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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21 20:37 수정 : 2015.10.22 11:26

[매거진 esc] 스타일
16~21일 열린 2016 봄/여름 헤라서울패션위크…실생활 옷에도 영감 줄 세 디자이너 쇼 소개

‘2016 봄/여름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지난 16~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다. 이번 패션위크에선 여느 시즌보다 몸을 조이지 않아 편안하고 여유로운 실루엣이 런웨이(패션쇼 무대)를 가득 채웠는데, 남성복·여성복 가리지 않고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가 대세를 이뤘다. 상의 역시 헐렁해져, 잠옷 같은 파자마 셔츠, 느슨한 실루엣의 가운인 로브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런웨이뿐 아니라 ‘리얼웨이’, 즉 실생활에서 입을 옷을 고를 때도 영감을 줄 만한 세 디자이너의 쇼를 살펴봤다. 지금 눈여겨본 이 옷들을 내년 봄 길거리에서 볼 확률이 굉장히 높다.

에이치 에스 에이치-줄무늬를 입는 방법

왼쪽은 흰색, 오른쪽은 줄무늬인 재킷.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제공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와 스톰트루퍼.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제공
‘에이치 에스 에이치’의 디자이너 한상혁은 매번 어떤 깜짝쇼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지난 시즌에는 피날레 무대에서 가방을 실은 드론을 출현시키더니, 이번에는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와 스톰트루퍼를 런웨이에 올렸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컬렉션의 주제인 ‘충돌과 대결’에 부합하도록, 흑(다스 베이더)과 백(스톰트루퍼)의 대결을 성사시킨 것이다. 한상혁이 의도한 ‘충돌’은 옷 한벌 안에서도 일어났다. ‘아수라 백작’처럼 왼쪽은 흰색, 오른쪽은 줄무늬인 재킷, 왼쪽 다리는 흰색, 오른쪽 다리는 검은색인 바지 등이 돋보였다.

컬렉션 전반을 채운 줄무늬.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제공
컬렉션 전반을 채운 줄무늬도 색면과 빈 공간이 교차·충돌하는 느낌을 자아냈다. 브르통 셔츠(오늘날 줄무늬 티셔츠의 기원인 19세기 프랑스 해군 유니폼)를 재해석해 줄무늬의 두께와 간격을 넓힘으로써 조금 묵직한 느낌을 살렸고, 셔츠뿐 아니라 재킷, 바지, 티셔츠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옷에 이 줄무늬를 적용했다. 파란색과 검은색 줄무늬는 포인트로 허리 등에 짧게 한두줄 넣은 밝은 주황색과 만나 생기가 넘쳤다.

슈트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한상혁은, 이번엔 슈트에 스포티즘을 가미해 또다른 충돌의 재미를 보여줬다. 재킷 상의에 트레이닝 팬츠를 입는 식이다. 패션지 <보그 코리아>의 신광호 패션뉴스 디렉터는 “운동과 건강이 패션계 전반의 트렌드인데, 그 큰 흐름을 농구 유니폼을 테마로 해서 가죽 소재로 아주 고급스럽게 풀어냈다. 쇼에 나온 옷을 입고 진짜 ‘운동’을 하긴 어렵겠지만, 옷을 입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컬렉션이었다”고 말했다.

슈트 재킷에 트레이닝 바지
형광 낚시찌 무늬 붙인 항공점퍼
유대교 남성복 변주한 여성 코트
평상복 고를 때 고려할 만

문수권-보머재킷은 여전히 유효하다

‘귀어’(귀농과 유사하게, 새로운 삶을 꾸리려고 어촌으로 가는 것)를 주제로 쇼를 연, 남성복 브랜드 ‘문수권’의 디자이너 권문수는 어촌으로 떠난 세련된 패셔니스타의 옷을 남성 캐주얼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층위로 선보였다.

