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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한탄강 고석(사진 오른쪽 절벽) 앞 물길을 지나는 래프팅 행렬.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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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
27만년 전 용암 분출로 형성된 용암대지에 새겨진 철원평야·한탄강 협곡의 지질 경관 여행
한탄강은 북녘땅 평강 지역에서 발원해,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남으로 흘러와 철원·포천·연천을 거쳐 임진강과 합류한 뒤 서해로 흘러든다. 분단이 ‘한탄스러워’ 한탄강이 아니라, ‘큰 여울’을 뜻하는 ‘한탄’강이다. 옛 이름이 한여울·큰여울이었다. 물살 거세고 여울 많고 굽이가 심한 협곡 강이다. 한탄강 물줄기 상류에 강원 서북부 최전방 도시 철원이 있다. 여느 최전방 지역들이 그렇듯이 군부대·비무장지대·지뢰지대·민간인통제지역 등 군사용어들로 덧칠된 지역이다. 여름엔 한탄강 래프팅으로, 겨울엔 두루미 탐조로, 그리고 철을 가리지 않는 안보관광지로 이름을 알려왔다. 곳곳에 민족 분단과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으나, 그 상처 때문에 오히려 덜 훼손된 청정 경관을 유지해온 곳이다.
이 지역의 깨끗하고 멋진 경관은 수십만년 전 용암이 분출돼 형성된 광활한 용암대지에 숨겨져 있다. 간단한 지질·지형 공부와 함께 비무장지대를 넘나들며 둘러보는, 철원 용암대지와 한탄강 일대 지질 명소 여행이다. 탁 트인 전망과 보기만 해도 시원한 협곡 물줄기, 폭포들이 기다린다. 철원평야와 한탄강 일대엔 독특한 지질·지형이 즐비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봄 이 일대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강원 평화지역 지질공원’의 일부다.
오리산 등 용암분출로 형성된 현무암 경관들
철원 민간인통제구역 안 평화전망대. 휴전선 안팎 비무장지대와 북녘땅의 드넓은 평강고원, 그리고 1000년 전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궁예의 태봉국 도성 터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곳이다.
“저기 멀리 낙타봉과 야산 사이에 작은 언덕이 하나 보이죠. 27만년~1만년 전 화산활동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용암을 뿜어낸 오리산(452m)입니다.” 철원군청 지질공원 해설사 김미숙(55)씨가 북녘땅 평강 지역의 작은 산을 가리켰다. 오리산. 철원 주민들이 ‘어머니 배꼽산’이라 부르며 신성시해왔다는, 정상에 작은 분화구가 남은 사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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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직탕폭포. 현무암 주상절리 지형에 생긴 폭포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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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대지에 형성된 한탄강 협곡 따라
현무암·화강암 지질 경관 즐비
지난해 국가지질공원 지정돼 지질·지형 배우며 감상하는 폭포 경관 고석에서 한탄강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역시 현무암 주상절리 지형이 빚어낸 멋진 폭포를 만날 수 있다. 규모는 매우 작으나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라고도 불릴 정도로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직탕폭포다. 높이는 3~5m에 불과하지만, 80m의 강폭 전체에 걸쳐 있는 수직폭포로 경관이 자못 빼어나다. 현무암 주상절리대 위에 강물이 흐르면서, 오랜 세월 동안 현무암 기둥들이 물살에 떨어져나가며 계단 형태로 만들어진 폭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국가지질공원사무국의 박선규 사무국장은 “직탕폭포 위쪽 하천 바닥은 현무암 주상절리대이고, 폭포 하류 바닥은 화강암층을 보여준다”며 “폭포 물살에 주상절리대 절벽면이 깎이면서(두부침식), 폭포 위치가 계속 상류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탄강 본류와 좀 떨어져 있지만, 명성산 자락 화강암층 절벽에 걸린 삼부연폭포도 감상해볼 만하다. 높이 20m에 이르는 3단 폭포 물줄기가 꽤 아름답다. 세개의 가마솥을 닮은 소가 있다 해서 삼부연이다. 폭포 위쪽의 노귀탕, 폭포 중간에 있는 자그마한 솥탕, 그리고 폭포 밑의 널찍한 가마탕이 그것이다. 이곳에 살던 네마리의 이무기 중 세마리는 용이 되어 승천했지만, 한마리는 못했다고 한다. 이 남은 이무기가 심술을 부리면 가뭄이 이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가뭄이 들면 주민들은 가마탕에 돌을 던지며 기우제를 지내는데, 그러면 이무기가 비를 오게 해 물의 힘으로 쌓인 돌들을 끌어낸다고 한다. 지질공원 해설사 김씨는 “폭포 왼쪽 바위벽의 파인 부분이 폭포의 옛 물길”이라며 “수만년에 걸쳐 세번 폭포 물길이 이동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겸재 정선이 1747년 금강산 가는 길에 찾아와 그렸다는 진경산수화 ‘삼부연’이 바로 이 삼부연폭포다. 그림 속의 세번 꺾여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 물줄기가 현재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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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도피안사.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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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고석 주변에선 용암인 현무암과 기반암인 화강암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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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안 월정리역의 부서진 채 녹슬어가는 열차.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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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외곽순환고속도로 의정부나들목에서 나가 의정부 쪽으로 가다 43번 국도 따라 직진, 포천 거쳐 철원 갈말읍(신철원)으로 간다.
먹을 곳 철원군 동송읍 우렁골늦서리태두부집의 검은콩 콩국수, 두부전골, 두부정식(이상 7000원), 되탕(콩탕), 순두부, 두부구이(이상 6000원), 직탕폭포 앞 직탕가든의 메기매운탕, 빠가사리매운탕(3만~5만원) 등, 내대리 내대막국수의 막국수(6000원), 갈말읍 문혜리 대득봉의 두릅밥(1만1000원) 등.
묵을 곳 모텔은 주로 동송읍에 모여 있고 갈말읍에도 몇곳 있다. 펜션들은 한탄강 물길을 따라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고석정 관광지엔 한탄리버스파호텔(2인실 13만원부터)이 있다.
여행 문의 철원군청 관광문화과 (033)450-5365, 고석정 시설물관리사업소(민통선 안 안보관광 신청) (033)450-5558, 경원선 백마고지역 매표소 (033)450-5683, 신철원 시외버스터미널 (033)45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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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한탄강 지질 명소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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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군 동송읍 우렁골늦서리태두부집의 검은콩 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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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공책
코레일이 8월 한달간 대부도로 떠나는 주말 ‘갯벌체험열차’(전철)를 운행한다. 의정부역~회기역~영등포역~신길온천역. 주말에만 총 7회(1, 2, 8, 15, 16, 22, 23일) 운행(당일). 참가비는 3만9000원. 썰물시각에 맞춰 오전 7시30분~10시 사이에 특별열차가 떠난다. 갯벌전용 트랙터 타기, 조개 캐기, 물놀이 등을 즐길 수 있다. 누리집 참조. 1544-7788.
서울 잠실 키자니아는 최근 어린이들이 농작물 재배에서부터 수확, 가공, 농산품 제조까지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농촌관광센터를 새로 문 열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농업을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시설이다. 9월까지는 ‘블루베리와 콩’을 주제로 한 체험이 진행된다. 1544-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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