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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정지리,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의 드넓은 자연습지. 겨울이면 큰고니·흰뺨검둥오리 등 철새들이 날아온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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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남한강 가을여행
‘4대강 공사’ 얼룩진 남한강 스스로 되살아나…버드나무·갈대·물억새 우거져 가을빛 완연
가을 나들이객 행렬이 전국 산과 계곡에 단풍잎처럼 깔리는 철이다. 높은 산 오르고 깊은 계곡 들어서야만 가을 정취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 어디서나 1시간대에 닿을 수 있는 한강 중류, 남한강 물길에도 가을은 깊어간다. ‘4대강 공사’ 견디느라 상처로 얼룩진 물줄기에도, 버드나무 다시 자라오르고 갈대·물억새 우거져 가을빛을 내뿜고 있다. 멀고, 붐비고, 차 막히는 이름난 단풍여행지들이야, 그렇게 불타오르게 내버려두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물길 따라 한적한 남한강 산책을 즐겨볼 만하다. 인공습지와 자연습지의 차이, 인간이 개입해 망가지는 물길과 스스로 자정작용을 통해 되살아나는 이치, 옛 모습 그대로 흘러오고 흘러가는 물길의 소중함을 되새겨볼 수 있는 여정이다. 남한강 물가의 인공습지·야생습지에 조성된 아기자기한 탐방로와 야산의 명품 숲길을 찾아간다. 주말에도 크게 붐비지 않고 평일이라면 쓸쓸할 정도로 한적한, 가을이 깊어갈수록 제빛을 발하는 곳들이다.
경안천 하류·팔당호반의 생태습지공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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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변 생태공원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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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타오르게 내버려두고
가족·연인끼리 가까운 물길 따라
주말에도 안 붐비고 평일엔 고즈넉한
습지 탐방로, 명품 숲길 걸어보자 지난 주말 찾아간 경안천습지생태공원 2㎞가량의 탐방로는 은근한 가을빛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연밭·부들밭·갈대밭으로 이뤄진 인공습지는 나무데크로 아기자기하게 이어져 있고, 인공습지와 자연습지를 가르는 직선 탐방로(수변산책로)엔 벚나무·버드나무 등이 늘어서 가을 정취를 내뿜는다. 광활한 자연습지는 갯버들과 갈대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수면은 수질정화 식물인 부레옥잠과 마름들이 덮었다. 그 사이로 어치·개개비·물까치들이 날고, 멀리 갈대숲 너머론 점점이 오리떼가 흩어져 있다. 도씨는 “야생습지에선 삵·너구리 보호종도 관찰된다”며 “겨울이면 큰고니·흰뺨검둥오리·원앙 등이 날아와 장관을 이룬다”고 자랑했다. 인공습지는 퇴촌면 공설운동장 옆 강변에도 만들어져 있다. 325번 지방도를 타고 올라가 광동하수처리장앞 사거리(퇴촌면 소재지) 지나 오리교 앞에서 좌회전하면 광동청정습지에 닿는다. 아직 인공으로 조성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습지지만, 탐방로가 꽤 길고 아기자기하다. 인근 주민들의 요긴한 산책공간이자 휴식처다. 팔당호 쪽으로 더 올라가면 남종면 소재지 지나 경기도수자원본부(9층짜리 건물)를 만난다. 이 건물 9층에 마련된 ‘팔당 전망대’에서 팔당호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강 북쪽의 다산유적지·두물머리, 그리고 소내섬 등 갈대로 덮인 크고 작은 섬(하중도)들이 꽤 운치 있는 경관을 안겨준다. 무료 시설로, 오후 6시엔 문을 닫는다. 물길 따라(342번 지방도 따라) 잠시 달리면, 귀여리 ‘물안개공원’이 나타난다. 물안개가 많이 끼는 지역이란 뜻이지만, 맑은 날 자전거 빌려 타고(1인승 1시간 3000원, 2인승 6000원) 강변길 한바탕 달리기 좋은 곳이다. 길이 2㎞ 남짓 되는 인공미가 물씬한 섬인데, 큰 나무들이 없어 황량해 보인다. 그래도 구석구석 살펴보면 노랑어리연꽃이 한창인 연못, 물억새 우거진 산책로, 오리떼 노니는 습지 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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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운심리의 한강생태학습장 숲길.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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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곤지암 화담숲.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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