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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19 19:07 수정 : 2015.08.21 09:47

공주 공산성의 금서루(서문) 주변 모습.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백제 세계문화유산 여행
공주·부여·익산의 베테랑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여행

지난 7월4일 충남 공주·부여, 전북 익산의 백제 후반기 유적지구 여덟 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문화유산이란, 전 인류가 함께 보호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지녀, 대대손손 보전해야 할 유산을 말한다. 국내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이번이 12번째. 신라·고구려에 이어 백제까지 한반도 고대 삼국의 문화유산이 모두 인류가 보호해야 할 세계적 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한반도에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던 삼국시대, 그중에서도 백제는 빼어난 문화역량을 보여줬다. 유독 많이 파괴되고 상처를 입은 백제의 유산들은 황량한 벌판에 몇 점의 잔해로 남아 있거나, 땅밑 어둠 속에 묻혀 있다. 하지만 잔해들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유물들은 다시 들여다볼수록 눈이 부시고 돋보이는 것들이다.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성백제 이후 웅진시대와 사비시대의 유산들은 공주의 공산성·송산리고분군, 부여의 정림사지·관북리유적·능산리고분군·나성, 그리고 익산의 미륵사지유적·왕궁리유적 등 8곳이다. 무더위도 잦아드는 늦여름 휴갓길,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백제의 화려한 유적·유물 탐방에 나서볼 만하다. 자녀와 함께 배우고 즐긴다면 더욱 보람찬 여정이 될 듯하다. 이번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유적지 입장료는 8월 말까지 무료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익산 왕궁리오층석탑.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세계유산 등재 뒤 탐방객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깊이 있는 질문을 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만큼 더 긴장해서 해설을 준비하게 됩니다.”(부여 이순선 해설사)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로 누구보다 바빠진 사람들이 공주·부여·익산의 해설사들이다. 들여다볼수록 그윽해지는 ‘백제의 향기’를 한 움큼이라도 더 전하겠다고 벼르는, 각종 자료와 환대정신으로 무장한 해설사들이 유적지마다 기다린다. 공주·부여·익산의 베테랑 해설사 3명으로부터 각 지역 문화유산의 핵심과 눈여겨봐야 할 것들을 알아봤다.

공산성·무령왕릉 보고 박물관으로
-공주 이우근 해설사

공주 이우근 해설사.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공산성은 한성백제(위례성) 이후 64년간 웅진시대의 중심지입니다. 문주왕·삼근왕·동성왕·무령왕·성왕 5대 왕의 족적이 깃든 곳입니다.” 공주시내를 한바퀴 휘감아 도는, 금강 남쪽 언덕에 자리잡은 공산성, 금서루(서문)를 들어서며 이우근 해설사가 동서로 길게 이어진 성곽을 가리켰다. 이씨는 “공산성을 둘러보며 웅진시대 백제 유적을 살펴본 뒤 무령왕릉 등 송산리고분군과 모형전시관을 보고 공주박물관을 찾는 게 효율적인 이동선”이라고 말했다.

기원전 18년 건국(온조왕) 이래 한강 유역에 터잡은 백제가 고구려 장수왕의 남진 정책에 밀려 천도(475년)한 곳이 웅진(곰나루) 공산성이다. 웅천·곰주·공산 등은 모두 웅진, 즉 곰나루에서 비롯한 동일 지명이다. 둘레 2.6㎞의 공산성은 울창한 숲과 빼어난 금강 전망을 갖추고 있어 웅진성의 옛 모습을 상상하며 1시간여 동안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백제 때 유적이 많지는 않으나, 동성왕이 연희를 베풀던 임류각지, 왕궁으로 추정되는 건물 자리 등을 볼 수 있다. 가장 뚜렷한 백제 흔적은 왕궁지 옆에 자리한 둥근 그릇 모양의 연못 터다. 성 동남쪽엔 백제 때 토성 흔적도 300여m쯤 남아 있다.

공주 공산성의 백제때 연못터.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송산리고분군은 무령왕릉을 비롯한 7기의 고분이 모여 있는 곳이다. 무령왕릉은 6호분과 5호분 사이에 숨어 있다 6호분 배수로 공사로 우연히 모습을 드러낸 왕릉이다. 고분모형전시관에서 남조시대 양나라 영향을 받아 전돌(진흙을 구워 만든 벽돌)로 쌓은 무덤 내부 모습을 볼 수 있다.

