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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곡동에 협소주택 빌라 ‘망고스틴’을 지어 입주한 이재경씨.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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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작은 집 짓기
서울 화곡동에 협소주택 빌라 ‘망고스틴’ 짓고 함께 살 이웃 기다리는 이재경씨 이야기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주택가 골목. 단독주택과 빌라, 작은 단지 아파트들이 뒤섞인 이곳에 짙은 회색의 외관부터 독특한 건물 하나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정면에서 보면 왼쪽이 솟아오른 오각형 같다. 1층엔 안으로 들여 비워놓은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 네 칸이 있고, 각 주차장 바로 앞에 현관문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하부터 3층까지 하나로 이어진 연면적 115㎡(34평)의 가정집이 나온다. 이런 협소주택 네 채가 옆으로 주욱 붙은 이 빌라에는 ‘망고스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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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틴 내부 도면. 도면 이재경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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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틴 껍질색으로 외관을 칠했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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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다르게 살고 싶어
이어진듯 독립된 협소주택 지어
망고스틴 알맹이처럼 함께할
진짜 이웃 기다린다 이름을 망고스틴이라 붙인 건 그래서다. 열대과일 망고스틴은 단단한 껍질을 하고 있지만, 벗겨내면 육쪽마늘 모양의 하얗고 말랑말랑한 속살이 서로 붙어 있다. “단단한 집이 겉에서 가족을 보호해주고, 그 안의 가족들은 서로 찰싹 붙어 부드럽게 살아간다는 의미죠. 건물 외관을 망고스틴 껍질색으로 칠하고 내부를 흰색 톤으로 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씨는 나머지 세 집에서 살 이웃을 찾고 있다. 매매(4억원)와 15년 장기전세(3억원)로 내놓았다. 보통 2년 단위인 전세기간을 15년으로 한 것은 세입자도 자기 집으로 생각하고 꾸미고 살며 진짜 이웃처럼 지내자는 의도였다. 지하 공간의 일부를 탁 터놓아 네 집 가족들이 함께 공동마당처럼 쓰도록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웃들이 어울려 살면서 밥도 같이 먹고 서로 애도 봐주고 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는 집이 완공되기 전부터 페이스북에 광고를 내어 이웃을 찾았다. 730여명이 연락을 해왔다. 그들을 모두 만났다. 처음엔 큰 관심을 보였던 이들은 여러 이유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전세를 생각했던 이들은 아파트처럼 모든 게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돌아섰다. “살면서 각자 원하는 대로 꾸미며 살라는 의도에서 세부 마무리를 미완으로 남겨둔 건데….” 이씨는 답답했다. 어떤 이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요구했다. “지하 공동마당에도 칸막이를 쳐줄 수 없느냐”는 것이다. 당사자는 마음에 들어해도 부모님 반대로 좌절된 경우도 있고, “아이를 보낼 학교가 마음에 안 든다”, “평당 가격이 아파트와 비슷한데 아파트에는 있는 붙박이장과 베란다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모두가 끝내 고개를 저었다. “아파트와 다르게 살아보자고 이런 집을 짓고 마음 맞는 이웃을 찾고 있는데, 다들 와서 아파트와 같은 기준만 찾으니 답답해요.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새로운 집을 만들었더니, 다들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 지하철역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교육환경이 어떻게 되는지 같은 조건들만 따져요. 집과 삶에 대한 제 생각이 주류와 많이 다르구나, 하는 점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그는 주류로 편입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주류의 기준에 맞춰 집을 포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집을 설명하고 이웃을 찾는 누리집(h111-110.kr)을 만들어놓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비주류’ 이웃을 기다린다. 누리집에 들어가니 이런 글이 제일 먼저 뜬다. “다르게 사실 분 찾습니다.” 망고스틴이 달콤한 알맹이를 가득 채울 날을 기다린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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