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03 19:30
수정 : 2016.08.03 19:55
[매거진 esc] 야매 주역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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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펜싱 선수단이 지난 2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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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시각으로 이번주 토요일, 그러니까 8월6일부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제31회 하계 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사상 남미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라지만, 올해 초부터 브라질이 지카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에 치안도 불안하다는 소식을 계속 접해서 그런지 아직 축제 분위기는 못 느끼겠네요.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 법!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세운 ‘종합순위 10위 안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A. 올림픽이고 월드컵이고, 나님은 온 국민이 뭐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싫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팀이 어느 나라 팀과 경기를 하던 날이었지. 무료한 오후 깜빡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와아!” 하는 함성에 깜짝 놀라 눈을 떴지 뭐야. 한국이 골을 넣었다고, 텔레비전으로 중계를 보던 동네 사람들이 일제히 지축을 울릴 듯 소리를 질렀던 거지. 하아, 그때 느꼈던 무서움이란. 어떻게 온 나라 사람들이 똑같은 시각에 똑같은 장면을 보며 똑같은 소리를 지를 수 있을까? 다른 취향이라곤 1도 인정하지 않는 무지막지함이랄까, 획일적인 감정과 똑같은 경험을 강요하는 분위기랄까, 참 섬뜩했다. 악플 다는 키보드 소리가 들리는구먼. 그래도 무플보단 악플이 나으니까, 이 연재 많이 읽어주기라도 하면 좋겠어. 헤헤.
깨끗이 손을 씻고, 사심을 비우고, 하늘에 물었다. 한국이 이번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종합 10위 안에 들 수 있을까요? 김발에서 뽑은 나님의 소중한 서죽 50개로 점을 쳐 나온 본괘는 무려 ‘수화기제’(水火旣濟)! 주역점에서 나올 수 있는 64개의 괘 가운데 가장 좋은 것으로 꼽히는 괘다. 그런데 괘를 이루는 여섯 개의 효 가운데 네 개가 변하는 효(동효)라, 변한 지괘가 ‘지수사’(地水師). 본괘의 6개 효 가운데 변한 효가 네 개라, 서죽을 다시 뽑아 이 가운데 의미있는 효가 무엇인지를 가려야 한다. 뽑힌 효는 5번째, ‘5효’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당연하다. 난생처음 보는 단어에 어려운 한자가 수두룩하니까. 나님은 돈 주고 배웠고, 책 읽고 공부했다. 그래도 헷갈린다. 어렵게 느껴지는 독자님들은 일단 그 부분은 넘어가고, 그냥 이 점이 맞는지 안 맞는지부터 재미로 보시는 게 어떨까. 그러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질 테니까.
자자, ‘수화기제’부터. 물 수, 불 화, 이미 기, 이룰 제. 물과 불이 잘 어울려 이미 만사가 잘 이루어졌다는 뜻으로, 만사형통, 완결, 유비무환 등으로 해석한다. 특히 노력하는 사람이나 도전자의 경우엔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는 괘로 본다. 다만 5효(구오)는 기득권자는 도전을 받아도 세력을 유지하지만, 도전자는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패권을 잡지는 못한 상태를 뜻한다. 다음은 ‘지수사’. 땅 지, 물 수, 군대·스승 사. 땅과 물이 곧 군대라는 건데, 올바른 지도자가 군대를 이끌면 길하다는 뜻이다. 5효(육오)의 의미 역시 올바른 지도자는 이로운 결과를 얻지만, 요사스러운 야심가는 액운이 따른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괘를 종합해 보면, 한국 올림픽 대표팀 단장과 감독 등 지도자들이 신실한 태도로 선수들을 이끈다면 10위권 진입은 문제없다는 예언에 이른다. 하지만 올림픽에 첫 출전을 한 종목이나 선수들의 경우엔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겠지만 아쉽게 금메달은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짜증 나는 날씨와 신경질 나는 뉴스에 시달리는 사람들한테는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결과가, 나님처럼 시큰둥한 사람한테는 조금이라도 감동을 주는 장면이 나오면 좋겠다 싶다.
사당동 선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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