송산리고분군 뒷문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무령왕릉 출토 유물 등이 전시된 국립공주박물관에 닿는다. 이곳에 있는 국보 18점 중 16점이 금제 관장식·귀걸이·은팔찌 등 무령왕릉 출토 유물이다.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 진묘수(국보 162호)도 흥미롭지만, 무덤의 주인과 연대를 기록한 묘지석 2점(국보 163호)이 눈길을 끈다. ‘매지권’(죽은 사람이 묻힐 땅을 토지신에게 산다는 증서)이 해서체로 적혀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백제역사유적지구

공주 공산성 성곽 산책 뒤
무령왕릉 출토 국보들 감상
부여 정림사지오층석탑엔
소정방이 새긴 ‘패망 수모’ 흔적도
익산 미륵사지유물전시관
연말까지 ‘사리장엄’ 유물 특별전

사비성은 왕궁·사찰·성곽 계획도시-부여 이순선 해설사

부여 이순선 해설사.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금강 물길은 백마강이 되어 구드래나루로 굽이쳐 흐른다. 부소산 자락 낙화암에서 한굽이 몸을 튼 물길 옆의 널찍한 평지에, 무령왕의 아들 성왕이 천도한 새 도읍지 사비성 유적지가 흩어져 있다. 백제가 운을 다한 660년까지 123년간 6대 왕에 걸쳐 가장 화려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곳이다. 부여 해설사 이순선씨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여의 백제 유적 네곳 중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정림사지”라며 “대표 유적인 정림사지오층석탑은 단 한번도 해체복원된 적이 없는 옛 모습 그대로여서 더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사비도성 중심부 절터에 세워진 정림사지오층석탑은 과거 한때 ‘평제탑’으로 불리는 수모를 당했다. 백제가 나당 연합군에 패한 뒤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평정했다는 내용을 탑신에 빼곡히 새겨 놓았기 때문이다. 소정방은 같은 내용을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 나온 거대한 석조에도 새겨 놓았다. ‘정림사’는 백제 때 절터에 고려 때 다시 세운 절 이름이다.

이씨는 “사비성은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도시였다고 추정된다”며 “천도 30년 전부터 도로·사찰·성곽 그리고 왕릉 터 등이 마련됐을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왕궁터로 여겨지는 유적은 부소산성 자락 관북리 일대다. 조선시대 관아터 부근에 크고 작은 건물터와 창고터·우물터, 그리고 동서로 뻗은 도로와 도로 양쪽의 수로 흔적 등이 남아 있다. 사비성 동쪽, 도성의 외곽 토성인 나성 밖에 7기의 돌방무덤인 능산리고분군이 있고, 나성과 고분 사이에 능산리사지가 있다. 이 절터 목탑지 밑에서 1993년 백제 불교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금동대향로(국보 287호)가 발굴됐다. 관산성 전투에서 처참하게 최후를 맞은 성왕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아들 위덕왕이 지은 절의 탑에 봉안된 향로다.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섬세한 조각들이 눈부신 이 향로를 만날 수 있다.

익산 김홍근 해설사.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공개된 미륵사석탑 복원 과정 들여다볼만
-익산 김홍근 해설사

익산의 백제 유적은 사비시대, 특히 무왕 때 이뤄진 유산들이 많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절터로 알려진 미륵사지와 왕궁리 궁궐터 유적이 대표적이다. 미륵사지는 세 부분으로 나눠 각각 탑과 금당을 배치한 독특한 형식의 절터다. 익산 해설사 김홍근씨는 “미륵사는 무왕이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조성한 ‘삼원병립식’ 대형 사찰”이라며 “무왕의 왕비인 선화의 발원으로 지어졌다고 전해온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유적은 서탑인 미륵사지석탑(국보 11호)이다. 현재 복원공사 중인 이 탑의 1층 심주석에서 2009년 금제사리봉영기를 비롯한 사리장엄이 발견돼 미륵사 창건 연대가 639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9층으로 추정되는 탑의 6층까지, 한쪽이 무너져내린 모습 그대로 2017년 복원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선 연말까지 ‘사리장엄’ 유물 특별전이 열린다.

왕궁리 유적은 얼핏 보기에 탑(왕궁리오층석탑) 하나만 우뚝 솟은 황량한 모습이다. 홀로 서서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이 오층석탑은 건립 시기를 놓고 여러 설(백제·통일신라·고려초기 설)이 있지만, 귀솟음 형식의 지붕돌 등 형식은 뚜렷이 백제식이다. 김홍근 해설사는 “왕궁리 유적이 세계유산이 된 데는 뚜렷이 남은 왕궁의 장방형 궁벽과 정원 유적지, 화장실 유적지 등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왕궁리오층석탑에서 나온 금제사리함과 금강경판 등은 전주박물관에 있다.

왕궁리 유적 서쪽 2㎞ 지점 야산에는 무왕과 왕비 능으로 추정되는 쌍릉(대왕뫼·소왕뫼)이 있다. 해설사 김씨는 “쌍릉 주변에 용샘, 서동생가터 등 무왕 관련 이야기가 전해오는 유적들이 많아 무왕과 왕비(선화공주)의 능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공주 부여 익산/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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