016년 완공 예정)인데, 주민들 차량만 공사중인 도로를 따라 오갈 수 있다.
탐방로엔 신시도의 주산인 월영산에 속하는 주치봉(199m)과 월영봉(198m), 대각산(187m) 등 세 봉우리가 솟았다. 200m를 밑도는 낮은 산이지만 비교적 가파르고, 전망은 빼어난 봉우리들이다. 신라 말 학자 최치원이 노닐었다는 월영봉(월영대)이 더 알려져 있고, 대각산에는 전망탑을 세워놓았지만 가장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곳은 신시도 최고봉인 주치봉이다. 본디 한약재로 쓰이는 풀 ‘주치’(지치·지초·자근)가 많이 나던 곳이어서 주민들은 주치봉으로 부르지만, 정상에는 ‘199봉’이라 적은 표석이 설치돼 있다.
무녀도와 공사중인 다리, 선유도와 방축도, 그리고 길게 이어진 횡경도까지 한눈에 잡히고, 가까이에선 일제강점기에 쌓은 제방과 122m 높이의 앞산, 주민들이 모여 사는 지풍금 마을 일부가 눈에 들어온다. 199봉에서 월영재로 내려가는 길에 만나는 조금 낮은 봉우리에서도 전망이 좋다. 월영봉은 마을에서 볼 때 달이 떠오르는 쪽의 봉우리여서 붙은 이름이다.
산길은 아직 썰렁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뭇가지들마다 작은 새순들이 무수히 돋아, 푸르고 향기로운 새봄을 예약해뒀음을 알 수 있다.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신시도의 산들은 대부분 얇은 판석들이 겹겹이 쌓인 모양의 판상절리대를 이루고 있다. 이것들이 갈라지고 쪼개지며 나타난 뾰족한 돌부리들이 무수히 깔려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탐방로에 도로공사 구간이 있다는 것도 알아둘 점이다. 월영산과 대각산을 비스듬히 가르며 뚫는 도로공사가 진행중이다.
한적한 지풍금 포구 골목길도 거닐어볼만
탐방길에 80가구 330명의 섬 주민들이 모여 사는 포구마을 지풍금(깊은금·깊은기미)에 들러볼 만하다. 20여분이면 마을 골목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골목에는 친절한 어르신들이 기다리고, 담장에선 막 꽃망울을 터뜨린 동백꽃이 반겨준다. 어업과 민박업으로 살아가는 주민이 대부분인데, 아직은 산행객도 낚시꾼도 본격적으로 찾는 철이 아니어서 포구는 한적하기 그지없다.
지풍금은 섬 안쪽으로 깊숙이 파여 만을 형성한 지형에서 나온 지명이다. 신시도엔 민기미·댓기미·소낭기미·제죽기미·개죽기미 등 움푹 파인 지형이 아홉개가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기미가 아홉개밖에 안 되아요. 10개가 되면 왕이 날 수 있는 터다 하는 말이 있는데, 딱 한 개가 모지래.” 8대째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신시도 토박이 박덕래(81)씨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박씨는 방조제 건설로 새로운 ‘기미’가 보태진 셈이라며, 이제 신시도 주민들도 살기 좋아지지 않겠냐고 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다. 포구 슈퍼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도로공사를 하면서 월영산과 대각산 줄기가 둘로 갈라져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차를 타고 육지까지 오갈 수 있어 편해졌지만, 섬이 본모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도로공사를 한 뒤로 산행객도 줄고 낚시꾼도 줄었다”고 했다. 도로가 개통되고 무녀도로 이어지는 다리가 완공되기를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기다리며 주민들은 봄 산행객·낚시꾼 받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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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6명인 신시도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복도로 들어서고 있다. 이 학생은 “2학년은 3명이에요. 저까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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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슈퍼를 지나 팽나무슈퍼 언덕을 넘어가니, 바다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초등학교가 나타난다. ‘미래를 바라보고 푸른 꿈을 키우는’ 신시도초등학교다. 물오른 벚나무가 한 그루 선 학교 정문과 담장으로 펼침막 2개가 나란히 내걸려 바닷바람에 한껏 부풀어 있다. ‘입학생 환영’ 펼침막엔 초등생 1명, 유치원생 1명의 이름이, ‘부임 교사 환영’ 펼침막엔 4명의 선생님 이름이 적혔다. 올 입학생까지 초등생 6명에 유치원생 3명, 선생님은 모두 7명인 학교다.
