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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스쿠버다이빙은 바닷속에 펼쳐진 또다른 세상을 만나는 황홀한 경험이이다. 한겨레 김정효, 조혜정 기자가 스쿠버다이빙 입문기와 제주 바다의 매력적인 풍광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점쏠배감펭과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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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스쿠버다이빙 입문기
스쿠버다이빙 마니아 조혜정 기자의 제주 서귀포 일대 초여름 바닷속 여행기
여름은 누가 뭐래도 바다의 계절이다.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지만, 스쿠버다이빙은 바닷속에 펼쳐진 또다른 세상을 만나는 황홀한 경험이다.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나와 바다가 온전히 교감하는 느낌은, 말 그대로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지난달 27~31일 제주 서귀포의 섶섬, 문섬, 월평포구 등에서 초여름 바닷속을 여행했다.
로그1) 84. 섶섬 작은 한개창
6개월 만의 바다다. 5㎜ 웨트슈트와 후드조끼로 다이빙을 하는 처지라 겨울 바다는 언감생심이다. 2012년 1월 바로 이곳 섶섬 작은 한개창에서 오픈워터 인정증2)을 딸 때만 해도 16도라는 수온이 추운 줄 몰랐는데, 이젠 19도에서도 한기를 느낄 때가 있다. 찬 바람 부는 날이 얼른 지나 바다를 안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하늘이 잔뜩 찌푸린 채 심술을 낸다. 그래도 조용히 있어주는 바람이 고맙다.
배 위에서 공기통에 호흡기와 부력조절기를 체결해 어깨에 멘 뒤 백롤3)로 입수했다. 공기통이 수면을 치는 소리와 함께 잠시 몸이 가라앉았다 뜬다. 슈트 안으로 서서히 바닷물이 스며들면서 슈트가 몸에 착 감겨온다. 이 느낌, 바다가 온몸의 피부 세포 하나하나를 간지럽히며 깨우는 듯한 이 느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 순간 바다는 사랑의 신 에로스다.
강사 2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이 오케이 사인을 주고받은 뒤 하강했다. 이퀄라이징4)엔 문제가 없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자꾸 긴장된다. 3m밖에 안 되는 시야도 답답한데다, 수온도 16도밖에 안 나온다. 조금 예민해지려는 순간, 파랑돔 떼가 놀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오면서 편안해졌다. 섬을 오른쪽에 끼고 천천히 유영하기 시작했다. 불볼락, 용치놀래기, 호박돔, 달고기가 유유자적 돌아다니고, 화산석 직벽에 난 보라색 맨드라미 산호 사이로 청줄돔도 간간이 보인다. 드디어 제주 바다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버블팁 말미잘 위엔 흰동가리나 샛별돔, 공생새우가 있어야 제격인데, 샛별돔이 나오기엔 아직 수온이 낮고 다른 녀석들도 좀체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운함을 누르며 바위 위를 지나는데 바로 뒤 모랫바닥에 흰가오리 한 마리가 모래인 척 누워 있다. 뒤따라오던 버디5)에게 손짓하니 금세 다가와 사진을 찍는다. 앞에서 리드하던 양염염 강사가 상승 신호를 보낸다. 그렇게 이번 투어의 첫 다이빙이 마무리되나 하는데, 벽에 검붉은색의 점감펭 한 마리가 숨어 있다. 못생긴 게 볼수록 귀엽고 신기하다. 초보 땐 가이드가 찾아줘야만 볼 수 있던 녀석이었는데, 이젠 나 스스로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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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팁 말미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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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뿔긴갯민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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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가 몸에 착 감겨온다
바다가 온몸의 피부 세포 하나하나
간지럽히다 깨우는 듯한 이 느낌
그 순간 바다는 사랑의 신 에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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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바다를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섶섬 앞에서 본 한라산. 수면 위로 남방큰돌고래떼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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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이빙 횟수 2) 스쿠버다이빙을 하려면 다이빙 단체에서 강습을 받은 뒤 인정증을 받아야 한다. 오픈워터는 이 인정증 가운데 첫번째 단계로 최대 18m까지 잠수할 수 있다. 3) 배의 난간에 걸터앉았다 뒤로 구르며 입수하는 방법 4) 하강할수록 높아지는 수압에 맞춰, 코를 막고 숨을 내쉬어 귀 쪽으로 공기를 밀어넣거나 침을 삼키는 등의 방식으로 귀의 압력을 조절하는 방법 5) 스쿠버다이빙은 안전을 위해 반드시 2명씩 짝을 지어 진행하는데, 버디는 그 짝을 이른다. 6) 다이빙 인정증의 두 번째 단계로 최대 40m까지 잠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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