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13 21:37
수정 : 2016.04.14 10:23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또다른 선택 2016
후보별 자질 점수와 득표 순위 비교해보니…“유 대위, 판타지에 가까운 존재여서 오히려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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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는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가상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각 후보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묻는 평가도 함께 진행했다. 투표에 참여한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정치학연구방법론 수강생 61명에게 후보마다 △소통능력 △도덕성 △매력 △추진력 △책임감 등 5가지 항목에 대해 1~5점씩 점수를 매기도록 한 것이다.
각 후보가 받은 항목별 점수 평균을 냈더니, 국회의원 선거와는 약간 다른 결과가 나왔다. 국회의원 선거 득표 순위는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 <육룡이 나르샤>의 태종 이방원, <시그널>의 차수현 형사, <태양의 후예>의 강모연 팀장 순이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자질 평균 점수 순위는 이재한(4.13점)-유시진(4.05점)-차수현(3.88점)-서도철(3.87점)-강모연(3.61점)-이방원(3.42점) 순이었다.
우선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인 이재한 형사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에서도 모든 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소통능력(3.65점), 도덕성(4.26점), 책임감(4.39점) 등 세 항목에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학생들은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평균 점수 2위를 차지한 유시진 대위도 전체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은 가운데 특히 책임감(4.4점)과 매력(4.23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결과 국회의원 득표와 평균 점수 모두 1위를 차지한 이재한 형사의 4.13점보다 0.08점 낮은 4.05점을 얻었다. 이는 배우 송중기의 멋진 외모와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상부 지시까지 어기는 ‘대쪽’ 이미지가 합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드라마 초반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환자 수술을 못하게 한 상부 지시를 어기고 강모연 의료봉사단 팀장에게 “그럼, 살려요”라며 수술을 강행시킨 장면은 유시진 대위의 캐릭터를 강하게 각인시킨 것으로 보인다.
차수현 형사, 괜찮은 자질 점수에도
국회의원 선거 득표에선 5위에 그쳐
“다양한 여성 정치인 상상 못한 탓”
서도철 형사는 소통능력에서 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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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장충동 동국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정치학연구방법론 수강생들이 가상 국회의원 선거 등을 묻는 설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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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높은 점수가 고스란히 득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도철 형사에 이어 3위에 그쳤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운다면 많은 사람들이 배트맨을 응원한다. 슈퍼맨은 초월적 존재라는 인식 때문이다. 판타지에 가까운 유시진 대위보다 이재한 형사나 서도철 형사에게 표를 던진 것도 우리 주변에서 상상 가능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완벽한 존재’일 경우 오히려 득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 선거 5위였던 차수현 형사는 평균 점수 3.88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국회의원 선거 2위였던 서도철 형사를 0.01점 차로 근소하게 앞섰다. 강점을 보인 항목은 매력이다. 이 항목에서 4.24점을 얻어 유시진 대위(4.23점)마저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심약한 ‘햇병아리’ 순경으로 시작했지만 관록 있는 형사로 성장해 미제 사건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그는 책임감(4.09점), 도덕성(3.92점)에서도 전체 후보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이렇게 ‘괜찮은’ 점수를 받은 차수현 형사이지만, 실제 국회의원 투표에선 다수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김준석 교수는 “학생들이 차수현 캐릭터를 국회의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여성 정치인을 상상하지 못한 탓이 크다. 한국의 경우 여성성이 제거된 강한 이미지나 푸근한 어머니 같은 특정 캐릭터를 가진 여성 정치인이 대부분이라 상상력이 더욱 제한된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 점수 4위 서도철 형사는 추진력이 강점이었다. 추진력에서 4.62점을 받아 이 항목 1위를 차지했다. 영화에서 재벌 3세와 대립각을 세우며 끝까지 범죄를 파헤치는 모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도덕성(3.83점)과 책임감(4.32점)에서도 전체 후보 평균 이상을 받았다. 반면 소통능력(2.79)과 매력(3.77)은 전체 후보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위를 기록한 소통능력 항목의 경우 ‘주변 말을 듣지 않는’ 영화 속 이미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도야 어떠했든 간에 남의 말을 경청하려는 태도가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강모연 팀장은 평균 점수 3.61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그래도 소통능력(3.24점) 항목에서 전체 후보 평균 이상을 받은 게 눈에 띈다. 드라마에서 의료봉사단 팀원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을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태종 이방원은 평균 점수 꼴찌를 차지했다. 특히 도덕성(2.46점)과 소통능력(2.61점)에서 최하위점을 얻었다. ‘왕자의 난’을 일으켜 온갖 패륜적 범죄를 저지른 장본인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추진력(4.3점)에서 2위를 해 체면을 세웠다.
정치인으로서의 자질 면에서 꼴찌인 그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4위를 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플라톤이 주장한 이상적인 철인정치를 현실에서 찾을 수 없다면,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말한 “사자의 힘과 여우의 꾀”를 가진 정치인이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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