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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근처에서 열리는 함덕5일장. 제주 ‘한달살이’는 짧은 여행으로 접하기 어려운 5일장 등 다양한 제주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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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홍창욱의 제주살이
제주에 한번이라도 여행 온 사람이라면 ‘아, 제주도에서 딱 한달만 살고 싶다’는 꿈을 누구나 갖게 된다. 나 또한 그런 꿈의 연장으로 제주에 이주하게 되었는데 요즘 제주는 장기체류여행의 일종인 ‘한달살이’가 열풍이다. 열풍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언론에 비중 있게 다뤄져서가 아니라 내가 아는 지인이 이달 들어 두 명이나 ‘한달살이 집 추천’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불기 시작한 ‘제주 이주’ 열풍의 초창기에는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이주했다는 소식을 가끔 접하게 되었고 2년 전 친한 친구가 ‘제주에 살 만한 집을 알아봐 달라’고 했을 때 정점을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제주 인구는 해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고 가는 곳마다 집, 빌라, 아파트를 짓다 보니 건축자재가 모자랄 지경이다. 이렇듯 또 한번의 새로운 유행을 만들고 있는 ‘제주 한달살이’는 제주 이주가 꿈인 분들의 일종의 테스트 버전이거나 건강상 안정과 휴식이 필요한 경우,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하는 한달살이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 최근 들어 ‘아이들과의 한달살이’ 비율이 높아지는 듯하다. 오래전에 출간된 비슷한 제목의 책이 아직까지 베스트 서적이 되어 인기리에 팔리고 있고 ‘한달살이 달방’ 또한 많이 늘어난 추세다. 놀라운 것은 이제 4월인데 벌써 올 여름방학 시즌 인기 ‘달방’들의 예약이 끝이 났다는 사실이다. 또 놀라운 것은 이 예약이 지난해 여름 시즌이 끝나며 확정됐다는 것이다. 연락 온 친구에게 어떤 방이 필요하냐며 물었더니 “어, 아이들하고 함께 갈 거니까 바다만 보이면 돼”라는 명쾌한 메시지를 주었다. 마침 달방을 운영하는 지인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역시나 예약이 다 차서 내년 시즌에나 입주가 가능하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방학 시즌 한달 월세를 살펴보니 150만원이다. 바다는 보이지 않는 신축 주택. ‘무슨 대단한 것이라고 큰 비용을 들여서 1년 전에 예약을 할까’라고 하겠지만 친구는 달방 찾느라 몇날 며칠을 찾다가 안 되어 내게 전화를 했다고 했다. 제주 한달살이의 유행은 농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는 자식이 결혼하면 거처를 밖거리(바깥채)에서 안거리(안채)로 내주게 되는데 이러한 별채 형식의 주택구조는 한달살이와 같은 임대에 적합하다. 몇년 전 한달에 30만원이면 충분하다던 농가 월세가 이제 ‘바다가 보이지 않는, 오래된 가옥’인데도 80만원 정도는 받아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달살이는 짧은 2박3일의 여행과는 차원이 다르게 제주지역에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장기체류여행지에 제주가 뽑힌다는 것은 2박3일의 여행객들과 전혀 다른 패턴의 여행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고 이는 여행과 일상의 중간이라는 점에서 체류자에게도 거주자에게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당장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제주지역과 교류할 체류형 기업을 모집하고 있고 이는 지역과 연계할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사람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의 한달살이’는 민박을 하는 일반 가정집, 재래시장, 식당 운영에 1차적으로 도움을 주겠지만 여행 온 아이의 평생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저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엄마 블로거들이 한달 동안 제주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찾게 될 보물들은 2박3일 여행자들에게 확산되어 또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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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제주, 살아보니 어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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