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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11 20:58 수정 : 2015.11.12 10:10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샌프란시스코 다르게 즐기기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스콧 매켄지 노래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다르게 여행하기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여행
샌프란시스코?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 해안을 끼고 있는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꼭 가보고 싶은 도시’로 손꼽는 여행지다. 아름다운 바닷가를 배경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숲이 그려내는 세련된 스카이라인, 구불구불 언덕을 기어오르는 케이블카(노면 전차), 1860~70년대 대륙횡단철도 건설 당시 중국에서 건너온 철도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차이나타운, 가파른 언덕길에 마주보고 선 집들 사이에 수국이 흐드러지게 핀 롬바드 거리…. 샌프란시스코에서 볼 것들은 참 많다.

이게 다일까? 누구나 가는 곳에 나도 다녀왔다는 ‘인증샷’을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샌프란시스코는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960년대 반전평화운동의 중심지로서 다양성을 존중해온 이 도시의 역사와 분위기에 걸맞은 특별한 여행 말이다.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다리 금문교. 박정우 작가 제공

자전거로 ‘골드러시’의 낭만을

샌프란시스코 북동쪽 부두인 ‘피셔먼스 워프’ 주변에선 자전거 대여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루 30~40달러에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금문교(골든게이트 브리지)를 건너 소살리토까지 가는 코스가 가장 인기있다. 가는 중간중간 사진도 찍어가며 쉬엄쉬엄 가도 편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인도로 이동할 땐 반드시 끌고 가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금문교를 즐길 수 있다. 박정우 작가 제공
자전거를 빌려 해안을 따라 난 길로 들어서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잠시 달리다 보면 곧 자그마한 언덕을 만난다.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제법 돼,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내려서 끌고 올라가는 편이 낫다. 언덕을 다 올라가면 마침내 붉은 오렌지색의 금문교가 눈에 들어온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뒤 시원하게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햇살에 반짝거리는 공원의 잔디와 그 위에서 산책하거나 달리거나 햇빛을 쪼이는 사람들, 그리고 한가롭게 정박된 요트들을 볼 수 있다.

공원을 다 지나 좌회전을 하면 고급 주택가에 자리잡은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에 닿는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을 기적적으로 극복하고, 파나마 운하도 완공한 것을 기념해 1915년 열린 ‘파나마 태평양 국제 엑스포’ 때 지어졌는데, 영화 <더 록>에도 나온 아름다운 건물이다. 3000여명이 숨지고, 도시 건물의 80%가 무너진 대참사를 겪고도 절망하지 않고 10년도 채 안 돼 도시를 재건해낸 사람들의 강인함이 새삼 존경스럽다.

다시 해안 쪽으로 나와 포장 안 된 흙길을 지나 또 한번 언덕을 오르면 금문교를 탈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북쪽 맞은편 마린카운티를 연결하는 2800m 길이의 다리다. ‘골든게이트’(금문)는 1800년대 중반 황금을 찾아 미 서부로 이동하는 ‘골드러시’ 시절 샌프란시스코 만을 부르던 이름이다. 1937년 개통된 금문교에는 청춘들의 가슴에 부와 성공이라는 부푼 꿈을 불어넣었던 골드러시의 흥분과 낭만이 녹아들어 있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자전거, 반대쪽에서 오는 자전거와 오가는 도보 여행자, 서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가끔씩 뒤엉켜 조금 복잡하다. 그들에게서도 흥분과 낭만의 기운이 흘러나온다. 오른쪽으로는 감옥이 있던 ‘악마의 섬’ 앨커트래즈, 그 뒤로는 샌프란시스코 베이브리지가 펼쳐지고, 왼쪽 차도에는 차들이 속도를 내며 달려간다.

금문교를 내려서면 다시 내리막길이다. 작고 아름다운 마을 소살리토로 들어가는 길인데, 경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에스(S)자로 휘어진 길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살살 브레이크를 잡으며 조심스레 마을로 들어서면 ‘봄’이 반기는 것 같다. 따뜻한 햇살이 창문에 부딪혀 빛을 내고, 부드러운 바람이 오래돼 더 매력적인 골목을 감싼다. 예술가·음악가들이 모여 살아 예술 마을로도 불리는데, 미국이 아니라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 와 있는 것 같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풍경에 마음이 간질간질해진다.

