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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고 맥락없지만 웃긴 ‘병맛’ 문구·소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롯데백화점 건대점에 입점한 캐릭터 상품 편집숍 ‘놀다가게’.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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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타일
청소년들에게 인기 상한가 ‘병맛’ 문구, ‘병맛’ 팬시용품의 세계
손거울엔 딱 봐도 순정만화 여주인공인 웹툰 ‘소녀의 본능’ 속 소녀가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니♥ 답은 나♥’라며, 자신의 미모에 흠뻑 취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다. 편지봉투와 선물상자엔 ‘뇌물’, ‘딸랑딸랑’, ‘선물’이 궁서체로 진지하게 새겨져 있다. 필통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거야!’라고 공부를 재촉하고, 앞면에 ‘오늘 힘들었지? 기운내’라고 적힌 카드는 뒷면에서 ‘왜냐하면 내일은 더 힘드니까! ㅋㅋㅋㅋ’라며 냉정한 현실을 웃음으로 깨닫게 해준다.
‘병맛’. ‘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로, 맥락 없고 황당한데 재미있는 걸 이른다. 드라마 <초인시대>나 영화 <킹스맨>, 이말년 작가의 웹툰 등이 병맛의 범주에 들어간다. 한마디로, 애써 머리를 써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쓱 보면 “큭큭큭” 웃음보가 터지는 그런 느낌이다. 이런 병맛이 문구·팬시용품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문화의 거리 한가운데서 젊은 디자이너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즐길 수 있는 서울 인사동 쌈지길을 오르다 보면 ‘놀다가게!’라는 간판을 만나게 된다. 재미난 문구류와 팬시용품을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인데, 주력 제품군이 병맛이다. 지난해 9월 개장한 이곳 1호점을 시작으로 ‘놀다가게’는 현재 전국에 10개 직영 매장을 열었고, 교보문고 핫트랙스, 영풍문고, 오피스 디포 같은 대형 서점·사무용품점에도 입점했다. 공격적인 확장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고객의 호응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성장세다. ‘놀다가게’의 이동익 부장은 “좀 무리를 해서 직영 매장을 늘린 건 맞지만, 장사가 안됐으면 이렇게까지 진행하진 못했을 것”이라며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야, 여기 골때린다’며 발걸음을 멈출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업체 쪽에서도 입점 문의가 많다”고 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가장 늦은 거야’
‘오늘 힘들었지? 기운내
왜냐하면 내일은 더 힘드니까’
어처구니없고 실없는 병맛코드
웹툰세대에 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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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8’의 부채.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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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8’의 노트.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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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가게’에서 판매중인 ‘웹툰샵’의 인형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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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팍스’의 손전화 케이스. 디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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