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11 20:53
수정 : 2015.11.12 10:12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샌프란시스코 다르게 즐기기
다양한 먹을거리와 식당 넘치는 샌프란시스코와 주변 유명 맛집 여섯 곳
어디를 여행하든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소리 지르는 물건이 있는 것처럼, ‘어머, 이건 꼭 먹어봐야 해!’ 하는 대표 맛집들이 있다. 더구나 기후가 좋아 식재료가 풍부하고, 미국 다른 지역보다 소득 수준이 높아 다양한 먹을거리와 식당이 넘쳐나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한다면 식도락의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을 터. 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에서 사랑받는 식당과 카페 몇 곳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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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폴리’ 비둘기 요리. 사진 박정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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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폴리(La Folie) 프랑스 출신의 오너 셰프 롤랑 파소트가 1988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연 프랑스 음식점으로, 지난 10월 중순까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받은 곳이다. 롤랑 파소트는 광기, 열정을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를 식당 이름으로 정한 것을 두고 “내가 요리에 미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급진 식당답게 이곳의 음식은 매우 정갈하고, 재료의 신선함이 느껴진다. 따뜻하게 데운 그릇에 담겨 나오는 콜리플라워 수프, 돼지고기 껍질이 연어 같은 식감을 내는 테린(잘게 썬 고기를 그릇에 담아 단단하게 만든 뒤 식혀 내는 요리), 쫄깃한 바닷가재와 향긋한 셀러리 뿌리가 잘 어우러진 리소토가 인상적이다. 비둘기, 개구리 뒷다리 같은 식재료는 보수적인 입맛을 가진 사람이라면 거북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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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랜티드 도어’ 캐슈넛을 넣은 닭 요리. 사진 박정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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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랜티드 도어(Slanted Door) 샌프란시스코 베이브리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피어빌딩 1층에 자리한 퓨전 베트남 음식점으로, 평일 저녁에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렵다. 서양식으로 해석한 퓨전 요리를 내놔서인지, ‘과한’ 향신료 맛은 나지 않는다. 오히려 해선장 소스를 이용한 돼지갈비구이, 대추와 캐슈넛 등을 넣은 튀김닭 요리 등은 자주 먹어본 중국 음식에 가깝게 느껴진다. 베트남 요리에 많이 쓰이는 고수도 조금씩만 들어가 있어 거부감이 없다. 스프링롤에 곁들여 나오는 땅콩소스엔 샬롯(양파의 한 종류)을 넣은 마요네즈에 민트, 식초 등이 들어 있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후식으로 나오는 대추 케이크는 생강과 계피가 주재료인데, 맛과 향이 고체로 된 수정과를 연상케 한다.
서양식으로 해석한 베트남 요리
그릴에 구운 단감으로 만든 샐러드
160여년 전 ‘첫반죽’ 향취 스민 빵
비둘기·사슴고기 등 낯선 맛 탐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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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 파니스’ 파파르델레. 사진 박정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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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 파니스(Chez Panisse) 미국 명문대 가운데 하나인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이 있는 버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30분가량 떨어진 소도시로, 친환경 슬로푸드 운동을 시작한 요리사 앨리스 워터스의 식당 ‘셰 파니스’가 있는 곳이다. 1971년 생긴 이 식당은 인근에서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내는데, 매일 메뉴가 달라진다. 2006~2009년 미슐랭 가이드가 별 하나를 준 곳이기도 한데, 저녁엔 한달 전에 예약해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요즘엔 단감을 그릴에 구워 단맛을 최대로 끌어올린 단감 샐러드가 입맛을 돋우며, 소고기샌드위치, 버섯과 크림소스를 넣은 파파르델레(넓고 납작한 파스타 면) 등은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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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베라’ 사슴고기. 사진 박정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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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베라(Calavera) 샌프란시스코 일대는 1800년대 중반까지 멕시코의 지배를 받았고, 지리적으로도 멕시코와 가까워 멕시코 문화가 비교적 잘 융화돼 있다. 이 때문에 이 일대엔 유명한 멕시코 음식점도 많은데, 샌프란시스코 인근 도시인 오클랜드의 이 식당은 고급스런 코스 요리 형태로 멕시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메뚜기, 사슴고기 같은 ‘낯선’ 식재료를 쓴 음식은 선호도가 갈릴 수 있지만, 아보카도가 풍부하게 들어간 과카몰레, 수제 토르티야에 싸 먹는 새우 요리 등은 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모르는 맛’ 탐험을 좋아하는 이라면 흥미롭게 식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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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딘’ 크랩 베네딕트. 사진 박정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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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딘(Boudin) 베이커리&카페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현지인들의 산책 코스로 사랑받는 피셔먼스 워프에 있는 빵집이자 카페다. 1849년 개업한 이곳의 대표 메뉴는 사워도 빵과 그 안에 담은 클램차우더. 제빵용 이스트가 발명되기 전엔 빵을 만들 때 물과 밀가루를 섞어 발효시킨 ‘첫반죽’을 이용해 빵을 부풀렸고, 이 반죽을 조금 남겨뒀다가 다음 반죽을 만들 때 첨가해 계속해서 빵을 부풀렸다. 사워도 빵 특유의 시큼한 맛은 샌프란시스코 공기 중의 야생효모가 들어간 이 ‘첫반죽’ 덕분인데, 지금도 보딘에선 전통 방식으로 빵을 만들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빵엔 무려 160여년 전 ‘첫반죽’의 향취가 숨어 있는 셈이다. 이 빵은 조개 향 가득한 클램차우더 수프와 잘 어울려 간단한 아침식사나 브런치 메뉴로 인기가 있다. 게살이 가득 들어간 크랩 베네딕트도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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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틴’ 레몬크림 타르트와 크루아상. 사진 박정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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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틴(Tartine) 베이커리&카페 프랑스에서 유학한 부부가 운영하는, 간판도 없는 샌프란시스코의 ‘동네 빵집’이지만 미국의 온갖 언론 매체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파는 집이라고 호들갑을 떨 만큼 유명한 집이다. 크루아상과 바나나 타르트, 레몬크림 타르트, 오픈 샌드위치 등이 특히 잘 팔린다. 빵을 사려고 아침부터 한 블록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밀가루, 설탕, 달걀 등 빵을 만드는 주요 재료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을 이용한다.
샌프란시스코/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샌프란시스코 여행 정보
가는 길 인천~샌프란시스코 직항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싱가포르항공 등이 운항한다. 시애틀을 경유하는 델타항공(ko.delta.com)을 이용하면 좀더 저렴하게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할 수 있다. 미국 최대 규모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지난해 6월부터 인천~시애틀 노선을 매일 한차례씩 운항하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여행 전후로 시애틀에 들러 영화 <만추>에 나온 곳들을 둘러봐도 좋겠다. 샌프란시스코 주변까지 여행하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국제운전면허 소지자라면 허츠(www.hertz.co.kr) 등의 회사에서 차를 빌릴 수 있다.
머물 곳 피셔먼스 워프 쪽에 있는 호텔 제퍼(www.hotelzephyrsf.com)는 캐주얼한 느낌의 부티크 호텔이다. 조용한 곳에서 고급스럽게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오클랜드의 클레어몬트 호텔(www.fairmont.com)에 가볼 만하다. 12월부터는 페어몬트 호텔로 이름이 바뀐다.
여행문의 캘리포니아 관광청 www.visitcaliforn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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