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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해질녘 노을을 배경으로 가창오리 떼가 화려한 군무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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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 가창오리떼의 화려한 떼춤 보러 떠나는 탐조여행
본격 겨울 추위가 이어져 선뜻 주말여행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때다. 겨울여행을 여행답게 해주는 게 눈경치지만, 이번 겨울은 눈마저 뜸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아직 눈부신 설경을 보기는 어렵다. 세상이 온통 춥고 황량해 보이는 이때, 눈에 확 뜨이는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바로 겨울철새 도래지다. 수많은 종류의 철새들이 날고 기며 저마다 멋진 자태를 뽐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환상적인 건 아마 가창오리들의 군무가 아닐까 싶다. 이맘때 군산·서천 금강호(금강 하구)나 고창 동림저수지를 찾는다면, 수만~수십만마리의 가창오리들이 펼쳐 보이는 떼춤을 거의 매일 저녁 감상할 수 있다. 지난주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가창오리 떼의 화려한 춤을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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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 떼의 비상을 기다리는 사진가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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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 떼가 뱀처럼 길게 굽이치는 모습.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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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수십만마리 환상적 군무
2월까지 매일 저녁 볼 수 있어
군산·서천 금강호에서도 감상 가능 세계적인 가창오리 안식처 동림저수지 고창군 성내면과 흥덕면에 걸쳐 있는 동림저수지(흥덕저수지)는 일제강점기(1914년)에 만들어졌다. 금강호와 함께 대표적인 가창오리 월동지다. 전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고창군 중에서도 핵심지역 중 한곳이다. 가창오리뿐 아니라 고니·쇠기러기·흰뺨검둥오리 등 다양한 철새 도래지이기도 하다. 이맘때 해질 무렵 동림저수지 제방 주변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 사진기·삼각대를 든 사진가와 탐조 인파, 이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다. 길이 900여m의 제방 동쪽 부분과 저수지의 동쪽 논가에 특히 많은 사람이 몰린다. 해가 진 뒤에도 밝은 서쪽 하늘을 배경으로 가창오리 군무를 사진 찍기 위해서다. 해가 지고 서쪽 하늘의 노을과 빛도 사그라들 무렵,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일부 가창오리들이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진가들은 바라보기만 할 뿐 셔터에 손을 대지 않는다. 한두 차례 낮게 떼지어 날아올라 좌우로 이동하며 ‘몸을 푼 뒤’ 본격적인 비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와, 일어난다.” 새카만 점들의 움직임이 점점 커지며, 뭉쳐진 점들이 짙어지고 옅어지길 반복하자, 셔터 소리와 함께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10만마리는 넘겠다.” 새카맣게 날아오른 가창오리 떼는 이리저리 몇차례 방향을 바꿔 몰려다니면서 환상적인 군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늘을 향해 던져진 거대한 그물 형상이기도 하고, 허공에서 서로 몸을 부딪치며 다투는 용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10만여마리의 가창오리 떼는 긴 띠를 이루며 하늘 한쪽을 가리는가 싶더니, 다시 거세게 방향을 틀어 둘로 나뉘었다가 다시 합쳐지며 솟아오르기를 되풀이하다, 제방 서쪽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본격적인 군무가 시작되고 사라지기까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비록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먼 거리에서나마 군무를 제대로 마주한 사람들의 입에선 연신 탄성이 터져나왔다. 가창오리 군무는 동림저수지와 군산·서천 금강호에서 2월까지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11월께 우리나라에 날아와 해남 일대에 머물다 1월 중순 무렵부터 동림저수지나 금강호로 올라온다. 한성우 학예연구사는 “올해는 시베리아 기온이 높았기 때문인지 한달 이상 늦은 12월 중순에 날아와 해남에 머물다, 예년보다 보름 일찍 동림저수지·금강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만마리의 가창오리가 당분간 금강호와 동림저수지를 오가며 겨울을 날 것으로 내다봤다. 겨울철 동림저수지를 찾으면 제방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터줏대감이 한분 있다. ‘오리 할아버지’로 통하는, 신성리 관동마을 토박이 이재안(80)씨다. 겨울이면 매일 저수지 제방에 나와 쓰레기도 치우고 가창오리도 체크한다. 사진가들은 물론, 일부 조류학자도 저수지 방문 전 이씨를 통해 가창오리 도래 여부를 확인한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가창오리를 봐왔다는 이씨는 “옛날엔 한겨울보다 북쪽으로 돌아가는 시기에 많이 보였다”며 “춘분 무렵 이 저수지에 모여 딱 사흘간 머물다 가는데 저수지를 거의 다 덮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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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내에 자리한 고창읍성(모양성)의 북문.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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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실학자 이재 황윤석 생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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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여행 정보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정읍나들목에서 나가 22번 국도 따라 성내·흥덕 쪽으로 가다 성내중학교 앞 성내삼거리에서 좌회전, 성내면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우회전, 굴다리 지나 직진해 잠시 가다 ‘총각선녀보살’ 입간판 보고 좌회전해 시멘트길 따라 동림저수지 제방으로 간다.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나들목에서 나가 흥덕 거쳐 성내로 가도 된다.
먹을곳·묵을곳 고창의 대표적인 음식은 장어구이다. 고창읍내와 선운사 들머리 등에 장어구이를 내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구워서 내오는 식당들(1인분 2만~3만원)과 손님이 직접 구워 먹는 ‘셀프 장어’ 식당들(1인분 1만~2만원)로 나뉜다. 성내면 근촌로 오복식당의 갈비탕·냉면, 고창읍 고창읍성 앞 모양성순두부의 순두부·두부보쌈. 고창읍내에 동방호텔·석정힐호텔과 아리랑모텔·모양성모텔 등이 있다. 선운산도립공원 지구에도 호텔·모텔들이 많다.
여행 문의 고창군청 문화관광과 (063)560-2456, 선운산도립공원 (063)560-8687, 고창읍성 (063)560-8055, 고창시외버스터미널 (063)563-3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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