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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07 20:54 수정 : 2015.10.08 15:07

페루 전통축제를 즐기는 쿠스코 사람들.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쿠스코 음식기행
세계 음식의 각축장 페루 쿠스코…키노아·쿠이 등 토종식 각국 음식과 겨뤄

* 신 가스 : 일반생수, 콘 가스 : 탄산수

페루 남부에 있는 잉카문명의 도시 쿠스코에 까만 밤이 내리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등성이에서 불이 하나둘 켜져 마치 별 같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황홀경에 빠진다. 12세기부터 스페인의 침략으로 무너질 때까지 주변 국가들을 정복해 대제국을 건설했던 잉카인들의 화려한 자취가 주인인 도시 쿠스코. 해발 3400m에 위치해 두통·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는 고산병(고산증)을 각오해야 한다. 도시의 다채로운 먹을거리가 없었다면 이겨내지 못할 고통이다. 쿠스코는 작은 도시지만 크고 작은 식당이 150개가 넘는다. 캅치(Qapchi, 감자치즈샐러드), 라와(Lawa, 채소쇠고기수프) 같은 페루 전통음식부터 고급스러운 프랑스식당과 이탈리아식당까지 풍성하다. 전세계의 여행자들이 마추픽추 여행의 거점도시인 이곳을 찾는 바람에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중국집인 ‘치파’(chifa, 페루 중식당)도 보인다. 전세계로 퍼진 화교들의 맛이 쿠스코를 비롯한 페루 전역에서 꽃을 피웠다.

‘치차 바이 가스톤 아쿠리오’의 구운 문어 요리. 사진 박미향 기자
지난 9월11일(현지시각). 쿠스코의 식당 ‘치차 바이 가스톤 아쿠리오’(Chicha by Gaston Acurio)에서의 점심은,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페루의 ‘국민 셰프’ 가스톤 아쿠리오의 손맛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가 직접 요리는 하지 않지만 메뉴를 짜고 운영하는 식당이다. 앉자마자 ‘피스코사워’가 나온다. 페루의 국민 칵테일로 페루의 전통 혼합술인 피스코와 라임즙·설탕·달걀흰자·얼음·계핏가루 등을 섞어 만든다. 페루의 미식여행지 어디를 가도 입맛을 돋우는 식전주인 피스코사워가 나와 우리의 반주(飯酒)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아쿠리오의 세비체(날생선에 라임, 레몬 등의 소스와 채소, 삶은 옥수수 알 등을 버무린 음식)는 남다르다. ‘타이거 밀크 소스’를 쓴다. 걸쭉한 모양새가 우유를 닮아 ‘밀크’를 붙였지만 우유는 들어가지 않고 갈아낸 날생선이 추가된다. 오소부코(Ossobuco, 이탈리아의 송아지요리)도 메뉴에 있어 놀랍다. 이탈리아 현지의 오소부코보다 퍽퍽하다.

안티쿠초. 사진 박미향 기자

페루 국민 셰프 가스톤도
볶음밥·파스타 등과 치열한 경쟁
맛의 보물상자 ‘산페드로 시장’서
푸짐한 ‘해장 닭국수’도 만나
‘로모 살타도’ 먹고 마추픽추로

제아무리 전세계를 탐험하는 미식여행자라도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머니의 된장찌개 한 모금이 그리워질 때쯤 쿠스코의 유일한 한식당 ‘사랑채’의 주인 길동수(53)·박은미(42)씨 부부를 만났다. 은미씨가 “삼겹살, 소주 한잔 생각나시죠?” 웃으면서 상을 차리자 기다리던 된장찌개가 같이 얼굴을 내민다.

