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5.20 20:22
수정 : 2015.05.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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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순 악슬라산 전망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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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노르웨이 중서부 피오르 여행
화재의 폐허 위에 세운 아름다운 소도시 올레순과 설산·호수의 조화 돋보이는 로엔 탐방
노르웨이 서부 해안을 따라 흩어진 섬과, 내륙 깊숙이 가지를 뻗어 파고든 피오르, 설산 사이로 촘촘히 흩어진 호수들 경관은 비행기에서 내려다봐도 아름답고 유람선으로 둘러봐도 감동적이다. 이 경관을 더 흥미롭게 즐기는 방법이 그곳에 얽힌 사람살이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경관마다 주민들 애환이 깃들지 않은 곳이 없다. 노르웨이 중서부 해안 3박4일 드라이브여행 중에 만난 항구도시 올레순과 산중 피오르 로바트네트 호수도 그런 곳들이다.
1904년 겨울 큰불 나
목조건물 800여채 소실
젊은 건축가들 나서
3년 걸쳐 대리석·벽돌 건축물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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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순 등대와 저녁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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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뒤 아르누보 도시로 거듭난 올레순
노르웨이 피오르 지역을 여행하며 자주 접하는 지명이 ‘~순’과 ‘~달’이다. 순(sund)은 수로(물길)를, 달(dal)은 골짜기를 뜻한다. 둘 다 피오르 지형에서 비롯한 지명이다. 노르웨이 중서부 항구도시 올레순(올레는 ‘장어’를 뜻한다)도 그렇다. 스토르피오르와 예이랑에르 피오르로 들어서는 물길의 들머리다. 4만2000명이 사는 올레순은 7개의 섬에 마을이 형성돼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북유럽의 베니스’로도 불리는 이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악슬라 산 전망대다. 도심에 빼곡하게 들어선 깔끔한 건물들과 항구로 드나드는 크고 작은 유람선, 그리고 다리로 이어진(해저터널로도 이어진다) 주변 섬들이 매혹적인 풍경을 펼쳐 보인다. 전망대 건물엔 카페가 들어서 있어, 간식이나 차를 들며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올레순에 흔히 붙는 수식어가 ‘아르누보의 도시’다. 도심의 건축물들이 아르누보 양식(19세기말~20세기초에 세계적으로 유행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1904년 겨울 큰불이 나, 목조건물로 이뤄진 도시 전체가 불탔다고 한다. 800여채의 집이 소실된 뒤, 당시 아르누보 양식에 영향을 받은 젊은 건축가들이 대거 참여해 도시를 재건했다. 3년에 걸쳐 350채의 대리석·벽돌 건축물이 완성됐다.
거리를 걷노라면 둥글고 뾰족한 첨탑, 건물의 벽면과 출입구를 장식한 덩굴식물 무늬와 인물상·동물 무늬 등 자연에서 얻은 소재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건축물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아치형 창문들과 층별로 다른 모양의 창문들도 아르누보 건축 양식의 특징이라고 한다.
해저터널로 이어진 주변 섬들로 차를 몰아 섬 탐방에도 나서볼 만하다. 시내에서 658번 도로를 타면 엘링쇠위아 섬과 발데뢰위아 섬, 이스케(Giske) 섬을 거쳐 고되위아 섬까지 갈 수 있다. 4㎞ 안팎 길이의 해저터널 3개를 지나야 한다. 터널은 오르막·내리막 구간과 굽잇길이 많아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해저터널에서 빠져나올 때마다, 목초지와 완만한 언덕에 자리잡은 예쁜 집들이 즐비한 각 섬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다.
산꼭대기에 거대한 산중호수가 자리잡고 있는 고되위아 섬 남동쪽 끝에는 획스테이넨(호그스타이넨·Hogsteinen) 등대가 있다. 19세기 중반, 노르웨이의 유명 등대 건축가인 올레 가멜세테르가 만든 것이다. 그는 노르웨이 해안 전역에 등대를 세운 사람이다. 이 바닷가에서 옛 고분 흔적과 두 개의 커다란 빗돌도 만날 수 있다. 고되위아 섬엔 둘레길이 없어, 섬을 한바퀴 돌 수는 없다.
