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1 10:36
수정 : 2016.07.21 12:00
흥미로운 지역 역사·문화 즐길 수 있는 마을이름·표지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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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엔 고속도로와 주요 일반국도, 각 지역의 재미있는 마을이름, 올해 안에 새로 개통될 고속도로 구간, 가장 긴 교량과 가장 긴 터널 등을 표시했다.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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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지도에서 재미있는 마을 이름들을 검색하다 복병을 만났다.
‘19금!’ ‘본 정보 내용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지도 검색에도 성인 인증이 필요하다니. 전국에 흔한 지명인 ‘야동’도 걸리고, 성기를 뜻하거나 욕설이 들어간 지명도 걸렸다. 야릇한 지명들이 적지 않겠구나, 생각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어쨌든 성인 인증을 한 뒤, 혹시 있음직한 수백 개의 야하고 특이하고 재미있는 이름들을 검색하고, 면 단위 이하 지명을 검색한 끝에, 120여 개의 마을 이름을 추려냈다.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했나. 이번 커버스토리가 ‘길 따라 표지판 따라, 재미있는 마을 이름 여행’이니까.
사실 여행이란 길과의 동행, 길바닥과의 동거생활이다. 모처럼 잡은 금싸라기 같은 휴가, 어딘가로 떠난 길에서도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가기 때문이다. 여행 목적지도 중간 경유지도 다 길 안에 있으니, 모든 여행이 길에서 길을 만나 길을 즐기는 일이다. 그러니 올여름엔 휴가철에 놀고 먹고 쉴 만한 곳 대신 ‘노상에서 노상’ 만날 수 있는 것들, 길에서 배우며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길에 뭐가 있나. 대충 이렇다. 수많은 신호등과 이리저리 가라는 표지판, 하지 말라는 경고판, 숫자가 적힌 색색의 번호판, 길고 짧은 터널과 다리, 그리고 크고 작은 마을. 길을 몰라도 내비게이션이 다 알려주고 안내해 주는 요즘 세상, 표지판과 지명 따위 몰라도 그만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여행의 시작과 끝이 바로 여기다. 도로와 표지판, 표지판이 가리키는 지명들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전국에 33개의 고속도로와 1번부터 99번까지의 국도(북한 지역에 있는 국도 번호는 빠짐), 수백 개의 지방도와 시·군도가 가로 뻗고 모로 이어져 있다. 이 길들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크고 작은 마을들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다.
마을 이름이 흥미로운 건 이름 속에 그 지역 역사와 생활·문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면서 마을의 내력을 훑어보는 것 또한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투박하지만 정겹고 아름다운 순우리말 이름들은, 행정 편의를 위해 한자로 기록하면서 딱딱하고 건조한 이름으로 바뀐 곳들이 많다. 특히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재편 과정에서 본뜻과 다르게 엉뚱한 한자로 왜곡된 땅 이름이 허다하다. 우스꽝스럽고, 야하고, 해괴한 땅 이름은 대개 그런 연유로 바뀐 것들이다.
마을 이름은 주로 네이버 지도를 통해 검색했고,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에 한정했다. 특이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산골짜기나 산봉우리 이름들, 그리고 특이한 지명이 워낙 많은 도서지역 지명들은 배제했다. 재미있는 마을 이름 소개를 빌미로, 그 마을을 놀리거나 폄훼하려는 뜻은 없으니,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하자. 자, 이제 길과 표지판, 재미있는 지명 속으로 떠나보자.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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