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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비오네 아그리투리스모’의 이탈리아 가정식.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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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포크 커틀릿, 파르미자노 치즈, 볼로녜세 소스의 고향 이탈리아 북부 미식 기행
눈부신 이탈리아의 햇살은 대지를 살찌우는 신의 선물이다. 북부 볼차노부터 남쪽 시칠리아섬까지 잘 익은 농산물이 넘쳐난다. 이탈리아인들의 삶과 죽음에는 음식이 있다.
프로슈토(햄의 일종)로 시작한 수다는 티라미수(디저트)로 끝난다. 정치논쟁에도 파스타가 끼어드는 나라다. 1990년대 말 이탈리아 연합정권을 이끈 총리 마시모 달레마는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좌파들을 향해 ‘토르텔리니나 만드는 관대한 활동가들’이라면서 비난했다. 토르텔리니는 에밀리아로마냐주의 대표적인 파스타다. 새로운 여행 콘셉트로 미식투어가 뜬다. 이탈리아는 전국이 미식투어의 맞춤여행지다. 올해는 ‘2015 밀라노 엑스포’가 열려 관람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다. 밀라노를 시작으로 한 이탈리아 북부 미식여행 참고서를 esc가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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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비오네 아그리투리스모’의 이탈리아 가정식.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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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전통음식 ‘오소부코’.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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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밀라노 엑스포’ 우루과이관의 스테이크.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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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돈가스의 출발점
이탈리아 농가 밥상
할머니 손맛 느낄 수 있어
돼지고기 소금 절여 말린 프로슈토
김치 같은 밑반찬 어머니가 만들어준 피에몬테 파스타 피에몬테는 미국의 땅콩버터에 대항해 만든, 치명적인 단맛의 초콜릿 크림인 ‘누텔라’의 고향이다. 자동차 피아트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세계적인 커피업체 라바차의 본사도 토리노에 있다. 지난 5일, 라바차의 연구센터를 찾았다. 올해로 창업 120주년을 맞은 라바차는 미국이 주도하는 ‘스페셜티 커피’(고급 원두커피) 문화에 꿈쩍하지 않고 예전 방식대로 블렌딩한 원두를 판매한다. 2007년에야 캡슐커피를 생산할 정도로 ‘느린 커피’ 문화를 지향하는 라바차는 센터에 1960~70년대 커피추출기계 여러 대를 전시해 고객을 기다린다. 연구센터 매니저인 프란체스코 비아리초는 “미국 수출용만 ‘싱글 오리진’(한 종류 원두만 포장)을 판다”며 “전통이 깊은 유럽의 커피문화는 미국과 다르다”고 자부심을 드러낸다. 이날 밤 잠을 청한 곳은 구릉지역에 걸린 구름이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농가 ‘베비오네 아그리투리스모’(Bevione Agriturismo)였다. 피에몬테 파릴리아노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우리로 치자면 전통의 멋이 깃든 한옥 숙박업소쯤 된다. 소박한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 토리노에서 조명기구 판매업을 하던 다비데 베비오네(43)는 15년 전 아내 안토넬라(47)와 귀농해 포도 농사와 숙박업을 겸하고 있다. “옛날에는 치약으로 썼어요.” 안토넬라가 알쏭달쏭한 말을 던지면서 튀긴 파프리카, 가지 등 각종 튀김요리가 가지런히 놓인 접시를 들고 나타난다.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다비데가 손톱 크기의 작은 튀김을 가리키며 “살비아!”라고 외친다. 세이지라고도 하는 허브 향 가득한 풀이다. 한국에서도 쇠비름 같은 풀로 튀김요리를 하지만 살비아 튀김은 낯설다. 이어 도톰한 고기완자에 치즈마요네즈를 듬뿍 뿌린 요리가 나온다. 딱히 이름이 없다. “할머니가 옛날부터 해줬던 것”이라는 말이 답이다. 라비올리인 듯 아닌 듯, 토르텔리니인 듯 아닌 듯 딱히 정의 내리기 어려워 보이는 파스타가 메인 요리다. 이 역시 “어머니가 쭉 만들어준 파스타”다. 먹거리에 이름을 붙이고 규정하려는 도시인의 습성이 겸연쩍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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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 농가 풍경.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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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피오리 키아리 거리.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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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미자노 치즈 생산업체. 직원이 치즈 품질검사 시연을 한다.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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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밀라노 엑스포’ 영국관.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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