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국 기자가 서울 강북구 우이동 코오롱등산학교에서 실내 빙벽을 체험하고 있다.
|
[매거진 esc] 라이프
황정민 등 영화 ‘히말라야’ 배우들이 훈련한 높이 20m 실내 빙벽에 이정국 기자 매달리다
16일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는 해발 8750m 에베레스트에 묻힌 후배 대원을 구하러 가는 ‘휴먼 원정대’를 그린 실화다. 황정민, 정우, 김인권, 라미란 등 배우들은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전문 산악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원정대에 참여했던 김미곤 대장이 훈련을 맡았는데, “배우들이 무서움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자기 스스로 해내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자연조건에서 훈련이 어려운 까닭에 배우들은 실내 빙벽장을 이용했다. 취미생활로 실내 암벽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실내 암벽장은 지역마다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실내 빙벽장은 전국에서 단 한곳뿐이다. 바로 서울 우이동 북한산 국립공원 초입에 자리잡은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다. 영화 개봉에 맞춰 높이 20m로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 실내 빙벽장 체험에 기자가 나섰다.
|
영화 <히말라야>에 출연한 배우 김인권(오른쪽)의 실내 빙벽 훈련 모습.
|
턱걸이 하듯 팔 힘 쓰다 탈진
다음날 온몸이 욱신욱신
며칠 지나 ‘다시 도전해볼까’ 지난 11일 오후 겨울비가 내리는 스산한 날씨에 등산학교에 도착했다. 김성기 팀장이 ‘정신교육’부터 시킨다. “단순한 체험에 머무르지 말고, 내가 왜 이것을 하는지, 또 하고 나서 무엇을 얻었는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전문가입니다.” 일반인들은 보통 빙벽을 ‘전문가나 하는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옷 가져오셨나요?” 김 팀장이 물었다. 가방에서 삼선 트레이닝 바지를 꺼내자 그는 “이거 입으면 얼어 죽습니다” 했다. 고어텍스 재킷과 기모 바지를 빌려 입은 뒤 지하 3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냉동창고에나 있을 법한 큰 철문이 보였다. 문 안쪽이 매우 춥다는 걸 직감했다. 먼저 장비를 장착했다. 장비는 빙벽화와 크램폰(등산화 밑창에 미끄럼 방지를 위해 덧대는 금속물. 보통 아이젠이라 부름), 아이스툴(손에 쥐고 얼음을 찍는 손도끼 모양의 도구), 헬멧과 안전벨트 정도다. 대여료 1만5000원을 내면 장비 일체를 빌릴 수 있다. 두꺼운 철문을 열자 “아이쿠 추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영화 13도였다. 여름에 오면 피서가 따로 없을 것 같았다. 우선 높이 8m 연습용 빙벽 앞에 섰다. 경력 11년의 김한진 강사가 시범을 보였다. 에너지 소모가 가장 적은 ‘엑스보디’ 자세가 초보자에게 맞다고 했다. 뒤에서 보면 몸이 X자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사가 날렵하게 얼음을 찍어 성큼성큼 빙벽을 올라갔다. 쉬워 보였다. “팔에 최대한 힘을 빼고, 하체의 힘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어떤 스포츠든 “하체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야구에서 팔이 빠져라 던지는 투수에게도 “하체를 써야 한다”고 늘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스툴로 얼음을 내리쳤다. 어라! 잘 안 박힌다. “힘을 빼고 스냅으로 내리치세요.” 말처럼 잘 안됐다. 콘크리트에 못질하는 것처럼 몇번 내리치니 겨우 박혔다. 오르기 전부터 팔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양손의 아이스툴로 망치질(타격)을 하고 나선 ‘키킹’(발로 차 크램폰을 빙벽에 박는 것)을 해야 한다. 사실상 발가락으로 지탱하는 셈이다. 뒤에서 보면 흡사 나무 사이를 오가는 오랑우탄처럼 보인다. 하체는 구부정하고 팔은 축 늘어져서 매달려 있다. 양팔과 양다리를 고정한 뒤 하체 힘을 이용해 일어나야 한다. 아뿔싸, 하체 힘을 이용해야 하는데, 팔로 잡아당기고 말았다. 마치 턱걸이처럼 말이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몇번 하다 보니 팔에 완전히 힘이 빠졌다. 턱걸이를 계속할 순 없는 노릇이다. 중간에 “아이고, 팔에 힘이 빠졌어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한 3m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내려오는 건 더 힘들었다. 팔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갔다. “내려오는 게 더 힘드네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더니 강사는 “그래서 내려올 땐 그냥 로프 타고 내려옵니다”라며 웃는다. 일주일은 해야 자세가 겨우 잡힌단다. 연습을 마치고 쉬는데 팔이 덜덜 떨렸다. 그 추운 곳에서 온몸에 땀이 뻘뻘 났다.
|
에너지 소모가 적어 초보자에게 알맞은 ‘엑스보디’ 자세를 취한 이정국 기자.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