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라이프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개봉 앞두고 두 진영 캐릭터들 ‘단톡방’ 수다 지상중계
아이언맨 “DC의 조커 같은
강렬한 악당 캐릭터가 부러워”
슈퍼맨 “아이언맨, 데드풀 같은
마블의 유쾌함이 부러운걸
또다른 ‘스타워즈’가 벌어질 조짐이다. 이번엔 만화 캐릭터들 간의 전쟁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시발점이다. 만화 속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흔한데도 이 영화가 주목받는 건 ‘마블’과 함께 세계 히어로 코믹스 시장을 양분한 ‘디시(DC)코믹스’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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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들어져 큰 흥행을 기록한 마블의 ‘어벤져스’. Copyright ⓒ 2016 MARVEL |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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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님, 슈퍼맨님을 초대했습니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음.) 아이언맨 아, 분위기 썰렁하네. 각자 소개부터 좀 하자고. 내 본명은 토니 스타크. 글로벌 군수업체 스타크 인더스트리 최고경영자(CEO)지. 난 마블 소속이야. 캡틴 나도 마블 소속. 본명은 스티브 로저스야.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생체실험을 통해 만들어졌어. 이른바 ‘슈퍼솔저’ 혈청을 내 몸에 주입했지. 인간이 낼 수 있는 최대의 능력치를 낼 수 있어. 배트맨 내 본명은 브루스 웨인. 본업은 아이언맨과 같은 사업가야. 웨인 인더스트리의 최대 주주지. 어릴 때 부모님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고 악과 싸우기로 마음먹었어. 나의 뛰어난 두뇌로 만든 각종 전투 도구들이 나의 강점이야. 난 디시 소속이지. 슈퍼맨 다들 지구인이군! 난 크립톤이라는 행성에서 왔어. 외계인인 셈이지. 지구인에게 없는 절대적인 윤리의식을 갖고 있어. 거기에 신체적 능력은 지구인과 비교가 안 돼. 평소엔 정체를 숨기기 위해 클라크 켄트라는 이름으로 메트로폴리스 신문사 기자로 일하고 있어. 아이언맨 대충 소개가 끝난 거 같은데, 다들 자기가 속한 ‘친정’ 얘기 좀 해보지. 내가 속한 마블은 1939년 ‘타임리 코믹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어. 그러다가 1961년에 마블 코믹스로 이름을 바꿨지. 한동안 코믹스 시장 침체로 고생하다가 2009년에 월트 디즈니가 우리를 인수했어. 배트맨 디시는 마블보다 좀 더 일찍 생겼어. 1934년 ‘내셔널 얼라이드 퍼블리케이션스’가 모체지. 디시라는 로고는 1937년 당시 인기 시리즈였던 ‘디텍티브 코믹스’에서 따온 거야. 1969년 타임이 인수했고, 1989년엔 타임이 워너 브러더스를 인수하면서 타임워너 소속이 됐지. 캡틴 각자 식구를 소개하는 게 어때? 마블은 나를 비롯해 아이언맨, 엑스맨, 헐크, 토르, 스파이더맨, 판타스틱 포, 데어데블, 고스트라이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앤트맨…. 헉헉 숨차. 아, 최근 개봉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데드풀도 우리 식구야. 굉장하지? 이렇게 방대한 캐릭터 라인업 때문에 우리를 ‘마블 유니버스’라고 불러. 슈퍼맨 우리도 만만치 않아. 나를 포함해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등이 유명하지. 물론 마블 쪽 캐릭터 수가 많은 것은 인정해. 하지만 우리는 ‘일당백’이야. 마블 히어로들이 뜨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원래 히어로 하면 슈퍼맨, 배트맨 아니겠어? 한국인들에게도 더 친숙하고 말이야. 이뿐만이 아니야. 우리는 ‘조커’라는 히어로보다 더 유명한 악당 캐릭터를 갖고 있지. 아이언맨 인정! 2008년 나를 소재로 한 <아이언맨>이 개봉하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까진 밀리는 느낌이었지. 2002년 <스파이더맨>이 개봉해서 큰 흔행을 거두긴 했지만, 영화 판권을 소니픽처스로 넘긴 상태여서 큰 재미는 못 봤지. 하지만 2015년 미국 만화 시장 점유율을 보면 마블(42%)이 디시(24%)에 앞섰다고. 배트맨 최근 영화 시장에서 마블이 압도적 강세를 보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만화 시장에서 디시가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걸로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두 회사 캐릭터의 차이가 뭐야? 다들 초인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건 공통점인데 말이야. 캡틴 정답은 없어. 어차피 해석의 차이지. 하지만 마블이 캐릭터 중심이고, 디시가 스토리 중심이라는 건 어느 정도 동의하는 지점 같아. 그래서 마블의 캐릭터 수가 더 많은 거고. 물론 마블이 스토리를 무시한다는 건 아냐. 아이언맨 디시의 조커 같은 악당 캐릭터는 마블에서 부러워하는 부분이지. 마블에 뉴욕 같은 실제 지명이 나오는 데 반해 디시에는 배트맨의 ‘고담시’처럼 가상의 공간이 많지. 슈퍼맨 그래서 마블 영화가 강세라는 의견이 많아. 실제 존재하는 공간이니까 공감도 잘되는 거지. 난 마블의 유쾌함이 부러워. 디시는 캐릭터가 좀 어둡다는 의견이 있는데, 동의해. 아이언맨이나 데드풀 같은 유쾌함이 부족하지. 배트맨 맞아. 두 회사 모두 자신들의 히어로를 부정하는 작품도 만들었어. 마블의 <데드풀>, 디시의 <왓치맨>이 그렇지. 두 영화 모두 히어로를 부정하는데도, 데드풀은 유쾌하지만 왓치맨은 무거워. 이런 차이가 있는 거 같아. 아이언맨 그래도 요즘 대중의 선택은 어벤져스를 앞세운 마블인 거 같아. 유쾌함과 진지함이 모두 섞여 있잖아. 대중들은 너무 심각한 거 안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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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코믹스의 히어로 올스타팀 ‘저스티스 리그’. Copyright ⓒ 2016 DC Comics |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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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포스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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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성동구 복합쇼핑몰 엔터식스에 문을 연 세계 최초의 마블 컬렉션 스토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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