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여성 섹스 권리장전
홍대 앞에 섹스토이 전시관 ‘은하선의 빈 공간’ 만든 은하선씨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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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선씨가 수집한 다양한 모양의 섹스토이. 기존 남성의 성기를 닮은 섹스토이가 아닌, 여성의 입장에서 디자인된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 은하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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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즐거움을 찾겠다는 뜻
섹스를 말하는 여성 많아지면
처녀 아닌 여자를 못 참겠다던
그 개그맨은 방송에서 떠나겠지 내가 섹스토이를 처음 갖게 된 건 열일곱살 때였다. 잡지를 읽다가 처음 섹스토이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섹스토이가 갖고 싶었다. 하지만 열일곱 미성년자에게 섹스토이를 파는 곳은 없었다. 다행히도(?) 그 당시 내가 사귀던 남자는 법적인 성인이었고, 덕분에 난 바이브레이터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작은 바이브레이터는 나에게 그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황홀한 오르가즘을 가져다주었다. 그 전에도 물론 섹스토이에 관심이 많았지만 몸으로 경험한 뒤론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때부터 무작정 모았던 건 아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고가의 섹스토이를 원가에 구매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섹스토이 수집의 시작이었다. 그 뒤 업체로부터 섹스토이를 협찬받아 사용하고 블로그(eunhasun.blogspot.kr) 등에 후기를 쓰는 일을 하게 되면서 난 더 풍부한 섹스토이들과 몸을 맞댈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쌓여 이제까지 총 100개가 넘는 섹스토이를 써봤으니 어쩌면 난 한국에서 섹스토이를 가장 많이 써본 여자가 아닐까 싶다. 섹스토이가 많으니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섹스토이 컬렉션을 전시하기로 했다. 여성들이 주로 오는 서울 홍대 앞 한 음식점의 사장님과 협의를 통해 가게 한쪽 벽면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작은 간판을 달았다. ‘은하선의 빈 공간’을 만든 이후로 여성들은 밥을 먹고 술 한잔을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편하게 섹스토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섹스토이를 처음 본다는 여성들도 있었다. 섹스토이라면 무조건 남성 성기 모양의 ‘딜도’가 다인 줄 알았는데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들이 있다니 하나쯤 갖고 싶어진다는 여성들도 많았다. 하나씩 만지면서 촉감을 느끼고 바이브레이터도 작동해보며 즐거워하는 여성들을 보니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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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용 섹스토이는 직선이나 사실적 모양이 아니라 곡선이며 추상에 가깝다. 사진 은하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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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선/섹스토이 수집가·<이기적 섹스>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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