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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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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세계일주여행 하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4년에 걸쳐 지구 한 바퀴 도는 여행자들 이야기
지난 12일 저녁 서울 홍대 앞의 한 카페. 20대부터 50대까지 함께 모여 먹고 마시는 이색 송년회가 벌어졌다. 세계일주여행을 다녀왔거나, 준비중인 사람들 40여명이 함께한 ‘세계일주 스터디 클럽’ 회원들의 연말 모임이다. 주로 20~30대 대학생·직장인, 30~40대 여성, 40대 안팎의 부부인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해 온 음식과 맥주·와인 등을 서로 권하며 경험과 정보를 나눴다. 세계일주 스터디 클럽은 7년 전 세계일주여행을 준비중인 이들이 다녀온 이들에게서 조언을 듣던 자리가 발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경험자와 초보자들이 해마다 3~4회, 1회당 5주씩(매주 금요일) 토론을 벌이는 무료 학습모임으로, 지난 11월까지 31회의 학습이 이뤄졌다. 회당 5~15명꼴로, 지금까지 200여명이 학습에 참여했고, 참여자의 3분의 2 이상이 ‘꿈’을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운영진 김기진(38)씨는 “2~3년 전까지는 나홀로 여행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친구나 부부, 가족 여행자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고 했다.
“딴 나라 사람들 얘기”이거나 “부자들의 돈×랄”이면서, “평생 간직하는 꿈”으로만 여겨지던 세계일주여행을 감행하는 보통 사람들이 늘고 있다. “너 미쳤냐?” “돌았군.” 세계일주여행 계획을 털어놓았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얼마의 돈을 들여, 이 바쁘고 험난한 세상에서 세계일주여행에 나서는 것일까. 세계일주여행 감행 이유와 얻은 것, 다녀온 뒤의 삶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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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로 알래스카를 찾아간 정두용씨. 정두용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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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자전거·버스·트럭 여행도
1년에 1인당 2500만원쯤 들어
돌아와선 새 삶 개척하며 “행복해요” ‘주체적 삶’ 위해 ‘꿈’ 실행하는 이들 왜 세계일주여행일까? 취재중에 만난, 다녀온 이들과 준비중인 이들 10여명(20~40대)의 말을 들어보니, “어릴 적부터의 꿈”이라는 대답이 절반 가까이 됐다.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고,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이뤄야 할 목표들) 중 하나를 이룬 것이란 얘기다. 다음으론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이 가치 없어 보여서’, ‘추억에 남을 신혼여행을 위해’ ‘이민·유학을 생각하다 차선책으로’ ‘세월호 이후 가족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껴서’ ‘탈출구가 필요해서’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여행 방식도 이유만큼이나 다양하다. 항공·선박·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이 대부분이고, 수시로 여행지에서 차량을 일정 기간 빌리는 여행자들도 많았지만, 여행 내내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이동하거나 버스·트럭 등을 이용해 지구를 한바퀴 도는 이들도 있다. 여행 경비는 얼마나 들까? 경험자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방문국 수나 생활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비렁뱅이도 아닌 수준, 최대한 아끼면서 볼것·먹을것·해볼것은 겪어보는 1년 여행에, 1인당 2500만원쯤 든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2000만원 이하면 고생스럽고, 3000만원이면 비교적 여유 있는 여행이 된단다. 숙소는 저렴한 호텔이나 호스텔·게스트하우스·한인민박·캠핑장 등을 이용한다. 경비는 몇년간 적금을 붓거나, 퇴직금이나 살던 집을 전세 놓아 마련하는 이들이 많다.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17개월간 45개국을 여행한 뒤, 올해 초 여행서까지 펴낸 정두용(41)씨는 “직장 다니며 적금 붓고 저축한 돈 5000만원을 털어넣었다”며 “유류비·부품 교체비와 숙식비가 많이 들었다”고 했다. 조성욱(29)씨는 달랑 기타 하나 들고,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9개월~1년여씩 40여개 나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조씨는 “거의 매일 버스킹(거리 공연)을 통해 경비를 마련했다”며 “하루 5만~10만원을 벌어, 최소한의 경비로 먹고 자며 이동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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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으로 경비를 마련하며 세계를 여행한 조성욱씨. 조성욱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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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라파스 ‘달의 계곡’의 안병일씨 가족. 안병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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