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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08 20:01 수정 : 2016.06.23 16:58

평소 단발인 ‘걸스데이’ 혜리(왼쪽)가 지난해 발표한 정규 2집 ‘러브’ 쇼케이스 때 붙임머리 시술로 긴 머리로 변신한 모습(오른쪽).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

[매거진 esc] 스타일
짧은 머리 순식간에 길게 만드는 붙임머리 시술…탈모·염증 주의해야

길수(가명·33)씨가 허리까지 길러온 머리를 자른 건 상사의 핀잔 때문이었다. 고리타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가 새로운 부서장으로 부임한 뒤부터 걸핏하면 길수씨를 붙들고 타박했다. 남자 머리 꼴이 그게 뭐냐, 네가 무슨 밴드 보컬이라도 되느냐. 그동안 거리에서 맞닥뜨린 행인들의 오묘한 시선뿐 아니라 명절 때마다 되풀이되던 친척들의 잔소리에도 꿋꿋이 버텨온 길수씨였지만, 어느 날 퇴근길에 ‘오픈 기념 50% 할인’ 펼침막이 붙은 미용실을 보자 홧김에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잘랐기에 구레나룻이 시퍼레지는 참사만은 피했으나 맙소사, 노골적으로 드러난 자신의 귓불을 보는 순간 길수씨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도무지 가위질의 결과물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미용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기도 전에 울고 싶어졌고, 지하철 안에서는 휴대폰에 저장된 예전 사진들을 하염없이 넘겨봤다. 집에 도착하고 난 뒤에는 전지현 뺨치는 윤기가 흐르던 긴 머리카락이 너무도 그리워 잠들기 직전까지 이불킥을 하며 중얼거려야 했다. “나……돌아갈래!!!”

길수씨와 비슷한 패닉을 사실 여성들은 더 흔하게 겪는다. 고준희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시크함에 반해서, 고질적으로 도지는 ‘단발병’ 때문에, 애매한 길이의 머리카락이 중구난방으로 뻗치는 ‘거지존’에 굴복해서, ‘여자는 자고로 긴 머리’라는 짜증 유발 편견이 괘씸해서, 염색이나 파마 때문에 빗자루 털로 전락해버린 머리카락들과 작별할 수밖에 없어서 미용실을 찾곤 한다. 그 결과가 자신이 느끼기에 만족스럽고, 편안하기까지 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잘려나간 머리카락을 당장이라도 다시 붙이고 싶어진다면?

머리카락을 붙이면 된다. 정말로, 다시 붙이면 된다. 이미 미용실 청소기 속으로 빨려들어간 본인의 머리카락을 붙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인조모든, 천연모든 모든 붙임머리는 가발이다. 앞머리에만 부분적으로 붙일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붙일 수도 있다. 요즘은 탈모로 고통받는 남성들을 상대로 한 붙임머리도 있다.

앞머리·부분·전체붙임 등 다양
시술법에 따라 7만~70만원대
모발 엉키지 않도록 서서 감고
트리트먼트 넉넉히 발라줘야

비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 정확하게 콕 집긴 그렇다. 인조모냐 천연모냐, 숱을 추가하느냐 마느냐, 기장을 얼마나 늘이느냐, 시술하는 곳이 어느 동네에 있느냐에 따라, 무엇보다 어떤 시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부분붙임은 7만원부터 시작하고, 전체붙임은 15만~70만원대까지 그 폭이 굉장히 넓다. 유지 기간은 보통 2~6개월인데 이 또한 시술법뿐 아니라 사후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머리카락을 도대체 어떻게 붙이느냐고? 우선 ‘매듭땋기’가 있다. 두피에 남은 머리카락을 소량씩 잡아 준비된 가발과 땋아서 연결한 뒤, 얇은 고무줄로 묶어주는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보이고, 이물감도 덜 느껴져 두피가 민감한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완성까지 3시간 넘게 소요되고 가격이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스킬바늘을 이용해 머리카락을 붙이는 ‘스킬땋기’ 시술 과정. 여우짓 붙임머리 제공
스킬자수 도구인 스킬바늘을 이용한다고 해서 ‘스킬땋기’로 불리는 시술도 있다. 기존 머리와 가발을 스킬바늘로 떠서 엮어낸 다음, 매듭땋기와 마찬가지로 고무줄로 묶어 마무리한다. 한번 엮을 때 두 가닥 이상의 가발을 한 매듭으로 연결하며, 총 매듭수가 적어 사후관리가 수월한 편이다. 시술 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 안팎이다.