‘꿈이 있는 과학실’ 문이 빼꼼히 열리더니 공책을 옆에 낀 여자 어린이가 나왔다. 이름표를 보니 새로 입학한 1학년생이다. “안녕하세요~” 두 손을 앞으로 모아 허리 굽혀 공손히 인사하고는 복도 쪽으로 팔랑팔랑 내달린다. 뒷모습이 푸릇푸릇한 새순처럼 싱그럽다.
초등학교 지나면 펼쳐지는 갯벌은 주민들이 사철 바지락·굴·낙지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곳이다. 지풍금 포구 체험안내소에서 신청을 하면 바지락이나 굴 채취 체험(1인 5000원)을 할 수 있다. 호미·장화 등을 빌려준다. 섬엔 되내기샘 등 주민들이 이용하던 샘터가 2~3곳 남아 있고 남쪽의 당산엔 옛 사당터가 있다.
신시도에 들고 나는 때가 저물녘이고 맑은 날씨라면 방조제에서 해넘이를 지켜볼 만하다. 횡경도와 방축도, 계도 사이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해가 아름답다. 방조제 도로엔 주차장이 마련된 쉼터가 2곳 있다.
신시도(군산)/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신시도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 이용해 군산나들목에서 나가 비응항 거쳐 새만금방조제로 간다. 신시도까지 방조제 길이는 약 15㎞, 차로 20분쯤 걸린다. 신시도까지 운행하는 버스편은 없다. 신시도에서 부안 변산반도까지도 20분 거리다. 지풍금 마을까지는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없다. 월영재를 넘거나 공사중인 도로 따라 걸어야 한다. 도보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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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바지락죽’의 바지락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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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곳 신시도에 민박과 식당을 겸하는 곳이 많으나, 본격 낚시철이 시작되는 4월 이후부터 운영하는 곳이 많다. 슈퍼에선 꽃게라면을 끓여준다. 군산 쪽 새만금방조제 들머리 비응항 주변에 횟집이 즐비하다. 수산물시장도 있다. 부안 변산반도로 나간다면, 변산면 운산리 고사포해변의 ‘명인 바지락죽’에서 바지락죽(사진)·바지락회비빔밥을 먹어볼 만하다. 신시도 주차장의 새만금휴게소나 선착장 옆 새만금명성휴게소에서 간식류를 먹을 수 있다.
묵을 곳 군산이나 부안 변산반도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신시도에 허름한 민박집이 20곳 가까이 있으나, 대부분 낚시·식사·숙박을 묶어서 판매한다. 배낚시와 다인실 숙박, 3끼 식사 포함해 1인당 10만원이다. 군산 비응항 주변에 모텔급 호텔이 많다.
여행 문의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34.
여행공책
카타르항공은 3월13일(금)까지, 세계 140여개 노선 항공료를 최대 35% 깎아주는 ‘글로벌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4월1일~7월10일 여행 완료 조건으로, 서울 출발 유럽행의 경우 세금·유류할증료 포함해 이스탄불 79만원대, 마드리드 95만원대, 베네치아 98만원대부터 가능(이상 이코노미석 왕복권 기준)하다. 누리집 참조.
원주 오크밸리는 4월부터 시작할 ‘양평~오크밸리 남한강 자전거로드 라이딩 패키지’ 운영에 앞서, 3월21일 1박2일로 진행할 시범운영 무료 체험단을 모집한다. 15일까지 누리집을 통해 4명 단위로 신청받아 총 10팀을 추첨해 선정한다. 발표 17일. 선정된 참가자들에겐 콘도 1박, 한식당 저녁식사, 아침 뷔페, 사우나권을 제공한다. 070-7601-1141.
정선 하이원리조트는 막바지 스키 여행객을 위한 ‘스키프리 패키지’를 판매중이다. 35평형 콘도 1박에 당일 리프트권 2장이 제공된다. 요금은 투숙 일자에 따라 8만~15만원.
한국관광공사(사장 변추석)가 서울에서 강원도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했다. 공사는 3월10일 원주시 새 사옥에서 변추석 사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기선 국회의원, 원창묵 원주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전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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