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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거리엔 평일·주말 구분 없이 한복나들이객 행렬이 이어진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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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한복여행 확산
젊은층에 국내외 한복나들이·한복여행 확산…1년새 관광지 한복대여소, 해외 한복여행 동호회 부쩍
여행과 한복.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이다. 움직이기조차 불편한 옷, 빛깔도 모양도 너무 튀어서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이 옷을 입고 여행이라니? 한자리에 앉아 고즈넉한 풍경으로 스민다면 몰라도, 한복 입고 배낭 메고, 기차로 버스로 이동하며, 거리 거닐다 카페·식당 드나들면서 불편 없이 즐겁게 여행할 수 있을까.
“못할 것 없지요. 불편하면 긴 치마 잘라 입으면 되고, 형편에 따라 색깔도 튀지 않게 고르면 되고요. 덥다고요? 그럼 민소매나 투명저고리를 입어보세요.”(권미루씨·한복여행가) “우리 옷이잖아요. 외국 가서 다들 자기네 전통 옷 입고 활보하는 거 보고 늘 부러웠어요. 국내에서 한복은 오히려 외국인이 입고 돌아다녀야 더 자연스러울 정도였죠. 마치 남의 나라 옷인 것처럼.”(서민희씨·전북 완주시)
젊은층에 확산되는 한복나들이·한복여행
명절이나 결혼 등 예식 때 잠깐 입고 보관해 두던 박제화된 전통 옷, 한복이 장롱 문짝을 걷어차고 대로변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고리타분한 옛 의복을 걸친 이들은 사극배우도 아니고, 무용가도 아니요,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어르신도 아니다. 대대로 입어온 우리 옷을 우리 옷답게 입어보자는, 아주 지당하고 마땅한 생각을 갖고 거리로 나선 젊은이들이다.
일부 국내 여행지가 연일 한복 물결로 덮이는가 하면, 여행자들에게 한복을 저렴하게 빌려주는 한복대여소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문 열고, 한복 입고 해외 배낭여행·신혼여행을 떠나거나, 해외연수 때 한복을 챙겨 가 강의실에도 가고 거리를 활보한다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온오프라인의 한복여행 동호회가 수십개나 생겼고, 한복여행가, 한복여행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들이 여러명 나타나 활동중이다. 한복여행 경험담을 나누는 모임도 이어지고, 한복여행 때 찍은 사진들을 모아 선보이는 사진전시회도 진행중이다.
모두 최근 1~2년 사이, 특히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다. 개량한복 등을 일상복으로 입자는 운동은 꾸준히 있어 왔으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복 입고 나들이하거나, 해외여행 때 일상복으로 한복을 선택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한복진흥센터도 설립됐다.
전주한옥마을 최근 1년 새 ‘한복나들이 성지’로
지난 15일 전주한옥마을. 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위도 아랑곳없이, 색색의 한복 물결이 넘쳐흘렀다. 경기전 안팎을 비롯해, 한옥골목·먹자골목·향교골목 할 것 없이, 화려한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남녀의 행렬이 이어진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한복 차림 젊은이들이) 작년 봄부터 많이 보이더니 올해 들어선 엄청 늘었어요. 한복대여소도 늘었고.”(한옥마을 관광안내소 직원)
전주한옥마을은 젊은이들 사이에 ‘한복 입고 멋내기의 성지’로 불린다. ‘한복 대여 대중화’ 바람의 진원지다. 어느 골목에서든 한복 차림에 뒷머리를 길게 땋은 처녀들, 신혼부부처럼 곱게 차려입은 쌍쌍의 남녀 무리를 만날 수 있다. 이 무리의 주축은 전국 각지에서, 한복 입고 사진 찍으며 놀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10~20대 젊은이들이다. 자주 눈에 띄고 돋보이던, 한복 입은 외국인들은 ‘원주민 학생들’의 한복 물결에 묻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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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은 중고생들에게도 인기다. 전주한옥마을에서 만난 여고생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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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가 80% 골목마다 한복 물결
서울 북촌·경복궁에도 대여소 인기
“매력있고 자랑스런 나들이옷”
한복 체험한 남녀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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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집모자까지 갖춰 쓴 한쌍. 전주향교.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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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향교 앞에서 “한복 만세”를 외치는 대학생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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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앞에서 만난 한쌍. 대여소에서 다양한 한복을 골라 입을 수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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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복궁과 북촌 사이 골목길을 한복 입고 활보하는 20대 여성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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