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13 21:33
수정 : 2016.04.14 10:23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또다른 선택 2016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esc 가상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한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정치학연구방법론 수강생 61명으로부터 ‘새로 임기가 시작되는 국회의원에게 하고 싶은 말’도 들어봤다. 학생들은 새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그다지 기대감이 높지 않았다.
정치외교학과 3학년 우고은씨는 “잘할 때가 되었는데…. 스스로 대표가 아닌 국민 대표가 되시길”이라며 국민을 대표하는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꼬집었다. “밥값 합시다. 머슴이 밥값 못하면 쫓겨나야죠”(정현우·4학년)라며 ‘국민의 머슴’을 자처하지만 행동은 그렇게 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행동을 질타하기도 했다. “많은 걸 기대하진 않는다. 조금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달라”(송지현·4학년)처럼 기본만이라도 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후보자들의 공약도 불신의 대상이었다. “허황된 지역 개선 정책 좀 그만 내놓으시길”(박은서·2학년), “‘재건축 골든타임’ 같은 표현을 쓰면서 아파트 재건축 공약 좀 내걸지 마라. 너무 저속하고 국회의원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김형균·4학년)며 ‘던지고 보는’ 식의 공약 남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표를 얻기 위한 말과 행동보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과 행동을 보여달라”(김주희·3학년)며 선거가 인기투표 식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 정치의 취약점으로 거론된 ‘도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유달리 컸다. 학생들은 이른바 ‘깨끗한 정치’가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봤다. “당신들만의 리그가 아니다”(공윤섭·3학년), “국민의 대표인지 사익 추구 집단인지 구분이 안 간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직업인데, 그저 남들보다 높은 자리라고만 생각하는 거 같다”(이혜진·4학년)며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을 질타했다. “소득 말고 소신을 지키세요”(김수향·3학년)라는 촌철살인도 있었다.
처음 국회에 진출하게 된 초선의원들이 귀담아야 할 얘기들도 있다. “당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도 굉장히 많다”(김병우·4학년), “도둑의 세대교체가 아니길 바란다. 초심을 액자에 걸어놓고 항상 봐달라”(한승아·2학년), “당신이 잘해서 국회에 간 게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 마트 직원, 당신의 이웃이 기회를 준 것뿐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익명·4학년)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마음 깊이 새길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동안 국민들은 ‘국민의 머슴’을 자처하다 비리 혐의에 얽혀 수사 대상에 오른 정치인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지나간 과거는 무전으로 바꿀 수 없으니, 현재에 신중해 달라”(송재홍·3학년)는 의견처럼, 학생들은 현재에 충실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인을 원하고 있었다.
<시그널>이재한 형사의 “거기도 그럽니까?”라는 대사는 여전히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국 사회를 꼬집는다. “정치판, 거기도 그럽니까?” 2016년의 학생들은 이렇게 묻고 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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