항공점퍼로 불리는 보머재킷.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제공
이번 컬렉션에서 특히 눈에 띈 건 항공점퍼로 불리는 보머재킷이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외국 고급 브랜드와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보머재킷을 선보였는데, 문수권은 이 흔해진 옷과 정면으로 승부했다. 권문수 디자이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아이템이지만 문수권의 옷처럼 보일 수 있게 유머를 더했다. 이번 컬렉션은 실제로 낚시를 갔을 때 영감을 받은 것들을 표현했는데, 물고기를 유혹하는 형광색의 낚시찌에서 착안해 보머재킷 옆에 피브이시(PVC) 소재의 반짝거리는 반사 테이프를 부착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명 패션 블로거 다이앤 퍼넷도 문수권의 옷이 익숙하지만 특별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는 “클래식함을 유지하면서 스포티하게 풀어낸 것이 굉장히 신선했다. 스타일링이 흥미로웠으며 좋은 의미로 상업적인 컬렉션이었다”고 말했다.

시어서커(오글오글한 주름이 잡힌 천) 소재의 슈트.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제공
쇼 전반부에 등장한 시어서커(오글오글한 주름이 잡힌 천) 소재의 슈트는 봄·여름의 옷답다는 평가를 하기 충분했다.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청량한 색감에, 몸과 닿는 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울퉁불퉁한 조직으로 생산한 시어서커 원단은 스타일 면에서나 기능 면에서나 완벽한 선택이었다. 밑위가 한껏 내려가는 헐렁한 핏의 바지는 “어부들의 바지에서 착안했다”고 권문수 디자이너는 전했다. 기존 문수권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반바지는 기존에 ‘무릎 살짝 위’가 마지노선이었던 슈트 하의 길이를 허벅지까지 줄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더 클라이맥스-2016년을 사는 ‘테디 걸’

이지원 디자이너의 여성복 브랜드 ‘더 클라이맥스’는 론칭 1년 만에 올해 서울패션위크에 진출해,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인 ‘제너레이션 넥스트’의 첫 무대를 열었다. 검은색을 주조로 한 차분한 색감, 양성적인 실루엣으로 표현했던 기존의 ‘테디보이 룩’(1950년대 런던 뒷골목 청춘들의 패션. 긴 재킷과 정장 바지로 차림새는 단정하나 퇴폐적·반항적인 느낌을 줌)은 여성적이고 로맨틱한 요소가 더해져 진화했다.

유대인들이 기도할 때 걸치는 숄 ‘탈리트’를 연상시키는 분홍색 줄무늬 숄.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제공
‘로맨틱한 유대인 엄마’라는 이번 컬렉션의 제목답게, 이지원 디자이너는 “유대교 남성이 입는 종교의상을 여성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대교 남성들이 입는 긴 길이의 프록코트는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었는데, 특히 얇은 시폰 소재를 더해 남성적인 이미지를 덜어낸 코트가 눈에 띄었다. 유대인들이 기도할 때 걸치는 숄 ‘탈리트’를 연상시키는 분홍색 줄무늬 숄, 러플이 달린 실크셔츠도 눈길을 끌었다. 유대인의 패션을 차용했지만, 첼시부츠(굽이 낮고 옆쪽에 고무밴드가 붙어 있는 발목 길이의 부츠), 클리퍼(테디보이·펑크족이 즐겨 신던 통굽구두) 같은 신발을 통해 이지원 디자이너는 더 클라이맥스의 근간이 테디보이 룩임을 드러냈다.

차분한 검은색을 사용해 몸에 흘러내리는 우아한 여성용 셔츠.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제공
더 클라이맥스의 쇼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또다른 아이템은 카바나 셔츠다. 오픈 칼라의 형태로, 보통 셔츠에 달리는 단추가 1~2개쯤 없다고 보면 된다. 카바나 셔츠는 최근 남성복 컬렉션에서 자주 보였는데, 더 클라이맥스는 이 거칠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셔츠를 차분한 검은색을 사용해 몸에 흘러내리는 우아한 여성용 셔츠로 탈바꿈시켰다. 쇼 내내 등장한 벨보텀 팬츠(나팔바지)는 데님 위에 실크 시폰을 겹치거나, 전체적으로 실크를 사용하는 등 네가지 디자인으로 더 클라이맥스의 개성을 드러냈다. 패션지 <엘르 코리아>의 허세련 에디터는 “요즘 젊은이들이 입고 싶어하고, 사고 싶어하는 스타일을 명확하게 집어냈다”고 말했다.

남현지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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