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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마량동백나무숲과 동백정. 이제 막 꽃송이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3월 말~4월 중순이 만개 시기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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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
바닷가 절벽 위 동백숲과 주꾸미 축제로 봄맞이하는 충남 서천 여행
봄 햇살 아래 바닷가 동백숲 언덕이 반짝인다. 숲이 감싼 정자도 숲을 거느린 제당도 빛에 휩싸여 있다. 동백나무숲이 사철 반짝이는 건 매끄러운 잎사귀들 때문이지만, 붉고 선명한 동백꽃 꽃송이들이 탐스러운 자태를 드러내는 이맘때, 숲은 한층 눈부셔진다. 잎은 잎대로, 꽃은 꽃대로, 그리고 동백숲에 들어 거니는 이들의 낯빛은 낯빛대로 봄 햇살 아래 밝게 빛난다. 졸깃하게 씹히는 맛, 주꾸미들이 통통하게 살찌는 봄날이다. 동백꽃 곁에서 바라보는 봄바다가 돋보이는 곳, 저녁이면 황홀한 해넘이가 기다리는 곳, 충남 서천 마량포구로 떠난다. 봄마다 동백꽃과 주꾸미를 내건 축제가 벌어지는 포구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옛 정취 간직한 마을들에선 소박하지만 내력 깊은 볼거리들이 기다린다.
동백숲 언덕 산책 뒤 멋진 해넘이 감상
마량포는 서천군 북서해안, 말의 머리를 닮은 지형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포구다. 말 머리 형상의 주둥이 부근에 마량포구가 있고, 콧잔등쯤에 마량동백나무숲이 자리한다.
동백나무숲이야 전국에 많고 많다. 수백~수천그루가 산자락을 덮은 곳도 있고, 남해안 섬들에도 널렸다. 가로수로 심어진 곳도 지천이다. 마량포 동백숲이 봄철 여행지로 돋보이는 건, 바닷가 언덕에 자리잡은 아담한 정원 같은 숲, 탁 트인 바다 전망, 그리고 제철 해산물로 풍성한 먹을거리를 자랑하는 포구들(마량포·홍원항)과 해송숲이 아름다운 모래해변(춘장대 해변)이 말 머리 지형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마량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69호)은 300여년 전 심어졌다고 전해오는 80여그루의 동백나무들로 이뤄졌다. 해발 30m의 바닷가 절벽 위다. 서천화력발전소 시설로 뒤쪽 경관이 훼손됐지만, 계단길이나 나무데크 산책로를 걸어올라 만나는 동백꽃 무리와 2층 누각인 동백정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정자 옆엔 제당(마량당집)이 있다. 수백년간 주민들이 대를 이어, 정초에 풍어와 만선·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오는 제당이다. 오래된 동백나무들이 우거진 곳은 언덕 뒤 발전소 쪽 사면이다. 절벽 가까이론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동백꽃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다. 지난주 마량동백숲은 나무마다 막 꽃송이들이 우후죽순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매표소 직원은 “일찍 핀 일부 꽃들이 최근 냉해를 입기도 했는데, 만개하는 시기는 4월 초순”이라며 “60~70% 개화한 때를 절정기로 친다”고 말했다.
해풍에 시달려온 동백나무들은 고목들이라도 키가 2~3m가량이다. 옆으로 퍼져 자라나면서, 나무들 밑으론 어둑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4월이 되면 송이째 떨어져내린 동백꽃송이들이 깔려 어둠을 밝혀줄 터이다.
