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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23 10:37 수정 : 2016.06.23 10:53

아주 낡고 멋진 바이크가 매물로 올라온 것을 지난해 겨울 처음 보았다. 너무 멋진 겉모습이었지만, 당시 바이크를 탄 지 두 달밖에 안 됐기 때문에 살 마음을 꾹꾹 눌렀다. 정식 매뉴얼 바이크를 조작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고, 올드 바이크를 꾸준히 손보면서 타기엔 아는 것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1981년에 출고된 ‘대림혼다 지엘(GL)125’(사진)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싱겁게 끝이 났다.

첫 만남부터 마음에 들었던 `대림혼다 지엘125'. 몰라 제공

그 뒤 몇 번이고 그 바이크가 팔리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강풍에 흔들리는 바이크처럼 마음이 이리저리 휘청였다. 흔들림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는 ‘결심’뿐. 곧 다가오는 생일은 좋은 핑계였다. 나에게 주는 선물로 낙점! 그렇게 아주 낡고 멋진 바이크는 내 곁으로 왔다. 3월 중순이었다. 꽃샘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다. 눈이나 비만 오지 않으면 바이크를 타고 다녔으니 꽃샘추위야 큰 문제 될 것 없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당연히 여러 부분을 손봐야 할 것이라 마음먹고 있었다. 35년의 세월을 버텨온 바이크가 아무 문제 없이 달린다는 게 어쩌면 더 이상할지도. 바이크를 받자마자 바로 서울 용산의 바이크 개라지(바이크 커스터마이징과 정비 등을 함께 하는 곳) ‘디모토’에 맡겼다. 오래된 바이크를 이리저리 손보고 또 라이더의 특색에 맞게 고쳐주는 데 일가견이 있는 곳이다. 큰 고민을 하지 않고 그곳에 나의 첫 올드 바이크를 맡겼다. 정비를 잠깐 지켜보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조여져 있는 나사는 나사산이 다 닳아 언제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고, 기름이 조금씩 새는 것 같은데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는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바이크의 안장은 또 제대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 덜그럭거렸다. 시동을 걸고 조금 달리다 보면 바이크에서 답답한 소음이 이어졌다.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럼에도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올드’ 바이크라는 이름으로 모두 설명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3주 정도 지나 기본적인 정비가 끝났다. 탈 수 있는 상태가 된 것만 해도 감사했다.

신이 나서 여기저기 타고 다녔다. 매뉴얼 바이크가 처음이라 10분 거리의 약속 장소를 가는데 시동을 서너 번 꺼뜨려 20분이 걸리곤 했지만 상관없었다. 나의 첫 바이크인 크로스커브에 견줘 너무 시끄러운 엔진 소음마저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바이크가 있을 수 있지?’ 지엘125를 볼 때마다 생각했다. 그 뒤로 어느 날은 오른발을 올려놓는 곳의 고무가 빠졌고, 발로 꾹 눌러 시동을 거는 부분의 부품이 분리됐다. 군데군데 삐거덕삐거덕거리고, 머플러가 내뱉는 답답한 소음은 여전하다.

지엘125를 많이 좋아하지만 ‘계속 탈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할 때가 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이유가 너무 빈약하다. 부품을 구하기 어렵다고? 좀 멀지만 ‘삼례오토바이센터’에 가면 웬만한 국내 올드 바이크 부품은 구할 수 있다. 지난 5월에 가본 삼례오토바이센터의 창고 뒷마당에는 부품을 떼어다 쓸 수 있는 지엘125가 2대나 있었다.

아마 35살 바이크가 36살이 되면 다른 문제가 또 생길 것이다. 만족스럽기보다 부족한 부분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을 것이다. 나보다 한 살 많은 바이크가 나와 꼭 닮은 느낌이다. 그러니 더더욱 포기할 수 없다. 바이크와 내가 갖고 있는 문제들은 당장 사라질 것들이 아니다. 문제점이나 단점 또한 바이크와 나의 한 부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끝없이 나에게, 바이크에게 관심을 갖고 더 나아지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올드’ 바이크의 매력, 나이들어감의 즐거움이 이런 데 있는 것 아닐까. 땀을 뻘뻘 흘리며 시동을 건다. 욕도 나오고 웃음도 나온다. 이렇게 올드 바이크 지엘125와 친구가 되어간다. 사진 몰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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