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1 10:36
수정 : 2016.07.21 15:20
[esc] 커버스토리/표지판 속 ‘암호’ 풀이
도로를 차로 달리다 보면, ‘이게 뭐지?’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들을 만날 때가 있다. 올여름 휴갓길에도 차를 몰다 맞닥뜨릴 수 있는, 궁금한 것들이다.
△표지판에 적힌 거리, 정확히 어디까지?
‘부산 260㎞’, ‘광주 150㎞’. 도로를 달릴 때 수시로 마주치는 도시까지의 거리를 적은 표지판들. 부산이나 광주 경계까지일까, 도시 한복판까지 거리일까. 둘 다 아니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다르다. 고속도로 표지판에선 도착 지역 요금소(톨게이트)까지의 거리를 나타낸다. 국도 표지판에 표시된 거리는, ‘도로원표’(도로의 기점·종점 또는 경과지를 표시한 것)가 있는 시청·군청 등 지역 관청까지의 거리다. 원표와 관청이 떨어져 있는 경우엔 시·군청까지 거리를 표시한다.
△터널 앞 ‘전조등 켜라’ ‘꺼라’ 왜 다를까?
터널 앞에도 터널 이름과 길이, 감속 경고 등 표지판이 즐비하다. 그런데 어떤 터널엔 ‘라이트(전조등)를 켜시오’라고 적혀 있고, 어떤 곳은 ‘라이트를 끄시오’라고 적혔다. 왜 다를까. 교행 방식 때문이다. 하나의 터널에 왕복 차로가 다 있는 경우와 일방통행 차로(반대편 차로가 별도 터널)만 있는 경우의 차이다. 왕복 차로 터널에선 마주 오는 차에 방해가 되므로 라이트를 꺼야 하고, 일방 터널에선 켜야 한다.
△지그재그 차선, 어쩌라는 거지?
주로 도심이나 변두리 지역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지그재그 차선 표시. 비틀비틀 운행해야 할 것 같은 이 낯선 차선이 요즘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돼 유럽 지역에 일반화된 노면 표지로, 속도를 줄이라는 뜻을 담은 표지다. 도로와 건널목이 복잡하게 얽히는 지점이나, 학교 앞 건널목 주변 도로에 그린다. 앞차 때문에 노면의 마름모꼴 표지(서행하시오)가 안 보일 경우에 대비한 서행 표지다. 지그재그 차선은 ‘천천히’라는 뜻이다.
△접도구역·통로암거·염수분사구간?
도로엔 큰 표지판뿐 아니라 길가에 작게 설치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표지판도 많다. ‘접도구역’ 표지판은 말 그대로 도로에 접한 지역임을 나타낸다. 도로 훼손 방지와 교통안전을 위해 일반국도는 도로에서 5m 이내, 고속도로는 20m 이내로 접도구역을 설정한다. 이곳에선 토지 형질 변경이나 공작물 신·증축이 금지된다. ‘통로암거’는 도로 밑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통로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 ‘염수분사구간’은 주로 터널 앞 도로에 설정한다. 추워지면 터널 냉기류 때문에 터널 앞 도로가 자주 얼어붙는데, 이를 막기 위해 자동으로 소금물(염수)을 뿌려주는 장치를 설치한 구간이다.
△표지판 하나 세우는 데 얼마나 들까?
육중한 철판으로 된 표지판과 이를 지탱하는 거대한 쇠기둥들. 대체 얼마짜리일까. 기둥 하나에 표지판을 매다는 가로등 식은 500만~700만원 선, 기둥을 도로 양쪽에 세우고 중간에 여러개의 표지판을 붙이는 문 형식은 5천만원 선이다. 표지판은 철판에 녹색 등의 글자를 새긴 ‘반사지’를 붙이는데, 반사지의 수명(약 10년)이 표지판의 수명이 된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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