산페드로 시장의 국수. 사진 박미향 기자
이른 아침, 7시. 고산병으로 밤새 물먹은 솜처럼 가라앉은 몸을 끌고 쿠스코 한복판에 있는 아르마스광장을 찾았다. 도시의 아침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헤집을 때쯤 “풋” 하고 실소가 터졌다. 익숙한 문양을 발견해서다. 잉카문명의 도시에 스타벅스와 맥도널드가 둥지를 틀고 있다니! 배가 고파도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옳아! 매일 오전 5시부터 2~3시간까지 산페드로 시장이 열린다는 길씨의 말이 떠올랐다. 산페드로 시장은 쿠스코의 보물단지다. 원색의 각종 공예품과 알파카 담요 등이 즐비하다. 서민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다. 어느 나라든 국수는 최고 인기다. 국수가게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서서 먹는 이까지 있다. 손짓 발짓으로 받아든 국수는 “삼계탕이네!” 소리가 절로 난다. 푹 익어 매우 부드러운 면과 큼지막한 닭다리와 살, 당근, 양파 등이 닭 국물에 담겨 있다. 옆의 페루 청년이 소매를 잡아당긴다. 뭘 넣으란다. 그를 따라 잘게 잘린 갖은 채소가 들어간 시커먼 소스를 국수에 넣었다. 닭 국물 특유의 느끼한 맛이 사라지고 감칠맛이 돈다. 발가락까지 뜨끈해진다. 재래시장 인심은 세계 어디나 같다. 페루 여주인이 계속 면을 더 준다. 단돈 5솔(1700원). 페루식 순대, 쿠이(식용 기니피그로 만든 요리), 남미 과일, 수백종에 이르는 구수한 페루 감자까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시장이다.

치파(페루 중국집) ‘시판’의 해물채소 요리. 사진 박미향 기자
같은 날 점심은 치파인 ‘시판’(Sipan)을 찾았다. 놀랍게도 한국의 중국집과 꼴이 유사하다. 차림표는 10장이 넘어가고 벽에는 온통 붉은 장식이다. 한국 화교의 맛이 중국 산둥성 요리에 기초를 뒀다면 여기는 광둥성이다.

‘외계인 지구 거주설’의 단골 소재 마추픽추를 등반하려는 이들은 일명 마추픽추마을이라 부르는 아과스칼리엔테스의 식당 ‘출피’(Chullpi)에서 페루 전통의 향기가 담뿍 담긴 ‘차우파 데 키노아’(Chaufa de Quinua, 키노아볶음밥), ‘로모 살타도’(Lomo Saltado, 쇠고기볶음요리), 남미인들이 즐겨 먹는 치미추리 소스(Chimichurri sauce, 각종 허브와 올리브유 등으로 만든 소스)를 뿌린 닭고기 요리 등을 맛보고 가면 좋다.

페루 식당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신 가스? 콘 가스?”다. ‘일반 물을 먹겠느냐? 탄산수를 먹겠느냐?’를 묻는 질문이다. 페루 쿠스코 식도락 여행의 출발은 물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쿠스코(페루)/박미향 기자 mh@hani.co.kr

페루비안 소스와 세비체 조리법

크리올 소스(Creole Sauce)

재료: 양파 2개, 칠리나 매운 고추 2개, 고수 1/4묶음, 레몬 2개, 마늘과 소금, 후추 조금

만들기: 얇게 자른 양파, 칠리나 고추, 다진 고수 다발, 레몬즙을 섞어 30분 재워둔다.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소스로 샌드위치 속재료로도 그만이다.

로코토 소스(Rocoto Sauce)

재료: 로코토(매운 남미 고추) 2개(국내 매운 고추로 대체 가능), 레몬 1개, 올리브오일 1/2컵, 식초 1t, 소금과 후추 조금

만들기: (1) 로코토를 믹서에 간다. (2) 1과 모든 재료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저으면서 섞는다. 이 소스는 모든 고기요리와 맛의 궁합이 맞다.

세비체(Cebiche. 6인분)

재료: 흰살 생선 1㎏, 레몬 15개, 마늘 4개, 다진 칠리(혹은 홍고추) 2T, 청고추 3개, 양파 3개, 소금과 후추 조금, 잘 익은 옥수수 알 3T, 익은 감자 1㎏. 양상추 조금

만들기: (1) 생선을 깨끗이 씻고 4x4㎝ 크기로 자른다. (2) 레몬은 즙은 낸다. (3) 마늘과 청고추는 다지고 양파는 얇게 자른다. (4) 물기를 뺀 생선을 그릇에 담는다. (5) 마늘, 칠리, 소금, 후추로 간하고 레몬즙을 넣는다. (6) 5를 키친타월이나 깨끗한 천을 덮어 한 시간 재워둔다. (7) 6에 청고추와 양파를 넣고 10분 정도 더 둔다. (8) 옥수수, 감자 섞고, 양상추를 가니시로 올린다.

박미향 기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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