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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01 21:10 수정 : 2015.04.02 14:04

[매거진 esc] 요리
수입 제품 주도하던 시장에 롯데·일화·한국 코카콜라·남양 등 가세… 위스키, 전통주에도 잘 어울려

<내가 만난 술꾼>, <술꾼의 품격> 등 여러 권의 책을 낸 애주가 임범씨는 칵테일을 만들 때 탄산수를 자주 넣는다. “일반 물을 넣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근 탄산수의 인기가 높다. 카페에서도 커피 대신 탄산수를 주문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생수시장에서 탄산수 판매 성장세가 가파르다. 롯데마트가 낸 자료를 보면, 2012년 전체 생수시장에서 대략 3.7%를 차지하던 탄산수가 지난해 10%를 넘었다고 한다. 두드러진 점은 페리에 등 수입 탄산수가 주도하던 시장에서 국내 탄산수가 급성장했다는 점이다. 2012년에 견줘 국내 탄산수 판매는 4배가량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의 ‘트레비’, 일화의 ‘초정탄산수’, 한국코카콜라의 ‘씨그램’, 하이트 진로의 ‘디아망’ 등 브랜드도 많아졌고, 최근에는 남양유업의 ‘프라우’까지 가세했다. 가정용 탄산수 제조 정수기 판매도 활발하다.

하이트 진로의 탄산수인 디아망.
탄산수는 탄산가스(CO₂)가 용해된 물이다. 페리에, 초정탄산수처럼 지하에서 끌어올린 천연 탄산수도 있고, 트레비처럼 정제수에 인위적으로 탄산가스를 첨가한 것도 있다. 롯데호텔서울의 워터소믈리에인 공승식 지배인은 “소화 촉진에 도움이 된다”며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고기류와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서구식으로 바뀐 우리 식단이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은 탄산수의 점유율이 적게는 30%, 많게는 70%가 넘는다. 와인 맛에 길들여진 유럽인들은 샴페인과 비슷한, 톡 쏘는 탄산수가 맛있다고 생각한다.

탄산수는 주입하는 탄산가스의 질에 따라 맛이 다르다. 공 지배인은 “고순도의 탄산가스일수록 기포의 크기가 작고, 향이 적고 자연 탄산수에 근접해 있다. 천연 탄산수는 부드럽고 단맛이 좀 더 강한 편이다. 때로 토양의 맛이 강하게 풍기기도 한다”고 말한다. 탄산수의 칼로리가 제로인 점도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이어트 열풍과 맞닿아 있다. 인기 방송프로그램에 노출시킨 마케팅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트레비는 <꽃보다 청춘>에, 씨그램은 <삼시세끼 어촌편>에 피피엘(PPL·간접광고)로 등장했다.

고기류에는 탄산수
생선류에는 일반 생수가 어울려
소화촉진 도움되지만
위 약한 사람들에게는 독

탄산수가 특별히 다른 생수보다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공 지배인은 “건강에 특별히 좋다는 과학적인 증명은 없다. 소화 촉진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나 과하게 마시면 오히려 위 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위벽이 약하거나 위산 분비량이 많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채식 음식에는 오히려 일반 생수가 잘 맞는다고 말한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스테이크 등 고기류는 탄산수가, 생선요리는 해양심층수, 빙하수, 광천수 등 일반 생수가 어울린다.

요즘 탄산수를 커피나 양주 등에 섞어 먹는 이들이 있다. 그는 “커피는 탄산수가 오히려 맛을 해치지만 레모네이드처럼 과일류 음료에 타 먹으면 상쾌한 맛을 증가시켜 맛있다”고 한다. 위스키 등에는 얼음보다 탄산수가 낫고, 문배주 같은 우리 전통 증류주나 막걸리와도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다만 탄산가스의 성질상 취기를 빨리 부르는 단점이 있다. 각종 칵테일에도 탄산수는 상큼한 맛을 상승시킨다. 한때 서울 일부 여성들이 탄산수로 세수를 한다는 얘기가 퍼진 적이 있었다. 공 지배인은 “피부 안의 각종 기름기를 빼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생수는 마시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생수가 첫선을 보인 때는 1976년이다. 미군부대에 ‘다이아몬드’라는 생수가 납품되면서부터다. 88올림픽 때 잠깐 판매가 허용되었다가 올림픽이 끝나고 금지됐다. 먹는 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이 땅에 생수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4년 대법원이 ‘생수 판매 금지는 위헌이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부터다. 이전에는 주로 수돗물이 식수였다. 샘물이나 하천, 지하수를 먹던 우리 민족이 수돗물을 마시게 된 것은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3년 미국인 콜브란과 보스트윅이 고종 황제로부터 상수도 시설에 관한 특허를 얻어 시설을 1908년에 만들면서부터다. 당시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종로, 중구, 용산 등지에만 공급되었다. 지역에 거주하던 부유한 이들은 자랑스럽게 대문에 ‘수돗물’이라는 문패를 달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에는 ‘워터바’, ‘물 카페’ 들이 생겼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2009년부터 워터바를 운영하고 있다. 수백가지 생수가 진열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매장 직원은 디자인도 천차만별인 생수의 맛과 원산지들을 설명해줘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 물도 이제는 골라서 ‘먹는 시대’다. 생수병 수집이라는 신종 취미도 생겼다. 에비앙은 매년 향수병처럼 고급스러운 한정판 병을 생산해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영국의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디자인해 생산한 한정판 에비앙 500㎖ 한 병 가격은 2만5000원. 고가지만 금세 동이 났다.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박은 병도 등장했었다.

그 많은 생수 중에 어떤 걸 고를까? 공 지배인은 성분표를 확인하라고 한다. “미네랄 성분이 15% 안팎인 것이 좋다”며 “약간 쓴 듯한 물맛이 나는데 아이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도 향과 바디감(물 무게감)이 있다. 그 차이는 미네랄이 결정한다. 공 지배인은 “미네랄 함량이 많을수록 향이 강하고 바디감이 무겁다”고 말한다. 여러 종류의 물을 시음해보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물은 제주 삼다수라고 한다. 프랑스인들이 와인이 익숙해 탄산수를 좋아하듯이 한국인들이 그동안 마셔온, 미네랄이 상대적으로 적은 물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물을 맛있게 먹는 온도는 6~7도이고 유통기간은 6개월 정도다. 생수는 개봉한 지 하루만 지나도 수만마리의 세균이 번식할 수도 있어 뚜껑을 따면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도서 <물 전문가는 어떤 물을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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