소살리토를 돌아본 뒤 샌프란시스코로 되돌아올 땐 페리(11.50달러)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다소 무리한 허벅지 근육도 쉴 수 있고, 육지에선 볼 수 없는 앨커트래즈의 뒤쪽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배가 정박하는 피어39 주변에선 햇빛을 쬐러 물 위로 올라온 바다사자 떼도 볼 수 있다.

자전거 빌려 바닷가 길 라이딩
금문교 건너 소살리토 마을까지
농장에서 유기농 요리 즐기고
포도밭 달리는 기차에서 와인 한잔

친환경 먹을거리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델 리오 보태니컬’의 수잰 애시워스. 박정우 작가 제공

유기농 농가 체험 ‘팜 투 테이블’

유기농 먹을거리나 슬로푸드 등에 관심이 있다면 새크라멘토의 ‘델 리오 보태니컬’을 찾아가볼 만하다. 새크라멘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가량 떨어진 곳으로, 캘리포니아 농업의 중심지다. 3년 전 케빈 존슨 시장이 새크라멘토를 ‘팜 투 테이블’(농장의 신선한 식재료가 바로 식탁으로 전달되는 것)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새크라멘토는 친환경 농업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델 리오 보태니컬’은 1950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농장이자 식당으로, 지금은 창업자의 손녀인 수잰 애시워스(64)가 남편과 함께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200에이커(약 81만㎡)의 농장에선 포도, 홉, 파인애플세이지플라워, 고추, 가지 등 유기농 인증을 받은 온갖 농작물을 키우는데, 이 농작물은 대부분 새크라멘토와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매상이나 식당으로 넘어간다. 회원 120명에겐 매주 그때그때 잘 익은 채소와 조리법을 담아 보내주기도 한다. 염소, 토끼, 메추리 등도 수잰이 직접 키워 요리에 이용한다. 6명 이상 예약하면 1인당 45달러(저녁엔 68달러)로 농장을 구경한 뒤 수잰이 만들어내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가지, 흰토마토, 양파, 파프리카 등을 볶은 뒤 소금, 식초, 레몬바질 등으로 양념한 ‘카르보나타’를 시작으로 메추리 샐러드, 토끼고기 요리, 염소 치즈 등이 제공된다. 요리는 계절별로 바뀌며, 예약자가 원하는 요리를 해주기도 한다. 함께 나오는 진판델(포도의 한 종류)로 직접 담근 레드와인과 라즈베리술도 입에 착착 감긴다.

드넓은 포도밭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나파밸리의 와인 트레인. 박정우 작가 제공
와인 안 마셔도 좋은 와인 트레인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70%가 나는 곳인데, 핵심 지역이 바로 나파밸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나파밸리엔 와이너리 600여곳이 있는데, ‘와인 트레인’을 타면 아름다운 포도밭을 감상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와인 트레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건 식사와 와인 1잔이 포함된 3시간짜리 ‘고메 익스프레인 런치’(124달러)이다. 오전 10시50분에 출발하는 기차의 지정된 자리에 앉으면 세이지 치즈 등 3종류의 치즈와 달콤한 포도 등이 담긴 애피타이저와 와인 1잔을 내온다. 어느 쪽에 앉든 포도밭을 볼 수 있지만, 가는 방향으로 오른쪽은 기찻길을 따라 도로가 나 있어 왼쪽 풍경이 더 낫다.

술을 더 마시고 싶으면 기차 안에 준비된 40여 종류의 와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주문하면 된다. 1병당 15달러의 콜키지 피를 내면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가져가서 마실 수도 있다. 천천히 움직이는 기차에 몸을 맡긴 채 지나가는 포도밭을 보고 있으면, 알코올과 흥에 취해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조차 아름다워 보인다. 1시간 정도 지나면 메인 요리를 먹는 식당칸으로 이동하는데 쇠고기 스테이크, 닭가슴살 스테이크, 연어 스테이크 등이 준비돼 있으니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잘 익은 포도를 볼 수 있는 시기는 9월이지만, 그때가 아니라도 와인 트레인은 1년 내내 운행한다. 가을엔 포도잎이 노란색, 빨간색으로 물들어 좀더 낭만적인 느낌이 난다. 온화한 햇살에 감싸인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보고 있자면, 혼자 이 기차를 타도 충분히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샌프란시스코/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금문교 자전거 여행

나파밸리 와인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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