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성이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 쪽 바다를 바라보며 노란 리본을 묶고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진도 희망투어
세월호 참사 이후 어려워진 주민 위해 섬연구소가 기획한 ‘진도 섬 살리기 희망투어’
전남 진도군 조도면(鳥島面). 진도 남서쪽 바다, 13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해상, 거칠기로 이름난 이 바다에 크고 작은 섬들이 새떼처럼 깔렸다. 상조도·하조도·가사도·거차도·맹골도·병풍도·관매도…. 거센 물살 견디며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올망졸망 어여쁘고 곱고 길고 짧은 섬들.
2014년 4월 이후, 섬들은 세월호 안에 머물러 있다.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품고 가라앉은 세월, 그 안으로, 진도와 팽목항이 그리고 조도면의 섬들이 하얗게 떠 있다. 모두가 미안하고 가슴 아파서, 죄송하고 쓰라려서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어 하염없이 떠 있다.
“미안함 씻기 위해서라도 이젠 가봐야 할 곳”
지난 5월20일 밤. 그곳으로 가기 위해, 시리고 저린 가슴으로 ‘섬 탐방객’들이 서울 종로2가 ‘문화공간 온’에 모였다. 사단법인 섬연구소가 주관한 ‘진도 섬 살리기 희망투어’ 두번째 탐방 행사, 팽목항~관매도~진도 여행에 참가한 남녀노소 27명이다. 그 섬에 닿기 위해 진도 팽목항으로 떠나는 밤, 버스를 타기에 앞서 열린 ‘섬 강연’에서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이 말했다. “가보아야 합니다. 미안함을 씻기 위해서라도 가야 합니다. 가서 희생된 이들 앞에 ‘잊지 않겠노라’ 약속하고, 실의에 빠진 섬 주민들도 만나야 합니다.”
이제 세월호를 매만지지 않고 진도와 딸린 섬들을 여행하는 방법은 없다. 세월호가 인양되고, 바람이 잦아든 뒤에도 진도의 섬들은 그렇게 ‘세월호 앞바다’에 떠 있을 것이다. 잊을 수도 없고, 잊지 말아야 하기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섬들이다. 그래서 ‘진도 희망투어’는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순례의 길이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섬 주민들을 위로 방문하는 여정이다.
|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대형 리본 조형물.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
팽목항 부근 남도진성, 운림산방까지
빼어난 경관 즐기며 주민 만나
“죄스러워 여행할 수 없었던 곳
찾아오니 마음의 짐 더는 듯” “‘가고 싶은 섬’ 선정으로 관광객 회복 기대” 팽목항에서 아침 8시 배를 타고 창유항(하조도) 거쳐 관매도에 도착한 일행은 아침식사 뒤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섰다. 관매도는 세월호가 침몰한 거차군도와 맹골도·병풍도 사이 맹골수도에서 동북쪽에 자리한 섬이다. 독특한 바위 등 빼어난 해안 경관, 울창한 소나무숲, 풍성하게 전해오는 이야기들로 조도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안에서도 대표적인 섬 여행지로 꼽혀왔다. 세월호 참사 직전인 2013년엔 약 4만명의 관광객이 몰렸던 곳이다. 관매마을 전 이장 조창일(76)씨는 “세월호 참사 첫해에는 관광객이 완전히 끊겼고, 지난해부터 조금씩 들어오더니, 올해 들어선 차츰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11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명품마을’ 제1호로 선정되면서 환경·생태·전통이 살아있는 청정 섬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관매도는 최근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지원 섬으로 선정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이웃 섬 주민들과 함께 직접 어선을 몰고 나가 승객들을 구했던 관매도 주민들은 조만간 관광객 발길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볼거리 많은 ‘명품 섬’ 곳곳 차분히 트레킹 배를 타고 오면서 갑판을 서성이거나 바다와 섬들을 조용히 바라보곤 하던 일행은, 강 소장으로부터 관매도가 얼마나 아름다운 섬인지 설명을 듣고 본격 트레킹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풀렸다. 주민들은 방문객을 반기며 친절하게 맞이했다. 도로변에 채취한 톳을 널어 말리던 할머니들과 인사를 나누며 근황을 묻자, “톳 말리기는 일이 고되다”면서도 톳이 얼마나 맛있고 건강에 좋은지 설명하며 무쳐 먹는 방법까지 일일이 알려줬다.
|
‘진도 섬 살리기 희망투어’ 관매도 탐방단 일행이 ‘기억의 전망대’에 들른 뒤 관호마을로 돌아가고 있다. 멀리 바닷가에 옥황상제가 가지고 놀았다는 ‘꽁돌’이 보인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
|
‘기억의 전망대’ 팻말.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