대규모 산사태·해일 덮친 로바트네트 호수
예이랑에르 피오르 남쪽에 형성된 노르피오르의 맨 안쪽 끝에 작은 휴양마을 로엔이 자리잡고 있다. 수영장까지 갖춘 유명 관광호텔 알렉산드라 호텔이 있는 곳이다. 여기서 계곡 상류 쪽으로 10여분 차를 달리면 설산 사이로 길게 뻗어나간 로바트네트 호수가 나타난다. 유럽 최대 규모 빙하인 브릭스달 빙하가 있는 요스테달스브렌(요스테달빙하) 국립공원의 북쪽 자락이다.
호숫가 산데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1시간 정도 호수와 주변 설산 풍경을 감상하노라면, 호수 끝 선착장에 자리잡은 카페 셴달스토바(Kjenndalstova)에 이른다. 산자락 곳곳에서 여름철 별장으로 이용되는 농막들과 목장을 볼 수 있다. 이 마을 흔적들에는 깊은 상처가 아로새겨져 있다. 호숫가에는 네스달과 뵈달 두 마을이 있었는데, 두 차례에 걸친 대형 산사태와 산사태가 만든 해일로 모두 쑥대밭이 됐다. 1905년 35만㎥에 이르는 바위 더미가 호수로 떨어지며 생긴 해일로 두 마을에선 61명이 희생됐다. 1936년엔 아예 산 반쪽이 갈라져내리듯, 무려 100만㎥의 바위가 떨어져내리며 거대한 해일이 일어 두 마을을 덮쳤다. 이때 다시 74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유람선 선장은 “당시 해일이 70m 높이까지 치솟으며 두 마을을 삼켰다”고 했다. 호숫가 도로변 바위에 희생자 이름을 적은 추모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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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트네트 호숫가 브렝마을. 보이는 집들은 여름에만 이용하는 농막들이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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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1㎞, 평균 너비 1㎞에 최대 수심 140m인 이 호수 상류 계곡으로 더 들어가면, 멀리서 푸르게 빛나는 빙하(셴달스브렌 빙하) 일부를 감상할 수 있다. 계곡 옆 산자락엔 높이 660m에 이르는 크루네 폭포도 걸려 있다. 호숫가 브렝마을의 뒷산에서도 바윗자락을 타고 쏟아져내리는 폭포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로바트네트 호수는 여름이면 송어 낚시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1주일에 보통 1000마리 정도의 송어가 낚시에 걸려 나온다”고 한다. 예약하면 셴달스토바에서 송어 요리를 먹을 수 있다. 호수 북쪽 산자락을 따라, 좁고 험하지만 도로가 나 있어 산데~셴달스토바를 차량으로도 오갈 수 있다.
올레순·로엔(노르웨이)/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노르웨이 여행정보
● 인천~오슬로 상설 직항편은 없다. 카타르 도하나 핀란드 헬싱키 경유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카타르항공 도하 경유편의 경우 소요시간은 인천~도하 9시간30분, 도하~오슬로 5시간30분. 오슬로~크리스티안순은 국내선 이용 50분 소요.
● 한진관광이 6월20일부터 7월11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 4회(6월20·27일, 7월4·11일) 인천~오슬로 직항 대한항공 전세기를 운항한다.
● 노르웨이의 5월은 늦겨울과 이른봄 사이다. 평지는 연초록이지만 고지대는 눈밭이다. 평지도 아침저녁엔 쌀쌀하다. 서머타임 적용 시기는 3월29일부터 10월25일까지. 이 시기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화폐는 노르웨이 크로네. 1크로네는 약 150원. 전압은 한국과 같은 220볼트. 본격적인 백야는 6월부터 시작되지만, 5월에도 밤 10시 무렵까지 훤하다.
● 렌터카 비용은 중형차 기준으로 오슬로 수령·반납의 경우 1일 180미국달러, 오슬로 수령, 다른 도시 반납의 경우 1일 332미국달러(내비게이션 13달러 별도) 수준.
● 노르웨이에서 낚시를 즐기려면 ‘낚시면허’(유효기간 1년)를 구입(1인 240크로네)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 ‘로컬 낚시 허가증’도 구입(관광지·캠핑장 사무소 등에서 판매)해야 한다. 기간은 6~8월. 1인 15㎏까지 잡을 수 있다.
● 오슬로 시내 관광 때 ‘오슬로 패스’를 구입하면 편리하다. 버스·트램 등과 박물관·전시관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권 어른 320크로네, 48시간권 470크로네. 오슬로공항·철도역 등의 관광안내소에서 살 수 있다.
● 노르웨이 관광청 누리집(
www.visitnorway.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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