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스타일
땀내·암내·쉰내 등 더운날 불쾌지수 높이는 나쁜 체취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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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엔 자신도 모르는 불쾌한 체취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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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민(가명·26)씨는 오늘도 구강청정제와 껌, 데오도란트, 향수까지 챙겨 출근한다.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직행해 온몸을 빡빡 문지르고, 혓바닥까지 철저히 닦아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체취 공포’를 지울 수 없는 탓에 주기적으로 한약까지 달여 먹는다.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남자애들한테 ‘똥거름 냄새’가 난다는 놀림을 받았어요. ‘야, 너네도 홀아비 냄새 장난 아니거든?’ 처음에는 이렇게 받아치기라도 했는데 놀림이 반복되다 보니 점점 주눅이 들더라고요.”
지하철이 개통되지 않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부터 권씨는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찌나 예민해졌던지 콩나물시루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주변사람들이 헛기침을 하거나 코를 벌름거릴 때면 혹시 자신한테서 야릇한 냄새가 나진 않나 안절부절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자리로 옮겨 앉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저한테 정확히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 수 있다면 이렇게 불안하진 않을 텐데, 그게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권씨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한다. 꼬릿한 입 냄새나 발 냄새는 말할 것도 없고 시큼털털한 땀 냄새와 정수리 냄새, 호흡곤란을 유발할 정도로 과도한 향수 냄새나 겨드랑이 냄새에 이르기까지, 본인은 정작 그 냄새의 숙주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흔히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해지라고 말하는데, 이 후각이라는 감각은 안타깝게도 거꾸로 작동하기 십상이라 오늘도 숱한 사람들을 비밀스러운 고민에 빠뜨린다. 혹시 나한테 무슨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건 아닐까? 저 깜짝 놀랄 만한 냄새를 풍기는 상대방에게 과연 이 사실을 말해줘야 할까, 말까?
피지선 많은 귓바퀴 뒤쪽 깨끗이 겨드랑이·유륜·배꼽도 청결히해야 빨래 마지막에 식초 넣으면 ‘상쾌’ 과일·채소 위주 식단도 도움
권씨의 경우야 미미한 ‘자기냄새공포증’의 사례로 치더라도, 냄새 걱정으로 눈치 살필 일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주변의 누군가를 애꿎은 고민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청결을 유지하는 게 상책이다. 맞다, 귓구멍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그 말. 날마다 샤워를 하고, 속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한다는 그 뻔하디뻔한 말. 다만, 예상외로 놓치기 쉬운 부분은 귓바퀴 뒤쪽과 목 뒤를 공들여 씻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피부과 전문의 하상욱 미랩클리닉 원장은 “얼굴과 두피 못지않게 피지선이 월등히 많이 분포된 곳이 바로 귓바퀴 뒤쪽과 목 뒤”라며 “이 부위의 피지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불쾌한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피지가 공기와 만나 산화하면서 지방산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지방산에 들어 있는 노네날(Nonenal)이라는 물질이 냄새의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노네날은 권지민씨가 남학생들을 향해 외쳤다는 이른바 ‘홀아비 냄새’ 또는 ‘노인 냄새’의 주범으로도 꼽히며, 밤새 귓바퀴와 목 뒤를 번갈아 접촉하는 베갯잇을 최대한 자주 빨아줘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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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템 ‘아쿠아피트니스 데오도란트 스틱’. 비오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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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톱 말고는 사실상 냄새에서 자유로운 신체 부위가 없지만, 그래도 냄새를 논할 때 빼놓으면 섭섭한 부위가 바로 겨드랑이다. ‘겨땀 굴욕’이라는 수식어가 심심찮게 따라붙는 겨드랑이에는 아포크린샘이라는 땀샘이 분포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땀은 죄가 없다. 땀은 똥이 아니다. 오줌도 아니다. 99%가 수분이라 아무런 냄새가 없다. 문제는 아포크린샘에서 땀이랑 같이 흘러나오는 글리코겐이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이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변하는 과정에서 흔히 말하는 ‘암내’를 풍기는데, 이 아포크린샘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액취증’의 여부가 갈린다. 하 전문의는 “아포크린샘은 겨드랑이뿐 아니라 유륜과 항문, 배꼽 주변에 분포되어 있으므로 이 부위를 꼼꼼히 씻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성기 역시 잘 씻어야 하는 부위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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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허벌 데오도란트’. 이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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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했을 때 줄줄 흐르는 ‘겨땀’에는 그나마 데오도란트가 긴급방책이다. 최근 흡입독성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른 스프레이 타입이 찜찜하다면, 스틱이나 롤온, 파우더팩트, 티슈 형태로 된 제품들도 있으니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한번 바르면 7~8일간 땀이 나지 않는 ‘드리클로’도 ‘겨땀 고민자’들에게는 제법 유명한 의약품이다. 레몬즙이나 생강즙을 거즈에 묻혀 바르는 방법은 <동의보감 외형편>을 응용한 민간요법이다.