저물녘이면 이곳에 또다른 꽃다운 경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맑은 날 저녁 앞바다의 무인도인 오력도 부근으로 넘어가는 해넘이가 장관을 이룬다. 요즘 저녁이면 사진가들이 모여드는 곳이 입구 주차장 부근이다. 소나무 우거진 오력도 옆으로 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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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숲 입구 주차장 옆에서 바라본 오력도 해넘이.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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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이들 우후죽순 터져나오기 시작
산란기 앞두고 살 오른 주꾸미도 제철
옛 모습 간직한 마을로 시간 여행도 마량·홍원항 주꾸미 제철…다음주부터 축제 봄날 서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가 주꾸미 요리다. 주꾸미는 한여름인 8월을 제외하곤 사철 잡히지만, 4~5월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오른다고 한다. 마량포 배들은 주로 소라껍데기를 이용해 주꾸미를 잡고, 홍원항에선 주로 그물(낭장망)을 이용해 잡는다. 마량포구와 홍원항, 춘장대 해변 일대에 주꾸미요리를 내는 횟집들이 즐비하다. 인기를 끄는 주꾸미요리는 샤브샤브와 철판볶음, 전골이다. 식당들에선 대체로 1㎏당 5만~6만원에 주꾸미요리를 먹을 수 있다. 3~4인분이다. 홍원항이나 마량포 어촌계수산물판매장에서 주꾸미를 직접 구입(1㎏당 3만2000~3만5000원)한 뒤 위층 식당에서 기본료·반찬요금(1㎏당 1만원)을 내고 요리해 먹을 수도 있다. 마량포구에선 오는 3월26일~4월8일 동백꽃·주꾸미축제가 열린다. 주꾸미 경매 체험, 어린이 주꾸미낚시 체험 등 관광객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하지만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밴 주꾸미를 잡아 축제를 여는 데 대한 논란도 있다. 봄철 남·서해안 곳곳에서 주꾸미축제가 벌어지는데, 자원 고갈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기를 금어기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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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3~5월이 제철이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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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면 성내리 비인초교 앞 옛 ‘독다리’(청석교).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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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마을 옛 양조장 건물.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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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면 현암리(판교마을)의 일제강점기 건물.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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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여행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 타고 가다 춘장대 나들목에서 나가 21번 국도 만나 우회전하면 곧 비인면 소재지인 성내리다. 성내사거리에서 마량포·동백나무숲까지는 10여분 거리.
먹을 곳 서면 홍원항에 횟집이 즐비하고, 마량포구에도 여러 집 있다. 대부분의 횟집에서 주꾸미 샤브샤브·볶음·전골 등 주꾸미 요리를 낸다. 가격은 주꾸미 1㎏(3~4인분)에 5만~6만원 선이다. 춘장대 해변에서 부사방조제 가는 길 옆의 보라가든은 장어 요리와 물김·굴해장국을 내는 식당. 판교면 소재지 현암리의 먹을거리로는 냉면과 콩국수, 보신탕이 알려져 있다. 수정식당·삼성식당 냉면, 진미식당 콩국수(4월부터), 우이 보신탕.
묵을 곳 춘장대 해변~부사방조제 도로변의 서천휴 호텔 등 춘장대 해변 일대와 마량포 주변에 모텔들이 있다.
여행 문의 서천종합관광안내소 (041)952-9525, 서면사무소 (041)950-6560, 비인면사무소 (041)950-6540, 판교면사무소 (041)950-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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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봄맞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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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공책
여행 좋아하는 이라면 잊기 어려울 만큼 멋진 장면이나 경관을 한두번쯤 만나게 된다. 거의 매주 여행지 취재에 나서는 전문기자가 만난 풍경들은 어떨까. 일간지 여행전문기자로 10년간 일해온 박경일씨가 취재지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 27곳을 소개하는 여행책 <인생풍경>을 펴냈다. ‘한국의 최고 미경 27’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지은이는, 최상의 전망 포인트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낸 풍경사진과 감동적인 글로, 국내의 덜 알려진 여행지 27곳을 펼쳐 보인다. 나무,나무 펴냄. 320쪽. 1만5000원.
서브원 곤지암리조트가 3월20일~4월7일 이용할 수 있는 ‘봄나들이 숙박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웰컴음료 2잔과 케이크 또는 샌드위치가 제공되는 ‘카페라운지 주중 패키지’는 일~목요일 프라임 객실 1박 기준 12만원. 2인 조식이 포함되는 ‘미라시아 주말 패키지’는 22만원(금요일 숙박)부터. 패밀리 스파 30%, 사우나 20% 할인권도 준다. (02)3777-2100.
우리테마투어는 3월30일까지 매주 금·토·일요일, 당일 일정의 섬진강 봄맞이 여행을 떠난다. 광양 청매실농원의 매화꽃축제장과 섬진강 화개장터, 지리산 산수유마을(구례) 등을 둘러본다. 회비 2만9000원. (02)733-0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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