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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09 20:10 수정 : 2016.03.10 14:57

사진 홍창욱 제공

[매거진 esc] 홍창욱의 제주살이

며칠 전 제주 이주민 정책을 수립하는 한 연구자를 만나 이야기하던 중 아내(사진 왼쪽)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꿈을 좇아 제주로 내려온 나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술술 풀렸는데, 어쩔 수 없이 함께 내려온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자니 왠지 마음 한구석이 짠하고 찜찜했다. 결혼 1년 만에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에 내려와 근 7년 동안 아이 둘을 낳아 기르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아내도 제주에 만족하고 지내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니 마음이 참 복잡했다.

나 또한 아내의 솔직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월급 200만원 이상 주는 회사에 취직하면 제주에 함께 갈게요”라고 말한 것이 진심이었는지, 남편이 2년도 채 안 돼 제주의 첫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돌 지난 딸아이를 키우겠다고 했을 때 걱정은 안 됐는지,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집을 옮기게 됐을 때 그나마 알던 사람들과 멀어지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는지를.

가족이라는 것이 참 어렵다.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보더라도 성격과 자란 환경, 경험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부딪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에게 가족은 가장 큰 버팀목이자 힘의 원천이다. 물론 그 시작 또한 구성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족을 어떻게 설득하셨나요?”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데, 겁 많고 소심한 우리 부부였지만 둘 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던 터라 거주지를 옮기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 이사하고, 연세(1년치 집 임대료. 제주에선 전세보다 연세가 일반적이다)를 내고, 고물 중고차 한 대 사니 서울에서 1년 동안 부부가 저축했던 돈이 한 번에 다 날아가긴 했지만.

아이 낳고 산부인과에 찾아오는 지인 하나 없었던 것도, 어떻게 젖을 물리는지 몰라 잠 한숨 못 잤던 것도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저녁 6시에 퇴근해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집이라 나는 너무나 행복했지만, 제주 생활의 첫번째 집으로 세면대도 없는 30년은 됐음직한 아파트를 얻어놓았던 터라 만삭의 아내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내게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연세 내는 돈이 아까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전셋집으로 이사하고는 아내의 제주 생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서울 생활이 그리울 때는 없는지 물었더니 “서울 가면 지하철을 꼭 타보고 싶어요. 지하철 타면 어느 곳이든 다 가잖아요”라고 대답하는 아내.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운전을 안 하다 보니 자연스레 불편한 점이 나왔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웬만한 것들은 거의 주문할 수 있지만, 가구 등 몇몇 제품은 아직까지도 ‘제주도, 도서지역 제외’라는 문구가 눈에 팍 들어오는 게 현실이다.

남편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데, 집에서 육아를 하고 가사를 돌봐야 하는 아내는 이마저도 어려움이 있다. 몇 년간 제주 생활을 하다 육지로 돌아간다는 어떤 여성분에게서 “외로워서 못 살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 있기에 아내 걱정을 했지만, 산후우울증을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겨내는 것을 본 뒤로는 걱정 않기로 했다. 제주에서 세 번 이사했는데, 가는 곳마다 걸어갈 만한 거리에 도서관이 있어 참 다행이다.

홍창욱 <제주, 살아보니 어때?> 지은이
이주 7년차, 남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제주에 동행했던 내 아내는 이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남편 대신 집안 경제를 3년 동안이나 책임질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가 하면, 새로 이사 온 서귀포에서는 바른 먹거리 관련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동화작가 양성과정 수업도 듣고, 최근 한 문학상에 후보작으로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올해는 동화작가로 꼭 등단했으면 한다.

홍창욱 <제주, 살아보니 어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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