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바야흐로 굴의 계절
통영국제음악당 안 이탈리아 레스토랑 요리사 김현정이 추천하는 통영 굴 시장·양식장·맛집
구름이 낮게 깔려 있다. 경남 통영시 앞바다를 집어삼킬 것 같은 무시무시한 검은 구름이다. 통영 사람들은 이 구름을 ‘바람구름’이라 부른다. 바람구름이 달도 삼켜버리면 다음날은 몹시 춥고 세찬 바람이 분다. “서울에서는 본 적이 없어 신기하고, 바다색은 더 진해져서 놀랍다.” 지난달 26일 통영에서 만난 요리사 김현정(40)씨의 첫마디다. 그는 6개월 전 서울에서 통영으로 내려왔다.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개발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온몸으로 경험한 김씨는 잠시 ‘자신의 시간’을 맡길 곳으로 통영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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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라토리아 델 아르테’의 요리사 김현정씨.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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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김현정씨가 만든 다양한 소스의 굴 요리들.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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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전문가 기술 전수받은 양식장
오만가지 굴 요리 풍성한 전문점
싱싱한 굴 나오는 허름한 선술집 인연은 때로 우연하게 찾아온다. 뜨라토리아 델 아르테의 이탈리아인 셰프가 급하게 그만두는 바람에 2주간 잠시 주방을 맡으러 왔다가 눌러앉았다. “그날을 잊지 못한다. 한산도가 한눈에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걸어 올라가는데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첫사랑과의 재회도 이보다 흥분되지는 않을 터! “연애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복잡하기만 한 서울 생활이 지겨워 몇 년 전부터 제주도, 단양 등 고즈넉한 곳을 찾아다녔더랬다. 그가 뜨라토리아 델 아르테를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밀가루도 이탈리아에서 수입하는 등 재료가 매우 좋고, 해산물 등 식재료가 놀라울 정도로 신선하다”며 “독일인인 통영국제음악당 대표 플로리안 리임의 높은 음식에 대한 이해도 한몫했다”고 말한다. 요리사답게 그는 식재료에 관해서는 예민하다. “통영은 지금 한창 굴 철”이라며 “질 좋은 굴을 독특한 방식으로 양식하는 곳과 계약을 맺어 쓸 생각”이라고 한다. 다음날 그가 신선한 굴이 넘치는 시장과 점찍은 굴양식장, 자주 찾는 굴 맛집 등을 안내했다. 이른 아침 9시, 서호전통시장. “관광객들에게는 중앙전통시장이 유명하지만, 아침 6시면 텃밭에서 키운 채소와 작은 고깃배에서 잡은 생선을 팔러 나오는 할머니들이 한 골목을 형성하는 서호전통시장이 정겹다.” 그는 수족관에서 펄떡이는 숭어, 병어, 장어 등을 가리키며 “선도가 참 좋다”는 소리를 연발한다. ‘덕이네 막썰어’ 같은 회 전문 식당뿐 아니라 ‘선아해물’, ‘금성장어’, ‘샛터만석수산’ 등 제철 맞은 굴 등을 전국으로 택배 보내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산모에게 좋다는 5년 말린 대구를 파는 ‘중앙상회’에서는 발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이 시장에서는 말린 굴과 최근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 등장해 화제가 된 군소(바다달팽이)도 판다. 좌판마다 가게마다 향긋한 굴 향이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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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물산의 굴 작업장.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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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물산에서 생산하는 크기가 큰 굴.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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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에 있는 굴 전문점 ‘대풍관’의 굴찜.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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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맛있는 굴 식당
서촌계단집 서울 서촌 금천교시장 안에 있는 해산물 전문 선술집. 완도산 오징어, 울진산 돌문어 등 산지 직송을 장점으로 내세운 곳. 2~3일 전에는 예약해야 할 만큼 인기있는 술집. 생굴 2만원, 통영산 석화 2만2000원. 종로구 내자동 11-1. (02)737-8412.
돌꽃 굴전골, 생굴, 굴탕수육, 굴전, 굴튀김 등 다양한 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굴 전문점. 굴 정식(1인분 2만원)을 주문하면 석화 그라탱을 포함한 5가지 굴 요리가 나온다. 외국관광객들도 입소문 듣고 찾아오는 곳. 마포구 동교동 205-3. (02)324-5894.
오통영 청담점 2013년 서울 동부이촌동에 처음 연 오통영의 청담점. 작은 새우가 올라간 매생이전과 솥밥 등이 유명. 사장 하태환씨는 굴 등 각종 해산물을 통영에서 직송해 온다고 한다. 세련된 카페풍 인테리어가 특징. 굴전 1만6000원. 강남구 청담동 88. (02)544-2377.
충무집 서울 을지로 일대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도 유명한 충무집은 통영시가 지정한 ‘통영 향토음식 지정업소’로, 통영에서 직송한 해산물을 판다. 생굴 2만7000원. 중구 다동 140. (02)776-4088.
한남북엇국 2008년 문을 열어 사골국물에 명태를 넣어 끓인 북엇국으로 유명해진 집. 가자미전, 생굴, 굴전, 각종 찌개 등 술꾼에게 인기 좋은 안주가 많아 회식 장소로도 인기다. 몇년 전 건물을 리모델링해 깨끗한 편이다. 생굴 2만5000원. 용산구 한남동 73-2. (02)2297-1988.
한성칼국수 칼국수로 유명한 집이지만 굴 철에는 생굴과 굴전을 판다. 서울 굴 전문점이 대부분 통영산 양식굴을 파는 데 비해 이곳은 서해안에서 직송한 자연산 굴을 판다. 식도락가인 예종석 아름다운재단 이사가 즐겨찾는 곳. 생굴 2만4000원. 굴전 1만8000원. 강남구 논현동 62-13. (02)544-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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