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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아들의 전쟁>의 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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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양윤정의 패션을 부탁해
매너는 사람을 만들고, 슈트는 남자를 완성시킨다. 영화 <킹스맨>은 그 말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슈트는 소년을 남자로, 남자를 어른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더불어 자기 일에 몰두한 남자로 변신시켜 준다. 이런 슈트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한 배우가 바로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유승호(사진)다. 유승호의 얼굴에는 두 가지 느낌이 공존한다. 먼저 영화 <집으로>에서 보여줬던 개구지고 순진한 꼬마(상우)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그가 웃으면, 소년의 귀여움에 누나들의 마음은 저 홀로 안절부절, 갈팡질팡 혼미해진다. 성인 남자 유승호에게 이런 매력은 빛이자 그림자이다. ‘역시 남자는 아닌가…’ 싶다. 하지만 군 제대 후 빠진 볼살, 홑꺼풀의 서늘하고 긴 눈매에선 제법 남자다움도 풍겨나온다. 한 배우의 얼굴에 소년과 남자가 공존한다. 이번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선 그 가치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수컷들의 집합소다.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변호사(유승호)를 축으로 망나니 재벌, 가난한 지방 출신 조폭 변호사, 판사 옷을 벗어던진 인권 변호사, 말 더듬는 국선 변호사, 망나니 재벌의 친구이자 비서실장, 권력욕으로 뭉친 검사 등 캐릭터도 다양하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모두들 항상 슈트를 입고 있다. 각자의 캐릭터를 각기 다른 슈트로 표현해야 하니, 절대 같은 스타일의 슈트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가히 ‘슈트의 전쟁’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유승호는 테스토스테론 느낌이 풀풀 풍기는 남자 배우들 속에서 어떻게 그만의 ‘남자’ 이미지를 구축할까? 그의 역할은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싸우는 변호사다. 그는 때론 아들이고 때론 어른(변호사)이다. 그 두 가지 느낌을 살리는 데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고, 그의 선택은 영리했다. 드라마 초반, 유승호는 카키색 야상이나 더플코트, 집업 후드 점퍼, 패딩 조끼 등 고등학생을 대표하는 아이템을 선택했다. 누명을 쓴 아버지 때문에 상처받아 유약한 아들의 느낌을 내기에 충분했다. 아직도 얼굴에 어른거리는 소년 유승호가 빛을 발했다. 성인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드디어 몸에 꼭 맞는 슈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목둘레에 딱 맞는 단색 와이셔츠와 단색의 폭 좁은 타이, 다소 왜소해 보이는 몸을 보완할 수 있도록 재단된 슈트로 냉철하고 천재적인 변호사로 재탄생했다. 더플코트를 입고 울어야 했던 소년은 죽고, 강한 남자로 부활했다. 유승호에게서 비로소 남자의 향기가 풍긴다. 끝까지 정의로울 것임을 의심하지 않게 되는 순수함까지도 그는 말끔히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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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정 전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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