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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후암동 협소주택. 62㎡(18평) 땅에 연면적 119㎡(36평)인 4층 집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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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작은 집 짓기
아파트·빌라 일색 도심에서 자투리땅 협소주택 짓는 이들 늘어…바닥 면적 작아도 상상력 발휘해 공간 창조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건축가이자 건축평론가인 에드윈 헤스코트는 자신의 책 <집을 철학하다>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는 집을 자산 가치가 아닌 삶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인가?’는 결국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떤 삶인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음을 그는 설파한다.
“기왕이면 신도시 40평대 새 아파트였으면 좋겠어요. 브랜드 아파트에, 역세권에다, 좋은 학교도 가까이 있으면 좋겠죠.” 어느 아파트 광고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는 이런 기준으로 집을 고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여기 좀 다른 기준으로 집을 바라보자고 제안하는 이들이 있다. 아파트, 빌라 같은 공동주택 일색인 도심에서 다른 선택지를 늘리자는 것이다. 도심 속 ‘협소주택’을 짓는 시도가 최근 1~2년 사이 젊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낡은 주택을 허문 자리에 아파트나 빌라를 지어 올리는 대신 작아도 나만의 가치를 지닌 집을 지어보자고 그들은 제안한다.
협소주택이란 말은 일본에서 넘어왔다. 1950년대 일본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50㎡(15평) 안팎의 땅에 3~4층 건물을 올리는 방식의 협소주택이 처음 소개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협소주택이 본격적으로 퍼진 건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도심 밖으로 밀려났던 이들이 다시 돌아오면서부터다. 도심의 자투리땅을 활용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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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서울 이화동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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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협소주택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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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작은 집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
“갇힌 삶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되더라”
제도적 뒷받침 따랐으면 “내 집을 마련하려면 아파트나 빌라 말고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어요. 단독주택은 너무 크거나 낡았거나 하는 식이죠. 그런데 협소주택이라면 도심에 새로 짓는 게 가능해요. 획일화되고 몰개성적인 아파트로는 채울 수 없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죠.” 문 대표의 말이다. 아파트에 흔히 있는 층간소음 문제가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도 문제없다. 협소주택이라 해서 무조건 돈이 적게 드는 게 아니다. 어디에 짓느냐에 따라 땅값이 달라지고, 건축비도 2억원 넘게 든다. 작은 면적에서 최대 공간을 만들어내려면 설계부터 시공까지 더 많은 품이 들 수밖에 없다. 서울이라면 땅값을 포함해 적어도 4억원 이상이 든다. 단순히 싸게 집을 구하려 한다면 협소주택이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협소주택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심 대표는 말한다. “건축주에게 원하는 집을 물으면 ‘30평이면 좋겠다’, ‘방 3개는 돼야죠’ 같은 대답이 돌아와요. 왜냐고 물으면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러면 이후 대화를 통해 생활방식, 취향 등을 알아가요. 그리고 그에 맞춰 집을 설계하죠. 내 집을 짓는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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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협소주택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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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땅에 마당까지 둔 과천 협소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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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박스로 아이 놀이방을 만들어 붙인 대전 해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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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감도시건축·AAPA·윤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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