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7 19:09
수정 : 2016.08.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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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회씨의 어머니가 다니는 학교에 하림의 삼계탕 푸드트럭이 찾아갔다. 하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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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이벤트’ 당첨자의 시원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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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회씨의 어머니가 다니는 학교에 하림의 삼계탕 푸드트럭이 찾아갔다. 하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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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은 말복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복날 음식인 삼계탕의 ‘전성시대’도 끝나가는군요. ESC는 지난 7월 별지 발행을 기념해 하림과 함께 하는 ‘복날 삼계탕 쏘기’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독자 20명이 삼계탕 푸드트럭을 만나고, 하림 삼계탕 세트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당선된 독자들의 재미있는 사연 두 편을 골라 소개합니다. 정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늦깎이 학생인 엄마에게 삼계탕을
“엄마, 나 삼계탕 진짜 좋아하는데, 너무 맛있어. 조금만 더 먹으면 안 돼?” 나는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삼계탕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 하기야 집에서 끓여준 적이 몇 번 없었다. 초복을 앞두고 선물로 들어온 삼계탕 제품이 있어 끓여주니 한 그릇 뚝딱 비우고 한 그릇 더 달란다.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게는 복날에 대한 추억이나 특별한 보양식을 챙겨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난 뒤 친정엄마가 복날이 되면 수박 한 덩이 사 오시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엄마는 “시골에 복날이 어디 있느냐,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데! 서울에서야 복날에 삼계탕 찾지!” 하시면서 책가방에서 상추, 감자, 절인 오이, 미역을 꺼내놓기도 하셨다. 책가방에서 나오는 감자 등이 신기해 물었다. “책가방에 책은 하나도 없고!” 엄마는 “책은 무거워서 다 사물함에 넣고 다니지”라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이냐 하면, 환갑이 코앞인데 엄마는 지금 중학교 3학년이다. 전라도 촌에서 5남매 맏딸로 태어나 간신히 초등학교를 졸업하신 엄마는 지난해 큰맘먹고 중학교에 입학하셨다. 손자손녀가 생기니 영어와 컴퓨터만이라도 배우고 싶었다고 하셨다.
엄마가 다니는 경기도 부천의 진영중학교는 3년 과정을 2년에 마칠 수 있는 학력인정 기관이다. 한 학년에 세 개 반이 있는데, 모두 여학생들이다. 엄마는 막상 학교에 가보니 영어는 외우기 힘들고, 수학은 못 알아듣겠지만 친구 만나는 재미가 좋아 다닌다고 하신다. 30대부터 80대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공부할 시기를 놓친 분들이 모여 있어 매일 한 명씩 살아온 얘기만 해도 3년 과정이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엄마는 여전히 가족들을 챙기느라 지각, 조퇴, 결석을 하기 일쑤지만 꿋꿋이 3학년까지 왔으니 졸업이 멀지 않았다. 어릴 때는 가난해서, 경제적으로 살 만해진 다음에는 남편과 자식들을 챙기느라 구슬땀 흘린 우리 엄마와 3학년 1반 친구들을 위해 삼계탕 밥차가 출동했으면 좋겠다.
구성회(서울 구로구 고척동)
아내에게 수박은 복날 음식이 아니다
아내의 사무실에는 협업하는 타 회사로부터 가끔 먹거리 선물이 도착한다. 초콜릿이나 빵, 떡, 커피 같은 주전부리가 대부분이다. 먹기 좋게 소포장된 간식들은 인기가 좋다. 테이블에 올려두면 오며 가며 하나씩 먹고, 옆 사무실과도 나누기 편해서다. 하지만 복날이 돌아오는 이맘때면 아내가 무척 싫어하는 음식 선물이 들어온단다. 바로 수박이다. 아내가 수박 먹기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전담해서 자르는 걸 싫어할 뿐!
전말은 이렇다. 명색이 선물이다 보니 갖다주는 쪽은 무지막지하게 큰 ‘특에이(A)급’ 수박을 준비한다. 양손 무겁게 등장한 그들은 팀장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마치고 돌아간다. 대체로 아내에게 폭발적으로 업무가 몰리는 오후 시간대다. 작디작은 사무실 냉장고에 그 수박을 넣으려면 바쁜 중에 짬을 내 반으로 쪼개야 한다. 그 후 다시 일에 몰입해 있노라면 누군가 뒤에서 어슬렁댄다. 팀장이다. “수박 좀 시원해졌나?” 사무실의 모두가 시원한 수박을 잘 먹지만, 그 수박을 잘라야 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아내와 아내의 후배 여직원의 몫이다. 노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보다 긴 사람이 좀 잘라서 내오면 좋으련만! 아내에게 수박은 어느 날부터 복날 ‘노동’으로 자리잡았다. 노동을 음식으로 재인식하는 방법은 승진뿐일까? 조금 전 컴퓨터 메신저창이 깜빡댔다. 아내다. “아우, 창의력 제로야. 또 수박 들고 왔어!” 초복을 앞둔 7월15일.
직장인 L(서울 마포구 염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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