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01 23:30
수정 : 2016.06.03 16:55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진도 희망투어
‘희망투어’ 기획한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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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에서 강제윤(오른쪽) 섬연구소 소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진도 희망투어’ 참가자들. 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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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진도 팽목항을 거쳐 관매도를 둘러보며, ‘진도 섬 살리기 희망투어’를 기획한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강 소장은 “진도의 섬들을 차분하게 여행하는 것이야말로 세월호를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 희망투어’를 기획한 이유가 궁금하다.
=“세월호 참사 후 진도와 주변 섬들로 가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진도 수산물 기피 현상도 있었다. 진도 주민들은 그 때문에 고통이 컸지만 하소연 한마디 할 수 없었다.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유족들의 아픔을 생각해서였다. 진도는 그렇게 상주를 자임하고 가시관을 썼지만 스스로 벗을 수 없었다. 누군가 벗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도 여행이 시기상조다,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는데.
=“결코 시기상조가 아니다. 도처에서 세월호 기억 지우기가 횡행하고 있다. 팽목항의 이름이 진도항으로 바뀐 것도 그런 예다. 팽목항 분향소에는 실종자 유족들이 건 ‘진도 군민에게 감사드린다’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유족들도 진도가 침체에 빠지니 미안한 것이다. 그래서 진도로 가는 것은 실상 여행이지만 여행이 아니다. 여행인 동시에 실종자 유족들과 진도 섬 사람들에 대한 연대의 여정이다.
많은 이들이 죄스럽고 미안해서 진도 섬 여행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그 부담 때문에 진도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미안함을, 그 죄스러움을 씻으러 우리는 더 많이, 더 자주 진도의 섬들로 가야 한다.”
-지금까지 참가자들 반응은 어땠나?
=“여정 자체가, 팽목항 분향을 시작으로 조용히 섬들을 걸으며 마음으로 진도를 느끼고 오는 여정이다. 그래서 다 ‘너무 잘 왔다’고 한다. 마음의 빚을 조금은 던 것 같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남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직접 현장에 와보니 내 일처럼 느껴진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앞으로 ‘희망투어’ 진행 계획은?
=“참가자들이 많아지면 관매도뿐만 아니라 진도 본섬의 구석구석을 탐방하며 삼별초와 명량해전의 뒷감당을 고스란히 해야 했던 진도의 아픈 역사 현장을 찾아가고 또 다른 진도의 섬들, 예컨대 상·하조도 등도 탐방할 예정이다.”
-희망투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난 4월16일 첫 답사단이 관매도 하늘다리 가는 길에 ‘기억의 전망대’란 현판을 걸고 추모의 노란 리본을 달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리본이 모두 사라졌다. 누가 고의로 제거한 것이다. 가슴 아팠다.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분들이 연대의 여정에 함께해주면 고맙겠다.”
진도/글·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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