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1.13 19:13
수정 : 2016.01.14 09:26
[매거진 esc] 양윤정의 패션을 부탁해
‘로코 퀸’(로맨틱코미디의 여왕) 김하늘이 <나를 잊지 말아요>로 모처럼 스크린에 돌아왔다. 나는 지난 7일 개봉한 이 영화 속 김하늘의 패션에 큰 ‘기대’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가 선보인 스타일을 고수해주길 바랐으니, 오히려 그게 더 큰 기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선생님 역을 맡은 그는 이번에도 단아한 느낌의 셔츠와 카디건, 니트, 원피스 등을 선택했다. 하늘거리는 셔츠형 원피스는 김하늘이 맡은 ‘김진영’의 청순하면서도 단아한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템(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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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를 잊지 말아요>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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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김하늘의 행보는 언제나 안전해 보였다. ‘로코 퀸’이라 불릴 만한 역할과 시청률이 높을 게 자명해 보이는 드라마(상대역이나 작가와 연출자의 이름만 놓고 보자면)를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나도 꼭 챙겨보곤 했다. 비슷한 캐릭터라 하더라도 배우 김하늘의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을 믿었고, 연기는 모자라거나 과함이 없었으며 흥행 역시 늘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몇 작품을 지나오면서 딱 하나, 지루한 게 있었다. 바로 김하늘의 패션 스타일이다.
김하늘은 20대에서 30대로, 대학생에서 선생님으로 역할의 나이와 직업이 바뀌어도 패션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었다. 마치 그에게는 자신이 정해놓은 어떤 범주가 있어 그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으리라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언제 어디서나 컬러는 연한 톤으로, 패턴은 작고 무난하게, 소재는 고급스럽게, 여름에는 반소매, 겨울에는 코트를 입는 식이랄까. 캐주얼한 옷차림이 필요할 때는 스트라이프 티셔츠, 지적인 이미지가 필요하다면 셔츠와 재킷을 선택했다. 쉽게 말해 <신사의 품격>(2012)의 ‘서이수’가 입은 옷이 바로 김하늘의 ‘패션의 정석’이다. 깔끔한 블라우스와 단정한 무릎길이 스커트로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패션 스타일링 말이다. 데뷔 때부터 고수해온,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우아하게 얼굴을 옆으로 살짝 가리며 내려오는 긴 생머리가 김하늘의 트레이드마크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김하늘은 워스트 드레서도 아니지만 딱히 베스트 드레서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배우로서의 흥행 성적이나 이름값에 견주어볼 때 패션만큼은 다소 미흡한 성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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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정 전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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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이번 영화에서 김하늘이 변하지 않기를 바랄 만큼, 이런 김하늘을 보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배우의 이미지 변신은 패션이 해줄 수 없음을 김하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도 한명쯤은, 변함없이 변하지 않는 ‘성당 누나’ 같은 배우 하나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변해야만 좋은 것이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시대가 변하고 정서가 변해도, 그 변화하는 시대의 정서에 맞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 고집이라면 현명한 고집이다. 패션을 통한 전적인 이미지 변신은 무의미한 게 아닌가 싶다. 흔한 말로 패션은 거들 뿐이다. 제발 앞으로도 이미지 변신을 한다면서, 어느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나 과감한 노출을 하지 않길 바란다. 누구든 자기다울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양윤정 전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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