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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클래스를 참관한 국내 셰프들. 왼쪽부터 김대천, 박세민, 유현수, 유창준, 이준, 권우중, 김은희, 이현희, 임기학, 최현석, 장진모, 오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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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50 부대행사로 열린 마스터클래스 참관기
염소의 뇌를 본 적이 있나요?
요리사가 아니고는 상상도 못할 식재료다. 지난 9일(현지시각) 싱가포르의 요리학원 ‘앳 선라이스 글로벌셰프 아카데미’에서는 인도 출신 요리사 가간 아난드가 국내 내로라하는 셰프들 앞에서 염소 뇌로 요리를 했다. 그가 만든 음식은 ‘인디안 푸아그라 마카롱’. 그의 요리강의는 싱가포르에서 이날 밤 9시30분께 발표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이하 A50B)의 관련 행사였다.
국내 식당으로는 서울 청담동의 ‘정식’(정식당의 영문이름)이 10위에, 신사동의 ‘류니끄’가 27위에, 신라호텔의 ‘라연’이 38위에 올랐다.(▷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선정된 한국 식당 3곳) 이번 행사에는 내로라하는 국내 셰프 10명이 참석했다. 행사의 일환인 마스터클래스 등을 듣고, A50B의 중국·한국 담당 심사의장인 보리스 유와 간담회 등을 했다. 셰프 참가단은 한식재단이 꾸렸다. 한식재단 김동희 사무총장은 “국내 셰프들이 마스터클래스 등에 참여해 세계적인 셰프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결성했다”고 말한다. 그는 “심사위원들에게도 든든한 셰프 군단이 국내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4회 행사에서 더 많은 국내 식당이 순위에 올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에는 순위 후보로 선정된 레스토랑 관계자들과 후원사들이 초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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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간 아난드 셰프가 시연하고 있다.(한식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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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메뉴
고기처럼 갈아 낸 당근요리
한식 세계화를 연구하는
셰프들에게 영감 줘 대니얼 훔은 레스토랑 경영자와 셰프의 협업에 관한 얘기로 시작했다. 그는 준비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자신의 레스토랑에 설치된 설비라고 했다. 사진에는 시뻘건 생고기를 갈아내는 기계가 식탁에 고정되어 있고, 10가지 소스가 갈아낸 빨간 음식과 함께 접시에 담겨 있었다. 자세히 보니 빨간색의 먹거리는 고기가 아니다. 놀랍게도 당근이었다. 그는 “뉴욕에는 유명한 비프 레스토랑이 많다. 우리는 그 비프 대신 당근을 쓴다. 뉴욕의 땅은 질 좋은 당근을 생산하기에 매우 적합하다”며 “프렌치 식당에는 보통 육회 타르타르를 메뉴로 내놓는다. 우리는 당근 타르타르를 만든다”고 말한다. 고기요리를 만드는 조리법을 육류가 아닌 채소에 적용해 셰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준 셰프는 “로컬 재료(뉴욕의 당근)에 대한 존중과 그 역사까지도 같이 메뉴에 버무리는 점이 인상에 남았다”고 평했다. 가간 아난드의 강좌는 어떠할까? A50B는 트렌드를 이끄는, 창의적인 음식을 내놓는 레스토랑에 좋은 점수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날 그가 선보인 ‘인디안 푸아그라 마카롱’에는 이름과 달리 푸아그라(거위 간)는 들어가지 않는다. 염소의 뇌를 갈아 푸아그라의 맛을 재현했다. 인도의 전통 향신료인 가람 마살라 등도 들어갔다. 푸아그라는 프랑스 음식에 잘 들어가는 재료다. 푸아그라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짜’지만 그 맛을 염소의 뇌로 거의 똑같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진짜’다. 유현수 셰프는 “식재료가 다양한 한식에서 요리 방식을 어떻게 색다르게 바꿀 것인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한식도 매운맛, 발효의 맛 등 강한 맛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과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조리하는 법을 고민하게 되는 기회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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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훔이 설명한 당근요리 조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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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훔이 강의한 ‘뉴욕식 피크닉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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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셰프들이 시연한 세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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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도 반한 싱가포르의 맛
미식의 도시 싱가포르는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일본 등의 아시아권 요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서양음식도 발달한 나라다. 지역별로 발달한 푸드코트는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 길거리 음식도 인기가 많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국내 셰프들은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A50B) 참가 기간 동안 조를 짜서 싱가포르의 맛을 여행했다. 입맛 까다로운 셰프들을 사로잡은 싱가포르 맛집들을 꼽았다.
레자미(Les Amis)
올해 발표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3위를 한 레스토랑. 프랑스 유명 요리사인 조엘 로뷔숑 아래서 17년간 총괄 셰프로 활동한 세바스티앵 레피노이가 연 곳. 프랑스인인 그는 15살부터 요리사의 길에 들어섰다. 요리사 출신 한국인 아내 이영희씨와 함께 운영. 세계 10곳 정도의 레스토랑에서만 쓴다는 고급 버터 사용. 깊이있는 전통 프랑스 요리를 선보여 명성이 높다.(1 Scotts Road, #02-16 Shaw Centre, Singapore 228208/ +65 6733 2225)
롤란드 레스토랑(Roland Restaurant)
싱가포르의 대표 음식인 칠리크랩을 처음 시작한 곳으로 알려진 해산물 위주의 레스토랑. 칠리크랩은 토마토 칠리 소스의 걸쭉한 양념과 함께 볶아낸 요리로 싱가포르 대표 음식. 칠리크랩뿐만 아니라 베이징덕 등 다양한 음식이 있다.(89 Marine Parade Central # 06-750, Singapore 440089/ +65 6440 8205)
신 호이 사이 시푸드 레스토랑(Sin Hoi Sai Seafood Restaurant Pte. Ltd)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해산물레스토랑. 싱가포르의 매운 게요리인 칠리크랩이 주메뉴. 관광객들보다 현지인들에게 더 알려진 유명한 식당.(Block 55, Tiong Bahru Road #01-59, Singapore 160055 / +65 6223 0810)
송 파 바쿠테(Song Fa Bak Kut Teh)
싱가포르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바쿠테를 하는 곳. 바쿠테는 일종의 돼지갈비탕 같은 것으로 마늘·계피 등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간다. 20~30분은 줄을 서야 겨우 들어갈 정도로 싱가포르에서 인기가 많은 곳.(11 New Bridge Rd #01-01, 싱가포르 059383/+65 6533 6128)
티플링 클럽(The Tippling Club)
올해 발표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36위를 한 레스토랑으로 오너 셰프인 라이언 클리프트가 운영한다. 실험적인 음식과 칵테일로 유명하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도 있다.(38 Tanjong Pagar Rd, Singapore 088461/+65 6475 2217)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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