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고흥 천등산에서 바라본 남서쪽 해안 풍경.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
[매거진 esc] 여행
고흥반도 봄꽃여행…바다 전망 빼어난 천등산과 금탑사 비자나무숲 거쳐 남부해안 드라이브
남해안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전남 고흥반도. 순천만(여자만)과 보성만 사이, 자루처럼 늘어진 반도 모습을 고흥 주민들은 ‘복주머니’ 형상이라고 자랑한다. 반도가 시작되는 벌교에서 고흥반도의 남쪽 끝 도화면 내촌리까지 100㎞ 가까운 먼 거리인데, 반도 들머리 목 부분의 가장 좁은 구간은 너비가 3㎞에 불과해, 과연 끈을 바짝 조인 복주머니 모습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고흥반도는 본디 닭발 모습이었다. 여기저기 깊은 만이 형성돼 닭의 발가락처럼 갈라진 반도였다. 곳곳에 방조제가 건설되고 간척지가 생기면서 ‘닭발’은 ‘복주머니’ 형상이 됐다고 한다. 기암들이 즐비한 다도해국립공원과 반도를 둘러싼 160개의 섬 무리, 팔영산으로 대표되는 경관 좋은 바위산들을 갖춘 반도에, 국내 유일의 인공위성 발사 기지인 나로우주센터까지 들어섰으니 주민들 자랑처럼 “복주머니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곳곳에 그림 같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해서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도 불리는 고흥 땅, 그중에서도 덜 알려지고 더 그림 같은, 숨어 있는 봄 풍경을 만나보고 왔다. 수도권에서 보면 머나먼 남도 끝자락 여행이지만, 복주머니 속 꽃다운 봄날을 누리는 여정이다.
천등산 진달래꽃길에서 바라보는 봄 바다
고흥엔 경관 빼어나고 전망 좋은 바위산들이 많다. 암릉 산행의 묘미를 맛보기에 최고라는 팔영산(609m)과 능선에 올망졸망 모인 바위들이 꽃처럼 아름답다는 마복산(마북산·535m), 삼나무숲이 아름다운 외나로도 봉래산(410m)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 남부에도 암릉으로 이뤄진 멋진 산이 있다. 풍양면·도화면·포두면 경계에 솟은 천등산(554m)이다. 5월께 산 남쪽 자락을 덮는 철쭉 말고는, 경관에 비해 덜 알려진 바위산이다. 벼락산(별학산·340m)과 딸각산(월각산·429m)을 옆에 거느리고 길게 늘어선 바위 능선이 바닷가에서 바라봐도 아름답고, 산에 오르면서 봐도 멋진데, 올라가 내려다보는 바다 경치는 더 그림 같은 산이다. 정상 부근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뤄져 있지만, 산의 맨 꼭대기는 암릉 옆 완만한 능선 위에 자리잡고 있어, 정상까지 다양한 코스의 산행이 가능하다.
가장 발품을 덜 파는 구간이 철쭉동산에서 오르는 코스다. 1㎞가 채 안 되는 30분 거리의 완만한 코스로, 철쭉동산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무데크를 따라 오르면 정상에 이른다. 본격 산행객들은 풍양면 송정리 송정마을회관 쪽에서 올라 석문(월각굴·베틀굴)을 보고 딸각산(월각산) 정상~천등산 정상~사동마을을 잇는 코스(4~5시간)를 탄다. 산 동쪽 자락의 금탑사에서 오르는 다소 가파른 코스도 있다. 정상에 오르면 풍남리·송정리 들판과 앞바다의 거금도를 비롯한 섬 무리, 그리고 깊이 파고든 해안선과 바다가 중첩돼 이어지며 반짝인다. 맨 꼭대기를 신선대라 부르는데,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던 곳이라 전해온다.