집 안의 청결 상태와 체취가 무슨 상관이냐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의외로 그 둘은 무관치 않다. 피부과 전문의 홍경국 후즈후피부과 원장은 “방 안에 밴 냄새가 사람한테 역으로 배는 경우, 그 사람 고유의 냄새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상욱 전문의도 “일반적으로 냄새는 피지와 세균이 만나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세균이 많은 환경을 깨끗하게 바꿔주는 것은 체취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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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말론 런던 ‘라임 바질 앤 만다린 코롱’. 라임 향과 바질, 백리향이 섞인 시트러스 계열 향수다. 조 말론 런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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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면 햇볕이 침구나 천 종류의 쿠션·소파 커버 등에 깊이 밴 냄새를 휘발시키도록 환기를 자주 하고, 실내금연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산세비에리아, 행운목, 아이비, 테이블야자, 알로카시아 같은 공기정화 기능이 있는 식물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방향제를 몇 개씩 둘 때는 제품의 향을 통일하는 것을 권한다. 요즘은 방향제의 범위도 디퓨저, 석고방향제, 왁스태블릿 등으로 넓어졌다. 디퓨저만 해도 초음파 디퓨저니 아로마 디퓨저니 블루투스 디퓨저니 워낙에 ‘신박한’ 제품들이 많다. 화재 위험에 주의해야 함에도 향초의 인기 역시 여전하다.
또 하나, 잘못 말린 빨래에서 올라오는 ‘걸레 냄새’, ‘곰팡이 냄새’야말로 체취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빨래는 햇볕이 쨍한 날 바깥에서 말리는 게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꿉꿉한 날에는 건조대 밑에 신문지를 넓게 깔아 습기를 빨아들이도록 한다. 빨래를 마지막으로 헹굴 때 식초나 섬유유연제를 넣어주면 나쁜 냄새가 줄어들고, 냄새가 심한 빨래는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물에 섞어 반나절 정도 담갔다가 세탁기에 돌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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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란 ‘오트밀크 내추럴 컬러 드라이 샴푸’. 머리 기름기를 제거해 정수리 냄새를 줄여준다고 한다. 클로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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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와 보디로션을 쓸 때도 향을 통일하면 ‘나만의 향’을 만들 수 있다. 이때 샴푸와 보디워시, 셰이빙폼, 스킨 등 다른 제품과의 조화가 중요한데, 자칫 냄새가 잘못 섞이면 이상야릇하게 돌변하니 주의하자. 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의 에듀케이션 앰배서더 박희복 대리는 “여름철에는 무거운 계열의 향보다는 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린(녹차 등 풀)이나 시트러스(감귤류), 아쿠아(물의 느낌처럼 신선한 향) 계열의 향수를 추천”한다.
평소보다 체취 관리에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날이면 음식을 가려 먹는 것도 바람직하다. 홍경국 전문의는 “달걀, 생선, 간, 콩에는 콜린 성분이 많아서 몸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단백질보다는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고, 우엉과 꿀풀도 체취를 줄여주는 식품들이니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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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 ‘포맨 비 매너 바디 스프레이’. 몸이나 옷에 뿌려 냄새를 제거하는 보디 스프레이. 미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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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클리어터치 에센스’. 다림질할 때 옷에 원하는 향이 스며들게 하는 스탠드형 스팀 다리미. 필립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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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러스 향이 나는 리빙프루프 ‘퍼펙트 헤어 데이 드라이 샴푸’, 버츠비 ‘핑크 그레이프 후르츠 립밤’, 모로칸오일 ‘보디 버프 플뢰르 도랑제’.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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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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