‘링 시술’은 기존 머리와 가발을 금속으로 된 작은 고리 안에 같이 넣은 뒤, 펜치로 그 고리를 찌그러뜨려 머리카락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앞의 두 방법보다 저렴한 비용이 장점이다. 머릿결이 튼튼한 사람이라면 고려해볼 만하다. 단단한 고리 사이에 낀 머리카락이 끊어질 수 있어 모질이 약한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시술 뒤에는 사우나나 찜질방에 갔을 때 금속 고리가 뜨거워지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실리콘을 고데기로 녹여 머리카락을 연결해주는 ‘실리콘 시술’도 있다. 저렴한 가격에서만큼은 경쟁력이 높아 학생들이 선호한다. 한때 가장 대중적인 방식이었지만, 붙임머리를 제거할 때 원래 머리의 모근과 모낭이 상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요즘은 인기가 다소 수그러들었다. 전혀 가공하지 않은 생모발만 이용하는 일본식 전통땋기, 양면테이프로 머리카락을 붙여주는 스티커 붙임머리 등도 있다.

붙임머리 가발과 한 몸이 되어 물놀이는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수영도, 다이빙도, 서핑도 문제없다. 다만 머리를 풀면 안 된다. 반드시 묶어줘야 한다. 이미영 ‘애브뉴준오’ 부원장은 “벼머리나 번헤어, 포니테일 등 묶는 스타일로만 연출한다면 충분히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며 “일단 젖은 붙임머리는 뿌리까지 완전히 말려줘야 엉키지 않기 때문에 시술을 받은 사람이라면 탈의실에서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붙임머리는 사람이 서 있을 때에 맞춰 가공돼 있어, 고개를 푹 숙여 머리카락이 거꾸로 쏟아지면 쉽게 엉킨다. 머리를 감을 때는 좀 불편하더라도 똑바로 서서 고개를 든 채 감는 게 좋다. 붙임머리 전문점 ‘탐나도다’의 김수지 대표는 “머리카락이 엉키지 않도록 하는 게 붙임머리를 관리하는 관건”이라며 “고개를 들고 머리를 감아야 덜 엉킨다. 트리트먼트→샴푸→트리트먼트의 순서로 감는 게 좋은데 특히 트리트먼트만큼은 넉넉히 발라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샴푸를 하기 전에는 빗질을 해주는 게 좋은데, 붙임머리의 매듭 부분에 빗이 걸릴 수 있으므로 플라스틱보다는 철 소재나 가발 전용 빗이 적합하다. 샴푸를 하는 동안에는 손가락으로 빗질하듯이 부드럽게 쓸어준다.

붙임머리에 관심이 있다면, 잘못 시술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도 따져보는 게 좋겠다.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 박희연(가명·22)씨는 시술한 바로 이튿날부터 베개를 베고 눕지도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김수지 대표는 “소량씩 머리를 연결하지 않고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잡아서 연결했을 때 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머리를 잘못 붙이면 원래보다 머리가 더 커 보일 수도 있다.

시술할 때 머리카락을 지나치게 당기면 견인성 탈모가 생길 수도 있다. 이미영 부원장은 “본인의 머리카락이 자라는 방향을 고려해 붙여야 하는데 그 반대로 붙이거나 과한 볼륨을 얻기 위해 각도를 너무 띄워서 붙이면 탈모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 등으로 시술할 땐 모낭염, 두피염과 같은 염증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임이석 피부과 전문의는 “시술하기 전에 사용되는 화학 성분이 본인한테 맞는지 미리 테스트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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