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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7 10:34 수정 : 2016.07.07 16:48

[매거진 esc] 스타일
환경 오염시키고 건강 위협하는 화학물질 대체할 친환경 세안·양치법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스크럽, 세안제 등을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작품. 여성환경연대 제공.
묵은 각질을 벗겨낸 피부, 치석 없이 뽀득거리는 치아, 그 느낌은 어찌나 개운한지!

개운함의 일등공신은 깨알보다 작은 알갱이들. 스크럽제와 세안제, 치약에 들어 있는 알갱이들은 피부와 치아의 표면을 굴러다니며 노폐물을 제거한다. 0.001~1㎜ 크기로 둥글게 가공된 이 알갱이의 주성분은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같은 플라스틱. 못내 찜찜하다. 물에 절대 녹지도, 웬만해서는 부서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작디작은 플라스틱들은 정화시설을 유유히 빠져나가 바다로 흘러간다. 플랑크톤은 물론, 물고기 수백 종이 이 플라스틱을 먹어 삼킨다. 그리고 그 물고기들을 먹게 되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스크럽, 세안제 등을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작품. 여성환경연대 제공.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거치면서 훨씬 독해진다는 걸 알고 나면 기분은 더 찜찜해진다. 바다를 떠다니는 내내 미세플라스틱이 빨아들이는 물질의 성분은 어마어마하다. 고엽제 성분인 디디티(DDT), 1급 발암물질인 폴리염화바이페닐(PCBs), 환경호르몬 브롬계 난연제(PBB, PBDE)…. 심지어 지난 5월 영국 <가디언>지는 이런 기사도 냈다. “미세플라스틱이 정화시설을 거치면 토양과 공기로 퍼져나가 호흡기로 흡입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 의회에 출석한 킹스칼리지런던대 교수의 견해인데,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인체에 곧바로 축적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미세플라스틱을 쓰는 건 스스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스크럽, 세안제 등을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작품. 여성환경연대 제공.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스크럽, 세안제 등을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작품. 여성환경연대 제공.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농어 치어. 스웨덴 웁살라대학 연구팀은 농어 치어가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독성물질에 중독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6월 초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우나 뢰스테트 제공.
실생활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스크럽제, 세안제, 치약도 모두 일상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대체 방법이 가장 많은 건 스크럽이다. 기성 제품을 사서 쓰고 싶다면 아하(AHA)나 바하(BHA) 같은 성분이 든 화학적 각질제거제나, 진흙 타입의 고마주 제품(얼굴에 바른 뒤 손으로 문지르면 각질이 때처럼 벗겨지는 제품)을 사면 된다. 극세사로 된 세안용 장갑을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세안용 장갑을 끼고 클렌저로 거품을 낸 뒤 피부를 살살 문지르면 스크럽제를 쓸 때보다 자극이 덜하면서도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의 저자이자 ‘화장품업계 경찰관’으로 유명한 폴라 비가운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방법이다.

제품에 들어있는 작은 알갱이는
고엽제 등 흡수하는 플라스틱
세안장갑·흑설탕은 스크럽 대용

널리 알려진 흑설탕(흑설탕2 : 꿀1, 흑설탕3 : 물5 : 오일2 등 다양한 레시피가 있지만 결국 취향대로), 우유(우유를 화장솜에 적셔 5분 정도 올려놓기) 말고도 곡물가루나 약초가루를 활용한 스크럽도 있다. 미숫가루, 녹차가루, 현미가루, 쌀겨가루, 밤의 속껍질로 만든 율피가루 등이 재료가 될 수 있다. 베이킹소다와 1 대 1로 섞어서 물에 개거나, 그냥 물에만 걸쭉하게 개어 얼굴에 바른 뒤 부드럽게 마사지한다. 마사지를 마치면 가루가 얼굴에 남지 않도록 충분히 씻어내야 한다. 명심해야 할 점, 사용하지 말아야 할 가루도 있다. 호두껍질, 아몬드, 살구씨, 포도씨, 커피처럼 물에 잘 녹지 않으면서 딱딱한 씨앗이 원료인 가루는 아무리 곱게 갈았더라도 피하는 게 좋다. 피부에 문지르기엔 결정이 너무 거칠어 상처가 나기 쉽다.

세안제에도 좋은 대안이 있다. 다양함은 스크럽보다 못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괜찮은 방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물에 녹는 곡물가루나 약초가루는 세안제로 쓸 때 ‘궁극의 진가’를 발휘하는지도 모른다.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에 따르면 이 가루들이 “물과 섞이면 피부 표면에 있는 피지와 미세먼지, 화장 잔여물을 흡수”하며 세정력을 발휘한다.

올리브리퀴드가 있다면 클렌징오일 역시 쉽게 만들 수 있다. 올리브 추출물로 만든 올리브리퀴드는 물과 오일이 섞이도록 계면활성제 역할을 한다. 석고방향제나 양초를 만들 때도 쓰인다. 올리브리퀴드에, 피부 타입에 맞는 오일을 섞으면 된다. 세정력이 뛰어나기로는 살구씨 오일이 좋지만, 올리브오일이나 포도씨 오일을 써도 상관없다. 오일과 올리브리퀴드의 비율을 9 대 1이나 8 대 2 정도로 맞춘 뒤 골고루 섞어주면 끝. 피부가 지성인 사람이라면 오일을 줄이는 대신 리퀴드를 더 넣어주면 된다. 향을 원한다면 라벤더나 티트리 같은 허브오일을 10~20방울 정도 첨가한다.

클렌징폼을 만들 때는 준비물이 좀 더 필요하다. 순한 계면활성제인 ‘애플계면활성제’와 펌핑 뚜껑이 달린 거품용기, 박테리아와 이온이 제거된 정제수를 준비한다. 그다음은 아주 간단하다. 애플계면활성제와 정제수를 반반씩 섞은 액체를 거품용기에 담기만 하면 된다. 나만의 친환경 클렌징폼이 완성됐다. 거품이 풍성하고, 세정력도 탁월하다.

가루치약의 재료인 소다, 죽염, 녹차가루. 강나연 객원기자 제공
소다, 죽염, 녹차가루를 섞어 만든 가루치약. 강나연 객원기자 제공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치약은 생활협동조합에서 살 수 있다.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팀장은 “탐스 치약처럼 좋은 수입 치약도 많지만 굳이 그런 비싼 치약이 아니어도 생협 치약 정도면 충분히 좋다”고 말한다. 치약을 직접 만들어 쓰는 법도 있다. 직접 만들어봤다. 너무도 간단했다. 소다 3, 죽염 1 비율로 섞은 다음 송진가루나 녹차가루, 숯가루 등을 조금씩 넣어주면 가루형 치약 완성! 여기에 글리세린을 넣어 쫀쫀함만 추가해주면 페이스트형 치약도 완성! 칫솔을 콕 찍어서 써야 하는 가루형은 사용하기에는 좀 불편해도 오래 두고 쓸 수 있고, 페이스트형은 4일마다 새로 만들어 써야 한다. 죽염이 아닌 소금은 입자가 굵어서 잇몸을 다치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만, 불소가 없어 충치 예방 효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덴탈스파치과의원 김아현 원장은 “녹차의 카테킨 성분이 세균구조를 파괴할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파괴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치약만큼 예방효과가 뛰어나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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