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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의 아카마 신궁.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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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
올해는 한-일 수교 50돌…조선시대 일본 방문한 외교사절단 따라 히로시마·야마구치 여행
조선통신사는 조선시대 일본에 보냈던 외교사절단이다. 조선시대 전기에 8회, 후기에 12회의 사절단이 일본을 다녀왔다. 두 나라엔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물들이 무수히 전해온다. 올해는 광복 70돌이자, 한-일 수교 50돌이 되는 해다. 한·일 두 나라는 내년 3월, 조선통신사 행렬도 등 총 315점(한국 쪽 120점, 일본 쪽 195점)의 통신사 관련 기록물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관광청이 한-일 수교 50돌 기념으로 진행한 ‘조선통신사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에 참가해, 히로시마·야마구치 현의 일부 통신사 발자취와 주변 볼거리를 둘러봤다.
뱃길 닿은 곳마다 조선통신사 흔적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의 ‘통신’(通信)은 ‘신의로 교류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외교사절단이면서, 문화 교류의 통로 구실을 한 평화사절단이었다. 조선은 일본에 통신사(왜구 금지, 포로 송환, 막부장군 취임 축하 등의 목적)를 보냈고, 일본은 조선에 국왕사(문물·경제 교류 등의 목적)를 보냈다. 임진왜란 뒤 조선에선 일본국왕사 왕래를 금했는데, 한양 상경로가 전쟁 침입로로 이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조선 후기 12차례의 조선통신사 중, 1~3회까지는 통신사란 명칭을 쓰지 않았다. 임진왜란 상처로 ‘신의로 교류한다’는 뜻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통신사는 한양을 출발해, 충주·문경·밀양을 거쳐 부산에 닿은 뒤, 대개 6척의 배에 나눠 타고 대마도 관리의 안내를 받아 출발했다. 국서를 받드는 정사와 부사·종사관을 비롯해 300~500명으로 이뤄진 통신사 일행은, 대마도를 거쳐 대마도주의 안내로 시모노세키 항을 통해 일본 본토에 첫발을 딛는다. 여기서 뱃길로 히로시마를 거쳐 오사카에 닿은 뒤, 육로로 교토를 거쳐 도쿄에 이르렀다. 한번 왕래에 걸린 기간은 대체로 4개월~1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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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시모카마가리 섬의 ‘조선통신사 자료관’(쇼토엔)에 전시된 정사 일행이 탔던 배 모형.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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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카마가리 섬 ‘조선통신사 자료관’에 전시된, 통신사 일행이 받았던 ‘3탕(3즙) 15채 상차림’ 모형.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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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탔던 배 모형 전시
육해공 진미 상차림 모형도
옛 숙소 자리엔 음식점 들어서 일행이 남긴 필담 문서들 일본 문화재 등록 히로시마현 서쪽 야마구치현의 항구 시모노세키는 조선통신사 일행이 일본 본섬에 첫발을 디뎠던 곳이다. 통신사 선단은 쓰시마와 이키 섬, 그리고 아이노 섬을 거쳐 간몬해협(관문해협)으로 들어와 시모노세키 아카마신궁(상륙 당시엔 아미다 절) 앞 선착장으로 상륙했다. 이곳 번주는 조선통신사가 올 때마다 선착장을 새로 만들고, 떠난 뒤엔 다시 철거했다고 한다. 기타큐슈로 건너가는 간몬해협대교가 바라다보이는 이 바닷가에 15년 전 세운 조선통신사 상륙 기념비(조선통신사 상륙 엄류지지)가 있다. 도로 건너편 언덕엔 유난히 붉은빛이 빛나는 신사가 있다. 12세기 무사집단 간의 전투에 휘말려, 8살의 나이에 외할머니와 함께 앞바다에 빠져 죽은 안토쿠 왕을 모시는 아카마신궁이다. 이곳에 조선통신사 일행의 자취가 남아 있다. 아카마신궁의 우두머리(궁사)를 지낸 미즈노(80) 명예궁사는 “1711년 조선통신사 일행이 안토쿠 왕 무덤에 참배하고 남긴 정사·부사의 글과, 화관이 배에서 마을 쪽을 보고 그린 그림이 있다”며 보여줬다. 이성린이란 화관이 그린 그림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을 모사한 것이지만, 통신사 부사인 임수간이 쓴 글은 진품이라고 했다. 안토쿠 왕 무덤 참배 뒤 그 심정을 적은 글이다. 미즈노 명예궁사는 “당시 통신사 일행은 이곳 학식 있는 주민들과 수많은 필담을 남겼다”며 “지금도 개인이 보관해온 것들이 많은데, 지난 4월에도 몇 장의 필담 문서들이 시모노세키 문화재로 등록됐다”고 말했다. 통신사 일행이 묵었던 숙소 자리엔 지금 ??판로(춘범루)라는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아카마신궁 옆 황금색 지붕의 건물이다. 히로시마 원폭이 남긴 참상도 짚어볼 만 히로시마현과 야마구치현의 조선통신사 발자취 탐방길에는 둘러볼 만한 명소들이 이어진다. 히로시마를 찾는 여행객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원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원자폭탄 투하 지점 옆에 조성한 평화기념공원이다. 1945년 8월6일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20여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당시 이곳에 살던 한국인 2만여명도 희생됐다. 뼈대만 남은 건물 겐바쿠돔(원폭돔·세계문화유산)과 평화기념자료관에 전시된 자료와 실물 들을 통해 당시 참상을 확인할 수 있다. 공원 한쪽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도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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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현의 작은 섬 미야지마에 있는 이쓰쿠시마 신사. 조선통신사 뱃길이었던 세토 내해의 명소 중 하나지만, 통신사 발자취와 직접 관련은 없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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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쿠니시의 나무다리 긴타이교.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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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야마구치 여행정보
항공편 인천공항~히로시마공항을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1편씩 운항한다.
먹을 것 일본 여행 때 관심거리 중 하나가 지역마다 전해오는 음식들이다. 히로시마의 겨울 대표 먹거리는 굴이다. 대부분의 식당들에서 굴구이·굴튀김·굴파이·굴찌개 등 굴 요리를 낸다. 특히 구레시는 일본에서 깐굴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다양한 굴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일본식 부침개의 일종인 오코노미야키도 이름 높다. 히로시마 시내 900여곳의 식당·노점들에서 즉석 오코노미야키를 맛볼 수 있다. 미야지마는 ‘모미지만주’(단풍 모양의 와플)가 유명하다. 야마구치현은 일본 최대의 복어 어획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시모노세키의 식당들에서 투명할 정도로 얇게 썰어 낸 복회를 비롯해 복튀김·복볶음밥·복맑은탕 등 갖가지 복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여행 문의 주한 일본정부관광국 www.welcometojapan.or.kr, (02)777-8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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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야마구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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