사동마을과 철쭉동산을 잇는 임도 중간의 사스막(사스목)고개에 차를 대고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도 있으나, 중반 이후 구간이 바위절벽을 타고 넘어야 하는 매우 험한 코스여서 일반인들은 많이 찾지 않는다. 하지만 암릉 밑 부근까지는 완만한 흙길인데다 지금 진달래가 한창 피어 꽃길을 이루고 있다. 암릉 밑 바위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해안 쪽 전망도 근사하고, 괴불주머니·제비꽃 등 야생화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천등산이란 이름은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바위 능선에서 나왔다고도 하고, 금탑사 등 산자락에 있던 여러 절에서 1000개의 등을 만들어 제를 올린 데서 비롯했다고도 전해온다. 천등산은 극심한 가뭄 때 기우제를 올리던 산이었다. 산 동쪽 자락 동백마을에서 만난 한 어르신(80)은 “내 젊을 때만 해도 비가 안 오면 주변 마을 주민들이 함께 천등산에 올라가 기우제를 지냈다”고 말했다. 조선말 흥양현(옛 고흥) 현감으로 부임했던 김홍집도 가뭄이 들자 천등산에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때 그가 썼던 기우제 제문이 전해온다. 조선시대 천등산엔 소나무가 많아, 선박용 목재 확보를 위해 벌채를 금하기도 했다.
발치마다 붉은 꽃융단 이룬동백숲도 아름답고
매화·벚꽃·삼지닥나무꽃 들이
금탑사 절간을 아늑하게 해준다 비자나무숲 지나 금탑사 봄꽃나무 그늘로
|
일제강점기 금융조합 건물인 고흥 풍양농협, 천등산 자락 금탑사 경내에 핀 벚꽃과 홍매화·삼지닥나무꽃, 금탑사 극락전(왼쪽부터).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
고흥 여행 정보
가는 길 중부권에서 호남고속도로~익산분기점~익산·포항고속도로~완주분기점~순천·완주고속도로~동순천~남해고속도로~고흥나들목. 15번 국도 따라 고흥읍으로 간다.
먹을 곳 고흥엔 장어를 내는 식당이 많다. 여름철 참장어(하모)가 이름 높지만, 봄철 고흥 주요 해산물 먹거리는 붕장어(아나고)·낙지·삼치·주꾸미·간재미·바지락 등이다. 4월 말부터 6월까지는 서대가 많이 난다. 읍내나 면소재지 대부분의 식당에서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 풍성한 반찬이 곁들여지는 백반·정식 상차림(사진)을 만날 수 있다. 도화면소재지의 중앙식당·도화식당·바다식당, 도양읍 녹동신항의 남일식당, 풍양면 풍남리 삼해관광횟집 등.
묵을 곳 고흥읍내와 도양읍 녹동항 일대에 모텔이 많다. 풍남리 해안의 풍남파크는 해변과 수목 우거진 잔디밭까지 갖춘 펜션식 숙소로, 여름이면 방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도화면 발포해변엔 고흥 유일의 호텔인 빅토리아호텔이 있다.
고흥우주항공축제 4월24~26일 국내의 대표적 우주항공 체험 테마축제인 고흥우주항공축제가 박지성종합운동장과 나로우주과학관·청소년우주체험센터·우주천문과학관 등에서 벌어진다. 모형로켓 발사 체험, 에어로켓 만들기 체험, 미니로봇 체험 등 우주항공 체험행사와 모터 패러글라이딩 시연, 스페이스 매직쇼, 유등 전시 등 볼거리가 마련된다.
여행 문의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30-5347, 우주항공축제 (061)830-5305.
|
|
여행공책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5월1일(금)~14일(목) 2주 동안 ‘봄 관광주간’을 시행한다.
각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기업이 함께 전국에서 3000여개의 국내관광 할인행사와 지역별 17개 대표 프로그램을 마련해 제공한다. 할인행사엔 호텔·리조트 등 1411곳의 숙박업체와 148곳의 농촌체험휴양마을, 28곳의 국립공원 야영장, 4대 고궁과 종묘 등이 참여한다. 할인율은 10~50%로 다양하다.
지역별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전주한옥마을 특산품장터·한복데이·달빛걷기, 광주 명인 테마 코스, 대전 유성온천문화축제·이팝꽃거리와 연계한 ‘힐링온천 가족체험여행’, 제천 한방스파투어, 대구 시티투어 등과 연계한 ‘대구 어디까지 가봤니’, 섬숙박·등대숙박 등 ‘내 마음에 쉼표 인천섬’, 강원 공지천의 야간 조명 카누쇼 등 ‘가족과 함께하는 호수 별빛나라’ 등이 마련됐다.
상세 내용은 관광주간 누리집(spring.visitkore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가을 관광주간’은 10월19일~11월1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